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 뜨거워지고 팬이 도는 건 낭비입니다. 데이터센터 전기요금의 상당 부분이 결국 열을 식히는 데 쓰이고요. 반도체 공학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 잡음과 싸운 역사였습니다. 원자가 제멋대로 떨리는 열운동이 신호를 흔들지 못하도록, 전압 차이를 넉넉히 벌리고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붓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런 질문을 붙잡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길 수 없다면, 시켜 먹으면 안 되나?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진지한 제안입니다. 2026년 들어서만 Physical Review Letters와 npj Unconventional Computing에 관련 논문이 실렸고, 실제로 납땜된 회로도 있습니다. 다만 이 분야는 지금 기대치가 실물보다 한참 앞서 달리는 구간이라, 숫자 하나하나가 무엇을 뜻하는지 따져 읽어야 합니다.
01컴퓨터가 뜨거운 데는 원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961년 IBM의 롤프 란다우어가 이상한 주장을 합니다. 정보를 지우는 일에는 반드시 최소한의 열이 따른다는 것이었죠. 계산 그 자체는 원리적으로 공짜일 수 있다는 것 — 지우지만 않으면 된다는 가역 계산의 아이디어는 12년 뒤 같은 IBM의 찰스 베넷이 정리합니다.
이유는 이렇게 그려집니다. 비트 하나가 0이었는지 1이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만든다는 건, 두 갈래였던 가능성을 하나로 뭉갠다는 뜻입니다. 경우의 수가 줄어드니 그 계의 엔트로피가 줄어요. 그런데 열역학 제2법칙은 전체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걸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줄어든 만큼이 바깥으로 열이 되어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 최솟값이 kT·ln2입니다. 실온에서 계산하면 비트 하나당 약 3×10⁻²¹줄, 에너지 단위로는 0.018전자볼트쯤 되는 아주 작은 값이에요.
오랫동안 이건 사고실험이었습니다. 그러다 2012년, 리옹의 연구진이 광학 집게로 붙잡은 콜로이드 입자 하나를 이중 우물 퍼텐셜 안에서 조작해 실제로 재 봤습니다. 지우기를 천천히 할수록 방출되는 열이 줄어들다가 kT·ln2 근처로 수렴했어요. 한계는 실재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우리가 이 한계에서 얼마나 멀리 있느냐입니다. 트랜지스터 하나가 상태를 바꿀 때 쓰는 에너지는 이 최솟값의 수천 배에서 수백만 배에 이릅니다 — 어느 기준으로 재느냐에 따라 폭이 큽니다(22nm 공정의 게이트 충전 에너지로 잡으면 약 300만 배쯤 되고요).
왜 이렇게 멀까요. 흔히 '열잡음에 지지 않으려고'라고들 설명하는데, 그건 절반만 맞습니다. 스위칭 에너지는 대략 CV² — 전압의 제곱에 정전용량을 곱한 값이고, 이 중 정전용량이 특히 배선 쪽에서 크게 붙거든요. 열잡음은 전압 V를 어디 아래로는 못 내리게 바닥을 정할 뿐, 나머지 비용까지 혼자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칩 위에서 비트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데 드는 에너지가 게이트 하나를 스위칭하는 것보다 큰 경우도 흔하고요.
물리가 요구하는 최솟값과 우리가 실제로 내는 열 사이에는, 아직 여섯 자릿수쯤의 빈틈이 있습니다.
02그런데 물리학자에게 열잡음은 공짜 주사위입니다
관점을 바꿔 보죠. 어떤 계를 일정한 온도에 놔두면 어떻게 될까요. 가만히 멈춰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이 상태 저 상태를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게 아니에요 —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 더 오래 머뭅니다. 그 '오래'의 정도가 정확히 정해져 있고, 그게 볼츠만 분포입니다. 어떤 상태에 머무를 확률이 exp(−E/kT)에 비례한다는 것.
이 문장을 컴퓨터 쪽 언어로 옮기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확률분포에서 표본을 뽑는 일을, 물리계는 전기를 거의 안 쓰고 그냥 해내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디지털 컴퓨터로 이걸 하려면 난수 생성기를 돌리고 조건을 계산하고 값을 갱신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데 말이죠.
