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 안에 나침반이 있다는 건 40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머리를 어느 쪽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켜지고 꺼지는 세포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나침반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방 1미터짜리 실험실 상자 안에서만 연구됐죠. 그래서 아무도 답하지 못한 질문이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 진짜 세상에서도 이게 나침반 노릇을 할까요?
01상자 밖으로 나간 적 없는 나침반
1984년, 짐 랭크는 쥐의 해마이행부(subiculum)에서 신호를 잡으려다 전극을 예정보다 안쪽으로 꽂았습니다. 그 바람에 바로 옆 구역인 앞해마이행부(presubiculum)의 등쪽에 들어갔죠. 이 등쪽 부분은 뒤해마이행부(postsubiculum)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1990년 정식 논문 제목에 등장하는 게 바로 이 이름입니다. 아무튼 랭크는 거기서 이상한 세포를 만났어요. 쥐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머리가 특정 방향을 향할 때만 발화하는 세포였습니다. 쥐가 방 왼쪽 구석에 있든 오른쪽 끝에 있든, 코가 북쪽을 향하면 켜지고 남쪽을 향하면 조용해졌죠. 머리방향세포는 그렇게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이름은 곧바로 붙었습니다. 랭크는 1984년 학회 초록에서 이미 "머리방향세포"라고 불렀고, 이듬해 책 챕터 제목에도 그대로 썼거든요. 정작 오래 걸린 건 정식 저널 논문이었습니다 — 6년요. 동료 밥 뮐러가 "제대로 된 영상 추적 장비부터 만들고 발표하자"고 붙잡았고, 그래서 정량 분석을 갖춘 논문은 1990년에야 나왔습니다. 이 세포는 나중에 노벨상을 받은 장소세포·격자세포와 한 묶음으로, 뇌가 공간을 다루는 회로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고요. 장소세포가 "내가 어디 있는가"라면 머리방향세포는 "내가 어느 쪽을 보고 있는가"입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에도 실리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실험실에서 이 세포를 가지고 놀다 보면 재미있는 성질이 하나 나옵니다. 상자 벽에 흰 카드를 한 장 붙여 두고 그 카드를 90도 돌리면, 세포의 선호 방향도 따라서 90도 돌아갑니다. 나침반의 바늘이 카드에 묶여 있는 셈이죠. 멀리 있는 시각 단서가 기준점 노릇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야외에서 가장 멀리 있고 가장 눈에 띄는 시각 단서는 달과 별입니다. 그리고 달과 별은 — 가만히 있지 않죠. 지구가 자전하니까 밤새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입니다. 달은 뜨고 지고, 구름에 가려졌다 나오고요.
여기서 곤란한 결론이 나옵니다. 실험실 규칙이 야외에서도 그대로라면, 박쥐의 머릿속 나침반은 밤새 달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야 합니다. 그런 나침반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방금 전 북쪽이 한 시간 뒤엔 북동쪽이 되는 나침반이니까요.
둘 중 하나입니다. 야외의 나침반이 쓸모없거나 — 아니면 우리가 실험실에서 배운 규칙이 반쪽짜리였거나.
답을 알려면 밖에서 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40년간 안 됐어요. 논문이 꼽은 걸림돌은 두 가지입니다. 풀어놓은 박쥐를 어떻게 다시 잡을 것인가, 그리고 뉴런의 방향 튜닝을 그릴 수 있을 만큼 온갖 방향으로 골고루 날게 할 것인가. 야외에 풀면 데이터도 장비도 날아가 버리고, 어쩌다 몇 방향으로만 날면 곡선을 그릴 수가 없거든요.
02바다 한가운데, 350 × 250미터
2025년 10월 Science에 실린 바이츠만 연구소 나훔 울라노프스키·리오라 라스 연구실의 논문(제1저자 샤케드 팔기 외 2인 공동)이 그 40년을 넘었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장비입니다. 연구진은 무선 신경로거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뉴런 여러 개의 활동을 동시에 기록하면서 정밀 GPS로 위치와 머리 방향까지 함께 남기는, 박쥐가 지고 날 수 있을 만큼 작은 장치죠.
