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종을 ‘자연 상태에서 교배해 생식 능력이 있는 자손을 낳을 수 있는 무리’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종으로 치는 두 물고기가 한 못에 갇혀 실제로 잡종을 낳았고, 그 잡종이 또 새끼를 낳았다면요? 두 종은 하나로 섞여 버릴까요, 아니면 도로 갈라설까요. 2011년 3월 11일의 쓰나미가 일본 이와테현 오쓰치에 그 실험장을 만들었고, 연구진은 그 못의 물고기 유전체를 9년 동안 따라갔습니다.
01쓰나미가 판 못, 거기 모인 두 종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와 지반 침하로 오쓰치 시가지였던 곳이 물에 잠겼고, 땅속에서 솟는 샘물(용천수)이 고여 새 못들이 생겼습니다. 2012년 7월 22일, 연구진은 이 못에서 큰가시고기속(Gasterosteus) 물고기를 처음 발견합니다. 유전자를 보니 두 종의 잡종 집단이었어요.
- 큰가시고기(Gasterosteus aculeatus). 이 지역의 큰가시고기는 평생을 민물에서 삽니다. 원래 주변 하천의 샘물 구간에 살던 물고기예요.
- Gasterosteus nipponicus. 영어 이름은 Japan Sea stickleback입니다. 강어귀나 민물에서 알을 낳고 새끼는 바다로 내려가 자라는 종이에요. 2014년에야 큰가시고기에서 갈라 새 종으로 기재됐고, FishBase가 적는 분포에는 한반도 동해안과 남해안도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큰가시고기’라고 불러 온 물고기 가운데 이 종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뜻인데, 국내 집단의 분류와 한국어 정식 이름은 제가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학명을 따 니포니쿠스라고 부르고, ‘큰가시고기’는 좁은 뜻의 G. aculeatus만 가리킵니다.
연구진의 추정은 이렇습니다. 밀려든 파도가 바다의 니포니쿠스를 데려왔고, 빠져나가는 물이 상류의 큰가시고기를 쓸어 왔을 것이다. 누가 본 것은 아니어서 논문도 ‘아마도(probably)’를 붙입니다.
두 종은 약 68만 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논문이 잰 값이 아니라 2018년 선행 연구에서 가져온 추정치예요. 생식적 격리는 강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아서, 실험실에서는 교배가 됩니다. 오쓰치의 하천에서는 니포니쿠스도 잡힙니다. 논문이 ‘쓰나미 전’ 기준 표본으로 쓴 것 가운데 나마이사와강의 니포니쿠스가 16마리예요. 다만 이번 분석에서 쓰나미 전 표본 가운데 잡종은 나오지 않았고, 쓰나미 전에 태어난 물고기의 전체 유전체를 따로 읽어 봐도 오쓰치에만 있는 과거 유전자 이입의 흔적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앞선 연구가 이 일대에 낮은 수준의 유전자 이입이 있었을 수 있다고 본 것은 논문도 인정합니다.
022012년, 38%가 잡종 — 그런데 유전체의 38%는 아닙니다
이 못의 물고기는 한 해에 한 세대가 지나갑니다(몸길이 분포로 확인). 연구진은 2011년에 태어난 물고기를 1세대로 셉니다. 2011년 번식기에 두 종 사이에서 잡종 첫 세대(F1)가 태어났고, 그 F1이 2012년에 다시 번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논문의 풀이입니다.
2012년 번식기에 태어난 물고기를 분석하니 38%가 잡종이었습니다. 내역이 중요해요.
- 32.8%는 F1이 큰가시고기와 다시 교배해 낳은 자손(BC1, 123마리)
- 5.2%는 F1끼리 낳은 자손(F2, 20마리)
그러니 ‘잡종 38%’를 ‘유전체의 38%가 니포니쿠스’로 읽으면 안 됩니다. BC1은 유전체의 4분의 1쯤만, F2는 절반쯤만 니포니쿠스에서 왔으니까요. 실제로 논문 보충 표 8을 보면 2012년 표본에서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의 빈도는 약 0.09, 그러니까 9% 안팎입니다. 9년 동안 지켜본 변화는 50%에서 0%가 아니라 9%쯤에서 0에 가까운 값까지예요.