히어로 그림이 그 얘기입니다. 아래쪽 곡선이 에너지 지형이고, 위쪽 봉우리가 그 지형에서 계가 실제로 머무는 시간의 분포예요. 골짜기가 깊을수록 봉우리가 높습니다. 지형을 원하는 모양으로 깎아 둘 수만 있다면, 그 계를 켜 두는 것만으로 원하는 분포에서 표본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온도가 여기서 특별한 역할을 합니다. 온도는 그 분포의 폭을 정하는 손잡이예요. 뜨거우면 언덕을 쉽게 넘어 여기저기 헤매고, 차가우면 가장 깊은 골짜기에 눌러앉습니다. 뒤에 나올 체험기에서 이 손잡이를 직접 돌려 보실 겁니다.
03사실 지금의 AI는 이미 이 아이디어 위에 서 있습니다
이 대목이 저는 가장 흥미롭습니다. 열역학 컴퓨팅은 갑자기 튀어나온 발상이 아니에요. 오히려 기계학습이 물리에서 빌려 온 것을 하드웨어로 되돌려 주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1980년대에 제프리 힌턴은 통계물리의 도구를 신경망에 끌어들여 볼츠만 머신이라는 모델을 만듭니다. 이름부터가 그렇죠. 각 뉴런이 확정적으로 켜지고 꺼지는 대신, 볼츠만 분포를 따라 확률적으로 켜지게 한 신경망입니다. 존 홉필드가 앞서 제안한 신경망도 자석 모형인 이징 모형과 사실상 같은 뼈대를 씁니다. 두 사람이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게 이 계보 때문이고요.
더 결정적인 건 2015년입니다. 자샤 졸-딕스타인 연구진이 낸 논문 제목이 「비평형 열역학을 이용한 심층 비지도 학습」이었어요. 아이디어는 이랬습니다 — 이미지에 잡음을 조금씩 더해 완전한 백색소음이 될 때까지 망가뜨린 다음, 그 과정을 거꾸로 되돌리는 법을 학습시키자는 것. 오늘날 이미지 생성 AI를 확산 모델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물리의 확산 과정에서 그대로 따온 이름이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이런 상황입니다. 잡음에서 구조를 만들어 내는 물리 과정을 흉내 낸 소프트웨어를, 잡음을 없애느라 막대한 전기를 쓰는 하드웨어 위에서 돌리고 있는 거예요. 열역학 컴퓨팅은 그 어색함을 지적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확률 비트를 직접 굴려 보세요
두 상태(0과 1) 중 하나를 오가는 입자 하나를 생각합니다.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와 온도를 바꿔 보세요. 이 소자를 p-bit(확률 비트)라고 부릅니다.
계산은 P(1) = 1 ÷ (1 + exp(ΔE ÷ T))입니다. 이 식을 어디서 본 것 같다면 맞습니다 — 신경망의 시그모이드 함수가 바로 이거예요. 두 상태에 볼츠만 분포를 적용하면 저절로 나옵니다. 힌턴이 통계물리에서 가져온 게 이 지점이고요.
위 네모 120칸은 씨앗을 고정한 가짜 난수로 뽑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설정이면 언제나 같은 무늬가 나오죠. 그런데 이 체험기의 한계가 사실은 이 글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 진짜 열역학 컴퓨터가 없애고 싶어 하는 게 바로 이 난수 생성기거든요. 잡음을 계산해서 만드는 대신, 소자가 원래 갖고 있는 열적 요동을 그대로 쓰자는 겁니다.
04그래서 실제로 만들어진 건 무엇인가
2025년 4월, Nature Communications에 노멀 컴퓨팅이라는 회사의 논문이 실립니다. 이들이 만든 건 인쇄회로기판 위의 RLC 회로 8칸이었어요. 저항·인덕터·커패시터로 이뤄진 진동자 여덟 개를 스위치드 커패시턴스로 서로 전부 연결한 물건입니다.
이걸로 무엇을 했느냐면, 가우스 분포에서 표본을 뽑고 8×8 행렬의 역행렬을 구했습니다. 역행렬은 과학 계산과 기계학습 곳곳에 나오는 무거운 연산이죠. 그런데 이 회로는 그걸 푸는 게 아니라, 회로가 열평형에 도달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그다음 전압을 여러 번 되풀이해 읽고 그 표본들의 공분산을 계산하면 역행렬이 나오도록 설계해 둔 거예요.