다른 하나는 조금 엉뚱한데, 저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장소 선정이에요. 야외에 박쥐를 풀면 도망갑니다. 도망가면 수백만 원짜리 장치와 데이터가 함께 사라지죠. 그래서 연구진이 고른 곳이 탄자니아 본토에서 약 50km, 잔지바르에서 약 70km 떨어진 인도양의 무인도 라탐섬입니다. 크기는 약 350 × 250미터 — 긴 쪽을 걸어서 가로질러도 5분이 안 걸리는 땅입니다.
이 섬의 핵심은 완전히 헐벗었다는 것입니다. 나무도 없고 과일도 없어요. 과일박쥐에게는 먹을 게 하나도 없는 땅이죠. 그러니 박쥐는 밥이 나오는 곳 — 연구진이 세운 급식대 — 근처를 떠날 이유가 없습니다. 울타리 없이 울타리를 친 셈입니다. (그래도 두 마리가 바다 쪽으로 나갔는데, 이 박쥐들은 헤엄을 잘 쳐서 물 위에 뜬 채 떠 있었고 불 끈 보트가 건져 왔습니다. 그 두 마리는 이후 방류에서 제외했고요.)
실험 규모는 이렇습니다.
| 항목 | 값 |
|---|---|
| 박쥐 | 이집트과일박쥐 6마리(수컷) |
| 기록 부위 | 등쪽 앞해마이행부 · 팽대후부겉질 |
| 분석에 쓴 뉴런 | 406개 |
| 그중 머리방향세포 | 97개 (24%) |
| 야외 비행 | 301회 · 기록 세션 22회 |
| 비행 거리 중앙값 | 99.7 m (사분위 39~210 m) |
| 세션 길이 | 대개 30~50분 |
박쥐 6마리에 뉴런 406개. 요즘 신경과학 논문 기준으로 큰 숫자는 아닙니다. 실험실이라면 한 연구실이 몇 달이면 뽑을 양이에요. 그런데 이건 인도양 한가운데 텐트를 치고, 사이클론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1년에 3~4주씩 두 해에 걸쳐 모은 숫자입니다. 이 대목은 6절에서 다시 짚겠습니다.
03모자이크인가, 하나의 나침반인가
연구진이 세운 질문은 아주 깔끔했습니다. 가능성은 두 가지예요.
모자이크 가설. 뇌는 넓은 공간을 조각조각 나눠서 다룹니다. 서쪽 해안에 있을 때와 남쪽 해안에 있을 때, 같은 세포라도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거죠. 각 구역의 지형지물에 따로따로 묶여 있으니까요. 그럴듯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낯선 동네에서 골목마다 방향 감각이 새로 잡히는 경험을 하잖아요.
전역 나침반 가설. 세포 하나가 섬 전체에서 똑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어디에 있든 북동쪽을 향할 때만 켜지는 거죠. 진짜 나침반처럼요.
답은 전역 나침반이었습니다. 연구진은 각 세포의 데이터를 공간적으로 반씩 갈라 봤어요. 섬의 긴 축을 기준으로 한 번, 서쪽 해안 쪽과 남쪽 해안 쪽으로 한 번. 두 경우 모두 반쪽과 반쪽의 선호 방향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긴 축 분할 원형 상관 ρ = 0.65, P = 7.3×10⁻⁹; 서·남 해안 분할 ρ = 0.52, P = 4.7×10⁻⁴). 예로 든 세포는 두 반쪽의 튜닝 곡선이 거의 포개졌고요(r = 0.99).
연구진은 반대 증거도 일부러 찾아 나섰습니다. "국소적으로는 방향에 예민한데 전체적으로는 아닌" 모자이크형 세포를 골라내는 분석을 따로 돌렸죠. 213개 중 32개(15%)가 후보로 걸렸는데, 뜯어보니 이들은 국소 튜닝조차 뭉툭했습니다. 국소적으로는 날카로운데 전역적으로는 흐린 세포 — 진짜 모자이크 세포라면 있어야 할 그 조합이 사실상 없었어요. 연구진은 이들을 모자이크 세포가 아니라 그냥 약하게 튜닝된 다른 부류로 봤습니다.
