이가 하나 빠졌다고 해 봅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 임플란트를 박거나, 틀니를 끼우거나. 둘 다 빈자리에 가짜 이를 채워 넣는 일이죠. 그런데 잇몸 속에서 진짜 내 이가 다시 솟아오른다면? 공상처럼 들리던 이 이야기가, 2024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으로 들어섰습니다.
오해부터 풀고 가야겠습니다. 이건 "이가 다 났다"는 뉴스가 아닙니다. 약으로 새 이가 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연구가 흥미로운 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한 가지 — "사람은 이가 평생 두 번만 난다"는 상식 — 에 금이 가는 지점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01우리는 왜 이가 두 번만 날까?
사람은 이를 두 벌 씁니다. 어릴 때 젖니 20개가 났다가 빠지고, 그 자리에 영구치(간니)가 28~32개 올라옵니다. 그게 끝입니다. 영구치를 잃으면, 그 자리는 평생 빈 채로 남죠. 우리는 이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자연을 둘러보면 이게 당연한 게 아닙니다. 상어는 이가 컨베이어 벨트처럼 줄줄이 만들어져, 앞니가 빠지면 뒤에서 새 이가 밀려 나옵니다. 평생 수만 개를 갈아 끼우죠. 악어 같은 파충류도, 많은 물고기도 이를 계속 새로 만듭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를 가는 동물을 다생치성(polyphyodont)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딱 두 번만 가는 이생치성(diphyodont)입니다. 왜 두 번에서 멈출까요? 영구치가 자리를 잡고 나면, 그 아래에서 "이를 더 만들어라"라는 명령이 꺼지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이 다음 질문이에요 — 명령이 꺼졌다는 건, 만들 재료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그냥 스위치만 내려간 걸까요?
02잇몸 속에 잠든 '세 번째 이'
여기서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드물게, 정상보다 이가 더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멀쩡한 치열 옆이나 뒤로 여분의 이가 돋는 과잉치(hyperdontia)인데, 100명 중 한두 명꼴로 나타납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우리 몸 어딘가에 여분의 이를 만드는 설계도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거든요. 설계도가 완전히 폐기됐다면, 여분의 이는 애초에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교토대 연구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가설을 세웁니다. 영구치 아래에, 평소엔 자라지 못하도록 억눌려 있는 '세 번째 치열'의 싹이 흔적처럼 남아 있다는 겁니다. 평생 깨어나지 못하고 잠들어 있을 뿐, 씨앗 자체는 거기 있다는 그림이죠.
분명히 해 둡시다. 이건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사람의 잇몸을 열어 "여기 세 번째 이의 싹이 있다"고 직접 사진을 찍은 게 아니에요. 동물 실험과 과잉치 같은 정황을 모아 세운 그림입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하고요 — 맞다면, 빈자리를 채울 답이 우리 몸 안에 처음부터 들어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03이를 못 나게 누르는 '브레이크', USAG-1
잠든 싹을 깨우려면, 그걸 누르고 있는 손을 떼어내야 합니다. 그 손에 해당하는 게 USAG-1이라는 단백질입니다.
몸속에는 "이를 만들어라"라고 외치는 신호 분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BMP와 Wnt예요. 이 신호가 충분히 세면 이 싹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USAG-1은 이 신호에 달라붙어 길을 막습니다. 액셀을 밟아도 브레이크가 같이 걸려 있는 셈이죠. 그래서 잠든 싹은 신호를 받지 못한 채 계속 잠들어 있습니다.
교토대의 다카하시 가쓰 연구진은 발상을 뒤집습니다. 이를 새로 만들어 넣는 대신, 막고 있는 USAG-1만 떼어내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USAG-1에 정확히 달라붙어 무력화하는 항체를 만들었습니다. 영리한 지점은 여기예요 — 이 항체는 USAG-1이 BMP와 만나는 쪽만 골라 끊습니다. Wnt까지 건드리면 온몸에서 부작용이 날 수 있는데, BMP 쪽 길만 정확히 열어 '이 만들기' 신호만 켜는 겁니다.
직접 해 보기 — USAG-1 스위치를 내려 보세요
이 약이 노리는 건 딱 하나입니다. '이를 못 나게 막는 단백질'을 떼어내는 것.
실제 신호 전달은 이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여기선 '브레이크를 떼면 신호가 흐른다'는 핵심만 단순하게 보여 줍니다.
04생쥐에서 페럿으로, 그리고 사람으로
이 항체가 정말 이를 자라게 할까요? 동물부터 확인했습니다.
생쥐에서 항체를 투여하자, 없던 이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연구진은 단 한 번의 투여로도 온전한 이 하나를 자라게 할 수 있었다고 2021년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보고했습니다. 다음은 페럿 차례였어요. 페럿은 사람처럼 이를 두 번 가는(이생치성) 동물이라, 사람의 상황에 더 가깝습니다. 페럿에서도 항체를 주자 여분의 이가 정상 모양으로 돋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9월, 마침내 사람 차례가 왔습니다. 교토대학병원에서 치아 재생 약의 첫 사람 임상시험(1상)이 시작됐습니다. 약 이름은 TRG-035,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항체입니다. 첫 대상은 이가 하나 이상 빠진 30~64세 성인 30명. 만든 곳은 교토대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입니다.