그럼 처음에는 얼마나 섞였을까요. 그건 아무도 재지 못했습니다. 첫 채집이 2012년 여름이니까요. 연구진은 06절에서 볼 ‘약한 불화합’ 모형의 모의실험에서 처음에 니포니쿠스가 40~60%였다고 놓았을 때 2세대의 섞인 모습과 그 뒤의 변화가 함께 재현됐다고 보고합니다. 관측이 아니라 모형이 가리키는 범위입니다.
방법도 짚어 두겠습니다. 9년 동안 쓰나미 못에서 채집한 물고기는 2,698마리이고, 연도별 빈도 계산에 들어간 것은 그 가운데 1,514마리입니다(그림 3 설명의 연도별 수를 제가 더한 값). 가슴지느러미에서 DNA를 뽑아, 제한 효소로 자른 자리 주변만 읽는 방법(ddRAD-seq)으로 분석했습니다. 유전체 전체를 읽은 게 아닙니다. 그 가운데 두 종이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로 고정돼 있는 667개 자리를 골라, 해마다 니포니쿠스 쪽 대립유전자가 몇 %인지를 셌어요.
03해마다 얼마나 남았나 — 직접 넘겨 보기
아래에서 연도를 고르면 그해의 값이 나옵니다. 667개 자리를 연구진은 세 무리로 나눴습니다. 생식적 격리에 관여한다고 실험으로 확인된 자리 근처(65개), 못에서 니포니쿠스 쪽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고 나온 자리 근처(11개), 그리고 나머지 유전체 배경(591개)입니다.
오쓰치 쓰나미 못의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 빈도, 2012~2020
논문 보충 표 8의 값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표에는 무리마다 열이 둘(mean·median) 있어서 둘 다 그렸어요. 표본 수는 본문 그림 3 설명, 채집 수는 방법 절의 것입니다.
밝은 초록 막대가 표에서 mean으로 표기된 열, 회색 막대가 median으로 표기된 열입니다. 가로축 끝은 0.11이에요. 표에는 평균이 0.000인데 중앙값이 0.007인 칸이 있습니다(2016·2020년 유전체 배경). 빈도는 0보다 작을 수 없으니 평균이 0이면 중앙값도 0이어야 해요. 이런 칸이 표에 여럿 있어서, 표기 그대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두 열의 제목이 서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봅니다. 저자에게 확인한 것은 아니어서, 여기서는 표에 적힌 제목 그대로 두었습니다.
넘겨 보면 두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격리 자리 쪽이 배경보다 낮습니다. mean으로 표기된 열로 0.062 대 0.088, 0.018 대 0.041이고, 다른 열로 봐도 같은 방향이에요. 둘째, 2015년쯤부터는 세 무리가 모두 0.03 아래로 내려와 값이 서로 가까워져요. 그렇다고 차이가 사라졌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해마다 따로 한 검정(본문 그림 3a)에서 격리 자리와 배경이 같은 글자로 묶인 해는 2015년뿐이고, 나머지 여덟 해는 서로 다른 글자예요. 반면 세대별로 다시 묶은 분석(보충 그림 6)에서는 10세대에 세 무리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 10세대 표본(59마리)에서는 667개 자리 가운데 629개에서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가 한 개도 잡히지 않았어요. 뒤집어 말하면 38개 자리에는 남아 있었습니다.
배경 값이 2016년보다 2017년에 조금 높게 나온 것도 눈에 띕니다. mean 표기 열로는 0.000에서 0.009, median 표기 열로는 0.007에서 0.012예요. 사라진 대립유전자가 돌아왔다기보다, 2016년에 분석한 물고기가 25마리뿐이고 해마다 채집한 못이 달랐다는 점을 먼저 떠올릴 만합니다. 논문은 이 오르내림을 따로 설명하지 않으니, 이 문단은 제 풀이입니다.