직접 골라 보기 — 섬 위 어디에 있느냐가 바늘을 돌릴까요?
박쥐가 있는 위치를 하나 고르면, 두 가설이 각각 예측하는 같은 세포 하나의 선호 방향을 나란히 그려 줍니다. 두 가설의 내용과 실제 결과는 바로 위 문단에 그대로 있으니, 이 부분이 열리지 않아도 글은 완결됩니다.
오른쪽 바늘의 방향(북동쪽)은 설명을 위해 고른 예시입니다. 실제로는 세포마다 선호 방향이 제각각이고, 논문에서 그 분포는 모든 방향에 고르게 퍼져 있었습니다(균일성 검정 P = 0.67). 이 인터랙션이 보여 주려는 건 특정 각도가 아니라 위치를 바꿔도 각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왼쪽 바늘의 각도는 모자이크 가설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 주려고 임의로 정한 값이지 측정치가 아닙니다.
달과 별이 왜 나침반의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지는, 그것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유부터 보면 분명해집니다.
SIM 지구의 자전달과 별이 밤새 움직이는 이유 — 야외 나침반이 풀어야 했던 바로 그 문제 →
04달이 떠도, 구름에 가려도
이제 1절에서 남겨 둔 곤란한 질문 차례입니다. 실험실에서는 멀리 있는 시각 단서를 돌리면 나침반이 따라 돌았죠. 야외에서 가장 멀고 밝은 단서인 달이 뜨고 지면, 나침반도 따라 돌까요?
운 좋게도 이건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실험입니다. 하늘이 알아서 조건을 바꿔 주니까요. 비교는 두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달이 뜨고 지는 비교는 같은 뉴런을 두 시간쯤 간격으로 두 번 기록해서 맞춰 봤고, 구름 비교는 한 세션 안에서 두꺼운 구름이 달과 별을 가린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을 갈랐습니다.
결과는 아무 일도 없었다였습니다. 선호 방향이 그대로였어요(원형 상관 ρ = 0.85, P = 0.002). 튜닝 곡선의 유사도도 높았고(중앙값 r = 0.84), 봉우리의 폭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P = 0.30). 달이 있든 없든 바늘은 같은 곳을 가리켰습니다.
다만 여기서 숫자를 정확히 짚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비교가 가능했던 건 박쥐 4마리에서 뉴런 20개뿐이에요. 같은 세포를 조건이 바뀔 때까지 놓치지 않고 붙잡고 있어야 하니 그렇습니다(달 없는 조건 10개는 달이 진 경우, 나머지 10개는 구름에 가린 경우). 효과가 뚜렷하고 통계도 잡혔지만, 20개는 20개입니다.
그럼 자기장은요? 새들이 지구 자기장을 쓴다는 건 잘 알려져 있으니 자연스러운 질문이죠. 실제로 이 논문에는 자기수용 연구의 대가인 헨리크 모우리첸이 공저자로 들어가 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자기 나침반은 아니라는 쪽인데, 근거가 세 갈래입니다.
- 나침반이 며칠에 걸쳐 안정화됐습니다(다음 절). 지구 자기장은 첫날 밤부터 똑같이 있었는데도요.
- 같은 세포의 선호 방향이 텐트 안에서 날 때와 밖에서 날 때 서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지구 자기장은 실내나 실외나 같습니다.
- 이스라엘의 비행 터널에 헬름홀츠 코일을 설치해 지구 자기장보다 조금 센 자기장을 켰다 껐다 해 봤습니다. 신경 반응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자기장이 무엇이고 물질이 자기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한 번 만져 보고 오면, 위 논쟁의 무게가 훨씬 잘 느껴집니다.