이 약은 '없던 이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잇몸 속에서 잠자던 이 싹을 누르던 손을 떼는 것 — 만든다기보다 깨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05그런데 — 아직 사람에게서 이가 난 건 아닙니다
여기서 김새는 소리를 좀 해야겠습니다. 헤드라인은 "이를 다시 나게 하는 약, 임상 시작"이라고 외치지만, 1상 시험의 진짜 목표는 '효과'가 아니라 '안전'입니다. 이 약을 사람 몸에 넣었을 때 해롭지 않은지, 어느 정도 용량이 적당한지를 먼저 봅니다. 그러니 2026년 지금까지, 이 약으로 빠진 이가 새로 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새 이가 솟는 장면은 여전히 검증해야 할 미래입니다.
한 가지 더. 연구진이 진짜 첫 수혜자로 겨냥하는 건 어금니 하나 빠진 어른이 아니라, 날 때부터 이가 여러 개 없는 아이들입니다. 선천성 무치증·소수치증이라고 부르는, 영구치가 여섯 개 이상 처음부터 없는 드문 경우죠. 이런 아이들에게 임플란트는 턱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힘든 선택입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 시험은 2~7세 아이들을 향합니다. 실제로 2025년 9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약을 선천성 무치증 치료를 위한 희소질환 치료제(orphan drug)로 지정했고, 11월엔 미국 FDA와도 사전 협의를 가졌습니다.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해는 2030년입니다. 다만 이건 약속이 아니라, 앞으로의 임상이 모두 잘 풀렸을 때를 가정한 추정입니다. 1상·2상·3상을 거치는 동안 효과가 부족하거나 안전 문제가 나오면, 시점은 얼마든지 밀리거나 멈출 수 있습니다. 신약은 동물에서 성공하고도 사람에서 무너지는 일이 흔하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 이야기가 충분히 흥미롭다고 봅니다. "빠진 어금니에 새 이가 솟는" 그림은 아직 가설이지만, 그 가설을 사람 몸에서 시험해 보는 첫 관문이 실제로 열렸다는 것 — 그게 지금 우리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 약의 주인공은 결국 두 개의 단백질입니다. 막는 쪽인 USAG-1, 그리고 그걸 떼어내는 항체.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서로 들러붙어 일하는지를 직접 돌려 보면, '항체로 단백질을 무력화한다'는 말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SIM 단백질 형성 과정아미노산이 접혀 단백질이 되는 과정 — USAG-1도, 그걸 막는 항체도 모두 단백질이다 → SIM DNA 이중나선 구조
선천성 무치증은 유전자에 새겨진 정보의 문제 — 모든 단백질의 설계도가 여기서 나온다 →
- 사람은 이가 평생 두 번(젖니→영구치) 난다. 상어·파충류처럼 계속 갈지 않는다.
- 가설 — 영구치 아래에 '세 번째 이'가 될 싹의 흔적이 잠재. 과잉치가 그 정황 단서다. (아직 확정 아님)
- USAG-1 — 'BMP·Wnt'라는 이 만들기 신호를 막는 브레이크 단백질.
- 항체 약 TRG-035가 USAG-1을 떼어내면 신호가 켜짐 — 생쥐·페럿에서 새 이가 자랐다.
- 2024년 9월 사람 임상 1상 시작(안전성 확인 단계). 아직 사람에게서 이가 난 적은 없음. 첫 대상은 선천성 무치증 아동, 상용화 목표 2030년(추정).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빠진 이가 다시 날 수 있을까요? 솔직한 답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시험하기 시작했다"입니다. 과학은 늘 이 자리에서 가장 재미있습니다 — 답이 나오기 직전, 그러나 아직 나오지 않은 바로 그 순간 말이죠.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Murashima-Suginami, A., et al. (2021). Anti–USAG-1 therapy for tooth regeneration through enhanced BMP signaling. Science Advances, 7(7). — USAG-1 항체로 생쥐·페럿에서 이 재생을 보인 핵심 논문. (PubMed 33579703)
- Kyoto University (2021.3.31). New drug to regenerate lost teeth. — USAG-1·BMP/Wnt 메커니즘과 연구 책임자(다카하시 가쓰) 보도자료.
- 사람 임상 1상은 2024년 9월 교토대학병원에서 성인 대상으로 시작(약물 TRG-035, 개발사 Toregem BioPharma). 2025년 9월 일본 후생노동성의 선천성 무치증 희소질환 치료제 지정, 11월 미 FDA 사전 협의는 개발사·언론 보도에 근거함. 상용화 목표 2030년은 추정치이며 임상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 주의 — 1상의 1차 목표는 효과가 아니라 안전성 확인이다. 본문의 '세 번째 치열 싹' 잠재 가설과 '단 한 번 투여로 온전한 이'는 동물·연구진 발표에 근거한 것으로, 사람에서의 치아 재생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