04우연히 빠질 수도 있지 않나요
작은 집단에서는 대립유전자가 별 이유 없이도 사라집니다. 유전적 부동이지요. 연구진은 이 가능성부터 따졌습니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에 가시 한쪽을 잘라 표시하고 다시 잡는 방법으로 못의 개체 수를 22,485마리로 추정하고, 번식에 실제로 기여하는 크기(유효 집단 크기)가 그 100%, 10%, 1%인 세 경우를 가정했어요. 2세대의 실제 빈도에서 출발해 10세대까지, 선택 없이 우연만 작동하는 모형을 자리마다 1만 번씩 돌렸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667개 자리 가운데 98.7%, 97.8%, 85.3%(차례로 100%, 10%, 1% 가정)에서 실제 감소가 우연만으로 기대되는 것보다 빨랐습니다. 반대로 우연의 기대를 넘어 늘어난 자리는 0.3%, 0.3%, 0%였어요.
공개된 심사 기록을 보면 이 분석이 특히 세게 비판받았습니다. 한 심사위원은 개체 수를 사건 6~7년 뒤의 짧은 기간에만 쟀고 집단 크기가 일정했다고 가정한 점을 짚었고, 다른 심사위원은 병목과 선택을 겪은 집단의 유효 크기가 1% 가정보다도 작을 수 있다고 더 세게 비판합니다. 뒤 심사위원은 그러면서 더 중요한 논거를 짚어요. 부동에는 방향이 없는데, 여기서는 유전체 대부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 연구진은 방향에 관한 지적을 받아들여 ‘늘어난 자리’의 비율을 추가했고, 집단을 100마리로 줄인 모의실험에서도 10세대 안에 유전체 전반에서 빠지는 일은 재현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일부 자리의 변화에 부동이 끼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답변에 있습니다. 다만 이형접합도가 줄어든 속도로 유효 크기를 다시 추정하라는 권고는 선택이 함께 작용한 집단에서는 해석하기 어렵다며 따르지 않았고, 이 분석을 아예 빼라는 쪽 권고도 따르지 않고 남겼어요.
비판만 옮기면 공정하지 않겠지요. 유효 크기를 문제 삼은 바로 그 심사위원은 이 자료만으로도 실을 가치가 있다고 했고, 선택과 이동이 원인이라는 증거로는 모의실험보다 다음 절의 생존·이동 실험이 훨씬 낫다고 평가했습니다. 2차 심사에서 세 심사위원은 지적이 해결됐다고 적었고, 나머지 한 명은 주요 우려 대부분이 해결됐다며 사소한 의견 셋을 더 남긴 뒤 게재를 권했습니다.
05못 안에서 확인한 장벽들
이 논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실험입니다. 유전체 자료만 본 게 아니라, 쓰나미 못에 그물과 수로를 설치해 두 종과 잡종을 직접 넣어 봤거든요. 두 종을 갈라놓는 장벽 여럿이 이 못 하나에 겹쳐 있습니다.
민물에서 살아남기. 못 바닥에 가로 2 m, 세로 1 m 그물 가두리를 치고 물고기를 넣은 뒤 다섯 달 남짓 지나 건졌습니다.
| 넣은 물고기 | 넣은 수 | 살아남은 수 | 생존율 |
|---|---|---|---|
| 큰가시고기(순종 교배) | 60 | 53 | 88% |
| 니포니쿠스(순종 교배) | 60 | 2 | 3% |
| BC1 잡종(F1 × 큰가시고기) | 120 | 33 | 28% |
넣기 전과 건진 뒤의 BC1 유전자형을 견줘,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가 생존자에게서 유난히 줄어든 자리 다섯 곳을 찾았습니다(10·15·17·20번 염색체와 19번, 곧 조상 X 염색체). 변화 폭 하위 2.5%를 후보로 잡는 방식이라, 이 다섯 곳은 확정된 유전자가 아니라 후보 구간이에요. 거꾸로 니포니쿠스 쪽이 늘어난 자리도 세 곳 나왔습니다.