SIM 자성체의 종류강자성·상자성·반자성 — 생물이 자기장을 '느낀다'는 게 왜 까다로운 주장인지 →
05나침반은 배워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가 이 논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달도 별도 아니고 자기장도 아니라면, 나침반은 뭘 붙잡고 방향을 정한 걸까요. 남은 후보는 지형지물입니다. 섬의 해안선, 절벽, 큰 바위, 연구진의 텐트, 급식대 같은 움직이지 않는 것들이요.
그런데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삼으려면 대가가 있습니다. 여러 개의 지형지물이 서로 어떤 배치로 놓여 있는지를 먼저 익혀야 하거든요. 달을 보고 방향을 잡는 건 쉽습니다 — 밝고, 하나고, 바로 보이니까요. 대신 믿을 수 없죠. 지형지물은 반대입니다. 배우기 까다롭지만, 한번 익히면 밤새 제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날짜별로 데이터를 다시 갈라 봤습니다. 박쥐가 섬을 처음 밟은 날부터 기록했으니 가능한 분석이었죠.
처음 두 밤, 나침반은 흔들렸습니다. 한 세션 안에서도 선호 방향이 슬금슬금 밀렸어요. 세션의 첫 10분을 앞뒤 5분씩 갈라 비교하고 마지막 10분도 같은 식으로 갈라 봤더니, 밤이 쌓일수록 그 어긋남이 줄었습니다(ρ = −0.38, P = 0.002 / ρ = −0.50, P = 0.0005). 세션 안에서 방향이 밀리는 속도도 뒤로 갈수록 느려졌고요(ρ = −0.60, P = 10⁻⁸). 공간적 안정성 역시 밤이 쌓이며 좋아졌습니다(ρ = 0.31, P = 0.015). 세 번째 밤부터 여섯 번째 밤까지는 세션 내내 선호 방향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타고난 나침반이라면 첫날 밤부터 정확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이게 배운 것이라는 가장 강한 단서입니다.
한 가지 더. 연구진은 달과 별의 역할을 완전히 지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가능성을 하나 제안해요. 박쥐 6마리 중 5마리는 섬에서 맞은 첫날 밤이 달과 별이 잘 보이는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첫날에는 하늘을 기준 삼아 대충의 방향을 잡고 — 그 기준으로 지형지물들을 하나의 지도로 묶은 다음 — 며칠 뒤부터는 하늘 없이도 지형지물만으로 방향을 잡게 됐을 수 있다는 겁니다. 첫날 밤부터 이미 안정적이던 소수의 뉴런이 있었던 것도 이 설명과 맞아떨어지고요.
사실이라면 이야기가 훨씬 예뻐집니다. 하늘은 버려진 게 아니라 발판으로 쓰이고 치워진 것이 되니까요. 다만 이건 저자들이 "가정한다(hypothesize)"고 명시한 가설입니다. 이 논문이 직접 시험한 게 아니에요.
지형지물을 붙잡으려면 먼저 그것을 감지해야 합니다. 논문은 시각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봅니다 — 이집트과일박쥐는 눈이 아주 밝아서, 논문이 측정한 섬의 밤 밝기(0.001~0.15 럭스)보다 훨씬 어두운 곳에서도 볼 수 있거든요. 다만 논문은 후각과 반향정위도 함께 후보로 열어 두었습니다. 어느 감각으로 지형지물을 잡았는지까지 가른 실험은 아니에요.
SIM 물체를 보는 과정빛 → 눈 → 신경 → 뇌. 지형지물이 나침반이 되려면 먼저 이 경로를 지나야 합니다 →
06이 연구가 말하지 않은 것
좋은 연구일수록 경계선을 정확히 그어 두는 게 중요합니다. 이 논문이 보여 준 것과 보여 주지 않은 것을 갈라 보겠습니다.