바다로 내려가려는 습성. 못에서 강어귀로 이어지는 물길에 여덟 칸짜리 수로를 놓고, 맨 위 칸에 물고기를 풀어 두 달 동안 맨 아래 덫에 누가 들어오는지 셌습니다. 못은 작은 터널로 강어귀와 이어져 있고, 바다에서 못으로 돌아오는 성어는 한 번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해요. 그렇다면 내려간 물고기의 유전자는 못에서 빠져나가는 셈이고, 논문은 이것이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가 줄어드는 데 한몫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 푼 물고기 | 푼 수 | 아래 덫 | 위 칸에 남음 | 회수 안 됨 |
|---|---|---|---|---|
| 니포니쿠스 | 100 | 17 | 9 | 74 |
| 큰가시고기 | 100 | 2 | 31 | 67 |
| BC1 잡종 | 200 | 81 | 77 | 42 |
BC1의 이동 여부로 유전자 지도를 그리니 10번 염색체와 조상 X 염색체에서 신호가 나왔습니다. 두 자리가 설명하는 형질 변이는 각각 8.75%와 5.1%로 크지 않아요. 그리고 이 두 구간은 위의 생존 후보 구간과 겹칩니다. 같은 유전자가 두 가지 일을 하는지, 가까이 붙은 다른 유전자들인지는 지금 해상도로는 가릴 수 없다고 연구진이 심사 답변에서 밝혔습니다. 한 심사위원은 이동 구간이 생존 구간과 겹치는 데다 실험 중에 죽은 물고기도 있으니 이동 신호가 생존과 뒤섞였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는데, 연구진은 10번 염색체 자리에서 살아남은 이형접합 개체 다수가 실제로 아래로 내려갔다는 점을 들어 답했습니다.
성적 격리와 잡종 수컷의 불임. 이 둘은 이번에 새로 잰 것이 아니라 같은 연구실의 2009년 Nature 논문에서 가져온 자리입니다. 9번과 19번 염색체에 있어요. 성적 격리 쪽 형질은 몸 크기, 구애 행동의 하나인 등 찌르기(dorsal pricking), 첫째 등가시 길이이고, 불임 쪽은 정자 수와 정소 크기입니다(보충 표 7). 니포니쿠스에서는 9번 염색체가 Y 염색체와 융합해 있어서, 그 짝인 9번이 ‘새 X 염색체(neo-X)’ 노릇을 합니다. 19번은 두 종이 함께 물려받은 원래의 X 염색체고요.
이 네 가지 장벽과 이어진 표지가 667개 가운데 65개입니다. 03절에서 본 대로 이 자리들의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가 배경보다 빨리 줄었습니다(스틸–드와스 검정, P < 0.05). 성염색체를 빼고 상염색체만 봐도 결과가 같았다고 논문은 적습니다.
하나 어긋난 것도 있습니다. 민물 적응의 열쇠로 알려진 지방산 유전자 Fads2(12번 염색체)는 이 못의 생존과 관련이 없었어요. 민물 먹이에는 보통 DHA가 모자라는데, 이 못 물고기의 위 내용물에는 DHA가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먹잇감 생물도 바다에서 함께 실려 왔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짐작입니다. 논문은 다른 가능성도 함께 적습니다. 이 자리가 니포니쿠스 쪽이 유리한 다른 자리와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실제로 가두리에서 니포니쿠스 쪽이 늘어난 세 곳 가운데 하나가 12번 염색체에 있습니다.
큰 장벽 몇 개는 첫 몇 세대에 걸러졌습니다. 그런데 장벽과 상관없어 보이는 나머지 유전체도 뒤따라 비워졌어요. 논문 제목의 ‘유전체 전반’이 가리키는 것은 이 두 번째입니다.
06큰 장벽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관측이 아니라 모의실험이 가리키는 가설입니다.