- '머리 방향'을 직접 잰 게 아닙니다. 논문이 스스로 첫 번째로 꼽은 한계예요. 나는 동안의 튜닝 곡선은 GPS 속도로 계산한 진행 방향을 머리 방향의 대용으로 썼습니다. 그쪽이 훨씬 정밀하게 측정되거든요. 이집트과일박쥐에서 둘은 매우 잘 맞지만(ρ = 0.88), 급선회하는 순간에는 어긋납니다. 실제로 비행 곡률이 큰 구간에서 튜닝이 조금 넓어진 것도 이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논문은 적습니다.
- 박쥐 6마리, 수컷입니다. 뉴런 406개 중 머리방향세포 97개. 달 비교는 그중에서도 뉴런 20개·박쥐 4마리로 좁혀집니다. 야외 기록의 물리적 한계지만, 한계인 건 한계입니다.
- 완전한 '야생'은 아닙니다. 박쥐들은 원래 그 섬에 살던 게 아니라 본토에서 잡아 옮겨졌고(6마리 중 5마리는 같은 바다 동굴 출신), 나무 한 그루 없는 섬에서 연구진의 텐트와 급식대를 기준점 삼아 날았습니다. 야외이고 실제 규모인 건 맞지만, 원래 살던 숲에서 먹이를 찾는 박쥐의 뇌를 잰 건 아니에요.
- 거리도 짚어야 합니다. 비행 거리 중앙값은 99.7미터입니다. 실험실 상자(1미터 안팎)보다 백 배 크지만, 이집트과일박쥐가 야생에서 매일 오가는 수십 킬로미터와는 또 다릅니다. "전역 나침반"의 '전역'은 이 섬 규모에서라는 뜻입니다. 논문도 "적어도 섬의 규모에서는"이라고 못 박아 두었고요.
- 자기장 배제는 정황입니다. 4절의 주의 상자 그대로입니다.
- 첫날 밤 하늘이 발판이었다는 건 가설입니다. 5절 그대로예요.
- 사람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머리방향세포에 해당하는 신호가 있다고 보지만, 이 연구는 박쥐 연구입니다. 여기서 "길치는 왜 길치인가" 같은 결론으로 건너뛸 수는 없어요.
그럼 무엇이 남을까요. 두 가지가 남는다고 봅니다.
첫째는 안심입니다. 40년간 상자 안에서 알아낸 머리방향세포의 성질들이 — 봉우리 하나짜리 날카로운 튜닝(실험실 설치류보다 살짝 넓긴 했습니다. 반높이 폭 117 ± 35도), 위치와 무관한 방향 부호화 — 밖에서도 대체로 그대로였습니다. 실험실 신경과학이 만들어 낸 인공물이 아니었다는 뜻이죠.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확인입니다. 자주 이런 검증은 안 해 보고 넘어가거든요.
둘째는 뒤집힘입니다. 실험실 규칙대로라면 야외의 나침반은 달을 따라 돌아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뇌는 더 쉬운 단서를 일부러 무시하고 더 계산이 많이 드는 쪽을 골랐어요. 논문의 표현을 빌리면, 이런 신경망 모형은 "믿을 수 없는 동적 단서를 무시하는" 것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무엇을 볼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볼지를 배운 셈이죠.
- 머리방향세포 — 위치와 무관하게 머리가 특정 방향을 향할 때 발화하는 세포. 1984년 짐 랭크가 우연히 발견(정식 논문 1990년). 장소세포·격자세포와 함께 뇌의 공간 회로를 이룹니다.
- 40년 만의 야외 기록 — 탄자니아 앞 무인도 라탐섬(약 350×250 m)에서 이집트과일박쥐 6마리에 무선 신경로거+GPS를 달아 나는 동안 기록. 뉴런 406개 중 97개(24%)가 머리방향세포, 비행 301회.
- 답은 전역 나침반 — 섬을 공간적으로 반씩 갈라도 선호 방향이 유지됐습니다(ρ = 0.52·0.65). 구역마다 방향이 달라지는 '모자이크' 세포는 사실상 찾지 못했습니다.
- 달·별과 무관 — 달이 지평선 아래일 때, 구름에 가렸을 때 모두 튜닝이 유지(ρ = 0.85, 중앙값 r = 0.84). 단 뉴런 20개·박쥐 4마리 규모의 비교입니다.
- 자기 나침반은 아닌 쪽 — 며칠에 걸친 안정화, 실내외 튜닝 회전, 터널 내 코일 실험의 음성 결과. 세 정황이 모이지만 섬에서 직접 한 검증은 아닙니다.
- 배우는 나침반 — 처음 두 밤은 불안정, 세 번째~여섯 번째 밤에 안정화. 지형지물의 배치를 익히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첫날 밤엔 달·별이 초기 기준점 노릇을 했을 수 있다는 건 저자들의 가설입니다.
- 단, 잰 것은 '진행 방향' — 비행 중 튜닝은 GPS 진행 방향을 머리 방향의 대용으로 계산했습니다(둘의 상관 ρ = 0.88). 논문이 스스로 첫 번째로 적은 한계입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죠. 뇌 속 나침반은 왜 사흘째 밤이 되어서야 정확해졌을까요? 그게 나침반이 아니라 지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진짜 나침반은 상자에서 꺼내는 순간부터 북쪽을 압니다. 박쥐의 나침반은 며칠 밤을 날아다니며 섬의 지형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를 익힌 뒤에야 방향을 붙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이 붙든 건 지리적 북쪽이 아니에요 — 선호 방향은 세포마다 제각각이고 모든 방향에 고르게 퍼져 있었으니까요. 각자 학습된 기준점을 붙든 겁니다. 방향 감각이란 타고나는 감각이 아니라 쌓아 올린 것이라는 뜻이죠.
낯선 도시에 도착한 첫날,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죠. 그러다 사나흘쯤 지나면 어느 순간 몸이 먼저 방향을 압니다. 그 사나흘 동안 사람 머릿속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는 — 이 연구가 답한 질문이 아닙니다. 박쥐 여섯 마리와 섬 하나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예요. 다만 다음에 낯선 도시에서 그 순간이 오면, 저는 라탐섬의 첫 이틀 밤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Palgi, S.; Ray, S.; Maimon, S. R.; Waserman, Y.; Ben-Ari, L.; Eliav, T.; Tuval, A.; Cohen, C.; Keyyu, J. D.; Ali, A. I.; Mouritsen, H.; Las, L.; Ulanovsky, N. (2025). Head-direction cells as a neural compass in bats navigating outdoors on a remote oceanic island. Science 390(6770), eadw6202. DOI: 10.1126/science.adw6202 · PMID: 41100626. 저자 연구실이 공개한 전문 PDF. — 본문의 숫자는 이 논문(본문·Methods·보충자료)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라탐섬 약 350×250 m, 본토에서 ~50 km·잔지바르에서 ~70 km, 나무·먹이가 없는 무인도라 박쥐가 급식대를 떠나지 않도록 선택. 논문 전체 피험동물은 수컷 이집트과일박쥐(Rousettus aegyptiacus) 8마리 — 섬 실험 6마리 + 이스라엘 터널 실험 2마리로, 나머지 2마리는 섬에 간 적이 없습니다(본문 2절의 탈출 이야기와는 무관합니다). 섬 기록은 6마리 전원의 데이터를 씁니다. 6마리 모두 다르에스살람 지역에서 야생 성체로 포획했고 그중 5마리는 바닷가 동굴 출신이라 파도 소리·냄새에 익숙했습니다. 바다에 내려 보트가 회수한 개체는 bat 3·6으로 둘 다 섬 6마리 안에 있고 데이터도 그대로 분석에 포함되며, 이후 추가 방류만 중단했습니다. 기록 부위는 등쪽 앞해마이행부(dorsal presubiculum, 59/97)와 팽대후부겉질(retrosplenial cortex, 38/97)이며 두 영역 간 큰 차이가 없어 통합 분석했습니다 — 본문 표에 두 부위를 함께 적은 이유입니다. 