연구진은 염색체 21쌍을 가진 가상의 물고기 집단을 만들어 조건을 바꿔 가며 돌렸습니다. 선택이 전혀 없으면 10세대 안에 유전체 전반에서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효과가 큰 장벽 자리 몇 개만 넣어도 마찬가지였어요(처음 니포니쿠스 비율을 10% 아래로 놓으면 빠지기는 하지만, 그러면 2세대에 관측된 만큼 섞이지 않습니다). 까닭은 단순합니다. 장벽 자리의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는 첫 몇 세대에 다 걸러지고, 그 뒤에는 나머지 자리에 남은 니포니쿠스 조각을 솎아 낼 힘이 없으니까요.
관측과 맞은 것은 여기에 효과가 작은 ‘궁합 나쁜 유전자 쌍’을 유전체 곳곳에 많이 깔았을 때였습니다. 논문은 그중에서도 한 종의 우성 대립유전자와 다른 종의 열성 대립유전자가 만나면 손해가 나는 유형(2형 도브잔스키–뮐러 불화합)을 지목합니다. 이 유형은 F1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뒷세대에서 한쪽이 동형접합이 될 때 드러나요. 오쓰치를 재현한 대표 사례로 실린 조건은 처음 비율 0.5에, 쌍마다 적합도를 2%씩 깎는 350쌍입니다. 10%씩 깎는 조건도 여러 매개변수 조합에서 관측을 재현했다고 보충 그림 설명에 적혀 있어요.
조심할 점은, 이 쌍들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있다고 가정했을 때 관측이 재현됐다는 것입니다. 논문도 약한 불화합 자리를 실제로 찾아내는 일은 훨씬 어렵고, 이 가설을 검증하려면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고 적습니다. 한 심사위원은 공개된 코드를 읽어 보니 손해가 짝이 되는 대립유전자가 있느냐가 아니라 유전적 배경에 따라 정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계산에 쌍 사이의 상호작용이 실제로 들어 있고 혼란은 변수 이름과 주석에서 왔다며, 계산 논리는 그대로 두고 이름과 주석을 고쳤고 고치기 전후의 출력이 같음을 확인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결과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도 심사 과정에서 조정됐습니다. 잡종 집단에서 적게 섞인 쪽 조상 성분이 솎여 나간다는 것은 이론과 여러 선행 연구가 이미 예상하던 일이에요. 심사위원 둘이 이 점을 지적했고, 연구진은 새로운 것이 ‘빠진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과정을 자연 집단에서 실시간으로 본 것이라는 쪽으로 글의 틀을 고쳤다고 답했습니다. 이 틀이면 두 단계가 한 줄로 이어집니다. 큰 장벽들이 먼저 니포니쿠스를 소수파로 만들 수 있고, 그다음에는 유전체에 흩어진 많은 약한 불화합이 소수파 성분을 유전체 전반에서 솎아 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07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요
- 표지가 성깁니다. 667개 자리는 유전체 0.5~1백만 염기쌍마다 하나꼴이라고 한 심사위원이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더 길게 읽은 자료만으로 표지를 2,572개로 늘려 다시 분석해도 결과가 같았다고 답했지만, 논문 본문에 스스로 적어 뒀어요. 이 양상을 확인하고 기작을 밝히려면 전체 유전체를 읽어야 한다고.
- 다른 두 곳에는 더 많이 남았습니다. 연구진은 쓰나미를 맞은 이와이즈미와 구지의 서식지도 8년 뒤에 조사했습니다. 유전체 대부분이 큰가시고기인 잡종이 나왔고, 자리별 니포니쿠스 빈도가 오쓰치와 상관을 보여 비슷한 자리가 먼저 빠졌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런데 니포니쿠스 성분은 오쓰치보다 더 많이 남아 있었어요. 연구진은 처음 섞인 비율이 달랐던 것이 이 차이를 일부 설명할 거라는 가설을 내놓습니다. 이와이즈미에서는 12·13번 염색체에 니포니쿠스 성분이 유난히 높았는데, 적응에 유리해서인지 우연인지는 지금 자료로 가릴 수 없다고 논문이 적습니다. 이 두 곳은 한 시점만 본 자료입니다.
- 바다에서 가끔 더 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2014년 표본에 F1 잡종이 보입니다. 순종 니포니쿠스가 적어도 그해 번식기까지 못에 있었다는 뜻이에요. 바다에서 들어오는 물고기는 관찰되지 않았지만 가끔의 유입은 배제할 수 없다고 그림 설명에 적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유입은 니포니쿠스 성분을 늘리는 쪽이라, 줄어든 결과를 설명해 주지는 않아요. 반대로 큰가시고기가 계속 흘러들어 묽어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못이 큰가시고기의 원래 서식지와 떨어져 있어 그럴 법하지 않다고 논문이 적습니다. 지리에 기댄 판단이고 직접 잰 것은 아닙니다.
- 실험에 쓴 물고기는 한두 가족입니다. 가두리의 순종 물고기는 종마다 암수 한 쌍에서 얻었고, 순종 니포니쿠스의 부모는 오쓰치가 아니라 홋카이도 비와세강 근처에서 잡은 것입니다. BC1은 오쓰치 나마이사와강의 니포니쿠스 암컷 한 마리와 겐스이강의 큰가시고기 수컷 한 마리에서 F1을 얻고, 그 F1 암컷들의 알을 같은 수컷의 정자로 수정시킨 한 가계예요. 방법 절에 있는 사실이고, 이것을 한계로 꼽은 것은 논문이 아니라 저입니다. 생존율 88% 대 3%의 차이는 워낙 크지만, 후보 구간의 위치는 다른 가족으로 되풀이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 늘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닙니다. 논문이 직접 드는 반대 사례가 있습니다. 캐나다의 한 호수에서는 사람이 환경을 흔든 뒤 큰가시고기의 두 생태형이 도로 하나로 뭉개졌어요. 논문은 유전적 거리로 차이를 설명해 보려 합니다. 동물 전반을 다룬 선행 분석은 순 염기 차이(Da) 0.005~0.02를 종 분화의 과도기로 보는데, 이번 두 종은 0.01이고 다른 큰가시고기속(Gasterosteus) 쌍들은 0.005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겁니다. ‘이 생각과 맞는다’ 수준의 서술이고, 논문도 여러 거리의 종 쌍에서 같은 관찰이 더 필요하다는 말로 그 문단을 맺습니다.
- 논문이 따져 본 다른 설명들. 넘어온 쪽 종의 집단이 작아 해로운 돌연변이를 많이 지고 있었다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고 논문은 봅니다. 선행 연구에서 니포니쿠스 쪽 유효 집단 크기가 더 크고 해로운 변이도 더 적게 추정됐거든요. 자리별 감소 속도는 유전자 밀도와도, 두 종 사이 고정된 차이의 밀도와도 관련을 찾지 못했다고 논문은 적습니다. 재조합률과는 2·3세대에서만 약한 상관이 나왔는데, 재조합이 많은 곳일수록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가 덜 남아 있는 쪽이었습니다(빈도와 음의 상관). 재조합이 적은 곳에서 더 빨리 빠진다는 여러 선행 연구와는 반대 방향이에요. 왜 그런지는 논문도 가능성만 적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를 한 줄로 옮길 때 피해야 할 문장이 둘 있습니다. ‘쓰나미가 새 종을 만들었다’는 방향이 반대예요. 섞였던 집단이 한쪽 종으로 되돌아간 이야기입니다. ‘10년 만에 새 물고기로 진화했다’도 틀립니다. 집단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세대에 따라 변했으니 교과서의 정의대로 진화는 맞아요. 논문도 모의실험을 설명하며 ‘단기 유전체 진화’라는 말을 씁니다. 다만 새 대립유전자나 새 형질이 생긴 변화가 아니라, 섞여 들어온 대립유전자가 걸러진 변화였습니다. 실험이 가리키는 원인은 선택과 바다 쪽 이동이고요. 결과는 ‘새로움’이 아니라 ‘복원’에 가까웠습니다.