포함 기준을 통과한 뉴런 406개 중 97개(24%)가 머리방향세포. 야외 세션 22회(밤 18회) 중 총 301회 비행, 비행 거리 중앙값 99.7 m(사분위 39.1~210.3 m), 세션 30~50분. 공간 이분할 시 선호 방향 유지(원형 상관 ρ = 0.52, P = 4.7×10⁻⁴ 및 ρ = 0.65, P = 7.3×10⁻⁹; 각 n = 50·85 세포), 예시 세포 r = 0.99. 선호 방향의 모집단 분포는 균일(Kuiper 검정 P = 0.67). 모자이크 세포 탐색에서 213개 중 32개(15%)가 후보였으나 국소 튜닝이 뭉툭해 "진짜 모자이크 세포의 설득력 있는 증거 없음"으로 결론. 달 조건 비교는 박쥐 4마리·뉴런 20개(달이 진 경우 10개 + 구름에 가린 경우 10개)에서 원형 상관 ρ = 0.85, P = 0.002, 튜닝 곡선 상관 중앙값 r = 0.84(P = 2.7×10⁻⁵), 튜닝 폭 변화 없음(P = 0.30). 밤에 걸친 안정화는 세션 초·후반 10분 기준 ρ = −0.38(P = 0.002)·ρ = −0.50(P = 0.0005), 세션 내 표류 속도 ρ = −0.60(P = 10⁻⁸), 공간 안정성 ρ = 0.31(P = 0.015)이며 논문은 "처음 두 밤에 덜 안정적이었고 며칠에 걸쳐 안정화", "3~6일째에 높은 안정성"으로 서술합니다. 섬의 밤 밝기 0.001~0.15 럭스. 논문이 스스로 첫 번째로 적은 한계는 튜닝 곡선을 머리 방향이 아니라 진행 방향(heading direction)으로 계산했다는 점입니다("A potential limitation of this study is that we computed tuning curves to heading direction rather than head direction") — GPS 속도로 얻는 진행 방향이 훨씬 정밀하고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며, 이집트과일박쥐에서 두 값의 원형 상관은 ρ = 0.88입니다. 다만 급선회 구간에서는 어긋날 수 있고, 실제로 비행 곡률이 큰 순간에 튜닝이 조금 넓어진 것을 저자들은 이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본문 6절에 이 한계를 첫 항목으로 넣은 이유입니다. 또 튜닝 폭은 반높이 기준 117 ± 35°로, 논문은 설치류 앞해마이행부 보고치보다 "약간 넓다"고 적습니다. 바다에 내린 박쥐를 불 끄고 대기하던 보트가 회수한 사례가 2회 있었고 해당 개체는 이후 방류에서 제외했습니다.
- 자기장에 관한 논문의 실제 서술(위 논문 보충자료 및 본문). 논문 요약은 "자기장에 기반한 신경 나침반도 배제했다(We also ruled out a magnetic field–based origin)"고 단정형으로 씁니다. 그런데 본문이 실제로 제시하는 근거는 세 갈래이고, 결론 문장은 훨씬 약합니다 — 본문 4절에서 "배제가 아니라 강한 정황"으로 구분한 근거가 이 격차입니다. ① 지구 자기장은 첫 밤부터 존재했는데도 방향 튜닝이 여러 밤에 걸쳐 변했다는 점, ② 실내 비행 텐트와 실외에서 선호 방향이 서로 회전해 있었다는 점(지구 자기장은 실내외가 동일), ③ 이스라엘의 비행 터널에 헬름홀츠 코일을 설치해 지구 자기장보다 약간 큰 자기장을 160° 방향으로 켰다 끄며 해마 CA1 장소세포를 기록했으나 차이가 없었다는 점. 세 번째 실험은 섬에 간 적 없는 이스라엘의 다른 박쥐 2마리를 대상으로, 실내 터널에서, 머리방향세포가 아닌 장소세포에서 얻은 음성 결과입니다 —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로 알려진 세포라 골랐다는 게 저자들의 논리고요. 논문의 결론 문장은 "our results argue against the use of a magnetic compass by these bats" 및 "unlikely to depend on the Earth's magnetic field"이며, 저자들은 비이주성 박쥐에서 자기수용의 설득력 있는 증거가 아직 없다는 점도 함께 적습니다. 본문 4절에서 이를 "배제가 아니라 강한 정황"으로 구분해 쓴 근거입니다. 세 번째 실험이 섬이 아닌 실내 터널에서, 머리방향세포가 아닌 장소세포를 대상으로 이뤄진 음성 결과라는 점도 논문 Methods에 그대로 나옵니다.