수업에서 종의 정의를 가르치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잡종이 새끼를 낳으면 같은 종 아닌가요?” 저는 오쓰치의 이 못이 좋은 대답이 된다고 봅니다. 두 종은 섞일 수 있었고, 실제로 섞였고, 잡종은 새끼도 낳았습니다. 그런데도 열 세대가 지나자 못의 유전체는 거의 한 종의 것으로 돌아갔어요. 몇몇 자리에는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가 남았지만요. 종의 경계는 ‘교배가 되느냐’라는 한 번의 판정보다, 섞인 뒤에 무엇이 걸러지느냐에서 더 잘 보일 때가 있습니다. 논문 감사의 글 첫 문장은 2011년 지진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과 그 가족에게 전하는 애도입니다.
- 2011년 쓰나미로 생긴 오쓰치의 샘물 못에서 민물 큰가시고기와 바다를 오가는 G. nipponicus가 교잡했습니다. 2012년에 태어난 물고기의 38%가 잡종(대부분 큰가시고기 쪽 역교배 자손)이었어요.
- 유전체에서 니포니쿠스 대립유전자의 빈도는 2012년 표본에서 약 0.09였고, 2020년에는 0에 가까웠습니다. 처음 섞인 비율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 민물 생존, 바다 쪽 이동, 성적 격리, 잡종 수컷 불임과 이어진 자리가 배경보다 먼저 빠졌습니다. 가두리 생존율은 큰가시고기 53/60, 니포니쿠스 2/60.
- 나머지 유전체까지 빠진 것은 큰 장벽만으로 설명되지 않았고, 약한 불화합이 유전체 곳곳에 많다고 가정한 모의실험에서 재현됐습니다. 그 자리들을 실제로 찾은 것은 아닙니다.
- 표지는 667개, 전체 유전체 해독은 아직. 쓰나미를 맞은 다른 두 곳에서는 니포니쿠스 성분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 새 종이 생긴 연구가 아니라, 섞인 뒤에도 종의 경계가 되돌아온 과정을 자연에서 실시간으로 본 연구입니다.
환경에 덜 맞는 변이가 세대마다 줄어드는 과정을 직접 돌려 보기 → SIM 변이와 자연선택 — 딱정벌레
집단 안의 변이 비율이 선택으로 바뀌는 모습 → SIM 갈라파고스 핀치의 적응 방산
이번 글과 반대 방향 — 한 조상에서 여러 종이 갈라지는 쪽 →
근거 · 1차 자료와 이 글의 한계
- Hosoki, T. K., Mori, S., Kagawa, K., Nishida, S., Kume, M., Nagano, A. J., Kanbe, H., Kakioka, R., Nakamoto, K., Iino, Y., Kodama, M., Oba, S., Seong, T., Kabeya, N., Ishikawa, A., Yoshida, K., Yamasaki, Y. Y., Kitano, J. "Rapid genome-wide purging following tsunami-induced hybridization in a stickleback population." Nature Ecology & Evolution (2026-09-25 온라인 게재,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권·호 미배정). doi:10.1038/s41559-026-03184-1. 오픈 액세스(CC BY-NC-ND 4.0). 본문·방법·확장 데이터 그림 설명 전문과 보충 정보 PDF를 내려받아 읽었습니다. 저널 페이지는 보충 그림 1~15와 보충 표 1~10이라고 적는데, 제가 받은 PDF에는 표가 9번까지만 있었습니다. 교신 저자는 호소키 다쿠야와 기타노 준(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
- 같은 논문의 Peer Review File(저널 페이지에 공개, CC BY 4.0). 04·05·06·07절에서 ‘심사위원’·‘심사 답변’이라고 한 내용의 출처입니다. 심사위원은 네 명이고 한 명(Andrius Dagilis)만 이름이 공개돼 있습니다. 어느 지적이 누구의 것인지는 이 글에서 번호로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 Kume, M., Mori, S., Kitano, J., Sumi, T., Nishida, S. Sci. Rep. 8, 1684 (2018). 논문 참고문헌 24번. 쓰나미 뒤 새 못의 물고기를 다룬 선행 연구이자, 01절 ‘낮은 수준의 유전자 이입 가능성’의 출처. 원문은 읽지 않았고 이번 논문이 인용한 범위에서만 썼습니다.