- 첫날 밤 천체가 초기 기준점이었을 가능성은 논문 고찰의 가설입니다. 저자들은 6마리 중 5마리에게 섬에서의 첫 밤이 달과 별이 보이는 밤이었음을 언급하며 "We therefore hypothesize…"로 시작하는 문단에서 이 가능성을 제시하고, 첫날부터 안정적이던 일부 뉴런의 존재로 뒷받침합니다. 검증된 결과가 아니라 가설이라는 구분을 본문 5절에 명시했습니다.
- Taube, J. S.; Muller, R. U.; Ranck, J. B. Jr. (1990). Head-direction cells recorded from the postsubiculum in freely moving rats. I. Description and quantitative analysis. Journal of Neuroscience 10(2), 420–435. — 1절의 근거. 머리방향세포의 최초 정식 기술과 정량 분석입니다. 최초 발견 자체는 랭크의 1984년 학회 초록(Society for Neuroscience Abstracts)이며, 정식 논문까지 6년이 걸린 경위(동료 밥 뮐러의 제안으로 영상 추적 장비 개발을 기다림)는 2025년(온라인 2024-12) Hippocampus의 회고 논문 "The Discovery of Head Direction Cells: A Personal Account"(DOI: 10.1002/hipo.23670)에 정리돼 있습니다. 전극이 예정보다 안쪽(medial)으로 들어가 앞해마이행부(presubiculum)의 등쪽을 지난 것이 발견의 계기였다는 서술도 같은 자료에서 왔습니다. 이 등쪽 부분을 문헌에서는 흔히 뒤해마이행부(postsubiculum)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1990년 논문 제목의 "postsubiculum"과 팔기 논문의 "dorsal presubiculum"은 같은 구역을 가리키는 두 이름입니다 — 본문에서 두 이름을 나란히 소개한 이유입니다.
- Phys.org — Bats' brains reveal a global neural compass that doesn't depend on the moon and stars (2025-10-16, 바이츠만 연구소 보도자료 기반). — 원정 과정(2023년 2월 첫 시즌에 사이클론 프레디로 첫 주 비행 불가, 다르에스살람의 시설을 임시 실험실로 개조)과 울라노프스키의 코멘트 출처. 다만 이 보도자료에서 "자기장에 의존하지 않는다"를 단정형으로 쓴 대목은 논문 본문의 표현보다 강해, 본문에서는 논문 쪽 표현을 따랐습니다.
- Quanta Magazine — How Animals Build a Sense of Direction (2026-01-21). — 머리방향세포 연구사의 맥락과, 이 연구를 "야외의 크고 복잡한 공간에서 항법 세포를 기록한 전례 없는 작업"으로 평가한 제임스 크니림(존스홉킨스)의 코멘트. 이 기사와 논문의 밤 수 서술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기사는 5~6일째 언급, 논문은 "처음 두 밤 불안정·3~6일째 높은 안정성"), 본문에는 논문의 서술을 따랐습니다.
- 본문의 "전역 나침반의 '전역'은 섬 규모"라는 단서는 논문이 직접 적은 제한입니다("…argues against a mosaic representation, at least on the scale of the island"). 이집트과일박쥐가 야생에서 수십 km를 통근한다는 것은 같은 연구실의 선행 연구(Toledo et al., Science 2020, 야생 박쥐의 인지 지도 기반 항법)에서 확립된 사실로, 이 논문이 다룬 규모와 구분하기 위해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