- Ravinet, M. 외. PLoS Genet. 14, e1007358 (2018). 참고문헌 25번. ‘약 68만 년 전 분기’의 출처. 원문은 읽지 않았습니다.
- Kitano, J. 외. "A role for a neo-sex chromosome in stickleback speciation." Nature 461, 1079–1083 (2009). 참고문헌 26번. 성적 격리·잡종 수컷 불임 자리와 새 성염색체의 출처. 원문은 읽지 않았고, 구간은 이번 논문 보충 표 7에 옮겨진 것을 봤습니다.
- Taylor, E. B. 외. "Speciation in reverse…" Mol. Ecol. 15, 343–355. 참고문헌 51번(논문 참고문헌 목록에는 2005년으로 적혀 있습니다). 07절 캐나다 호수 사례. 원문은 읽지 않았습니다.
- IFLScience, "The 2011 Japan Tsunami Created Hybrid Fish, But They Almost Completely Disappeared." iflscience.com. 이 글의 계기가 된 보도. 본문 서술에는 쓰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는 못의 물이 비로 채워졌다고 적는데, 논문은 샘물(spring-fed)이라고 적습니다.
이 글이 덧붙인 것. ① 두 표의 생존율과 ‘회수 안 됨’, 02절의 1,514마리, 03절의 ‘38개 자리’는 논문의 수로 제가 계산했습니다. ② 그림 4e의 막대가 회수 분모와 맞는다는 것은 보충 표 5·6의 수로 제가 맞춰 본 것입니다. ③ “BC1은 유전체의 4분의 1쯤, F2는 절반쯤이 니포니쿠스”는 교배 구조에서 나오는 기대값이고 논문 문장이 아닙니다. ④ 03절의 2016→2017년 오르내림 풀이, 07절의 ‘한두 가족’ 한계, 마지막 문단의 수업 이야기는 제 것입니다. ⑤ 유전적 부동·유효 집단 크기·동형접합 같은 풀이말은 제가 붙였습니다.
논문 안에서 맞춰 보기 어려웠던 숫자. 본문은 2012년 잡종을 “전체 표본의 38%”(BC1 123마리 32.8%, F2 20마리 5.2%)라고 적습니다. 이 마릿수와 비율로 거꾸로 셈하면 분모가 375~385마리쯤인데, 방법 절의 2012년 채집 수는 215마리, 그림 3의 2012년 분석 수는 113마리, 2세대 분석 수는 387마리입니다. 그림 2 설명이 “2012년 표본은 2012년 번식기에 태어난 어린 물고기”라고 하므로 38%의 분모는 2세대 묶음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지만, 논문에 분모가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2012년에 태어난 물고기의 38%”라고만 썼습니다. 보충 표 8의 mean·median 열 제목 문제는 03절 상자에 적었습니다. 가두리 실험 기간은 본문이 “6개월”, 방법 절 날짜로는 10월 9일~3월 20일(약 다섯 달 열흘)입니다. 본문 그림 4a의 큰가시고기 사망률 막대는 제 눈대중으로 15% 안팎인데, 방법 절의 53/60이면 약 12%입니다. 이 글의 표는 방법 절 마릿수를 따랐습니다.
읽은 범위와 읽지 못한 것. 보충 그림은 설명글만 읽었고 그림 자체를 판독하지는 않았습니다(본문 그림 2·3·4와 보충 표 8은 이미지로 확인했고, 03절의 검정 글자는 그림 3a에서 제가 읽은 것입니다). Dryad의 원자료·코드는 내려받지 못해 재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국립유전학연구소의 보도자료 원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어로 이 논문을 다룬 글은 제가 검색한 범위에서는 찾지 못했는데, 검색 도구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G. nipponicus의 기재 연도와 분포는 FishBase의 종 요약(Higuchi, Sakai & Goto 2014를 주 문헌으로 듦)에서 확인했고 원 기재 논문은 읽지 않았습니다. 한국 집단의 분류와 한국어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