이 대목은 정확히 짚고 넘어갈 만합니다. 답이 전압 하나에 딱 떠오르는 게 아닙니다 — 여러 번 읽은 흔들림의 통계 속에 들어 있어요. 그리고 그 통계를 내는 일은 여전히 디지털 쪽 몫입니다. 계산을 시키는 게 아니라 계산이 정착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되, 정착한 결과를 읽어 내는 비용은 따로 남는 거죠.
여기서 반드시 같이 적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장치는 주변의 열잡음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논문이 직접 밝히듯, 잡음원은 디지털 제어기가 만들어 내는 조절 가능한 무작위 비트 열이었어요. 게다가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 주입한 잡음이 소자에 원래 있던 잡음보다 충분히 커야 그 세기를 '실효 온도'처럼 다룰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이 회로에서 온도라는 손잡이는 물려받은 게 아니라 손으로 돌린 것이었습니다. 앞의 체험기에서 여러분이 슬라이더를 움직인 것과 사실상 같은 일이죠.
이건 사기가 아니라 원리 증명의 정석입니다. 알고리즘이 작동한다는 걸 먼저 보이고, 잡음의 출처는 나중에 바꾸는 거죠. 다만 지금 이 하드웨어가 에너지를 아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잡음을 만드느라 에너지를 썼으니까요. 이 구분을 흐리면 이야기 전체가 무너집니다.
노멀 컴퓨팅은 이후 CN101이라는 실리콘 칩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이 글은 동료평가를 거친 결과만 근거로 삼겠습니다.
05'1만 배'라는 숫자를 정확히 읽는 법
이제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숫자로 갑니다. 익스트로픽이라는 회사와 MIT의 아이작 추앙이 함께 낸 논문이 2026년 7월 npj Unconventional Computing에 실렸고, 초록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이 구조를 쓴 장치가 간단한 이미지 벤치마크에서 GPU와 동등한 성능을, 약 1만 배 적은 에너지로 낼 수 있다는 것.
한국어 기사로 옮겨지면 대개 "1만 배 효율적인 AI 칩 등장"이 됩니다. 원문을 한 겹씩 벗겨 보죠.
- "could(낼 수 있다)" — 논문 표현은 조동사입니다. 만들어진 장치를 측정한 값이 아니라, 이 설계대로 만들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시스템 수준 분석의 결과예요.
-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건 난수 생성기 하나입니다. 트랜지스터로 만든 확률 비트 소자를 실제로 제작해 특성을 측정했고, 그 측정값을 넣은 소자 모형으로 전체 구조를 GPU에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아키텍처 전체는 아직 실리콘이 아닙니다.
- "간단한 이미지 벤치마크"는 이진화한 Fashion-MNIST입니다. 28×28 픽셀짜리 옷 사진을 흑백 두 값으로 눌러 놓은 데이터죠. 요즘 이미지 생성 모델이 다루는 것과는 규모가 다릅니다.
- 논문은 CIFAR-10도 다뤘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신경망을 먼저 훈련시켜 데이터를 이진화한 뒤 넘기는 혼합 방식이고, 저자들 스스로 "초기 시도"·"원시적인 혼합 모델"이라 부릅니다. 여기 붙은 10배라는 숫자도 에너지가 아니라 매개변수 이야기예요 — 같은 성능을 순수 신경망 GAN으로 내려면 결정론적 부분의 매개변수가 약 10배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앞의 1만 배와는 아예 다른 종류의 주장이니 섞지 않는 게 좋습니다.
- "GPU와 동등한 성능"은 그 벤치마크에서 비슷한 품질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뜻이지, 최신 생성 모델과 겨룬다는 뜻이 아닙니다.
- 논문이 스스로 붙인 단서는 이렇습니다 — "하드웨어 효율적인 구조를 단독으로 키워 임의로 복잡한 데이터를 다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순진하다", 그리고 이 작업을 최적화된 종착점이 아니라 "정성적인 확장 그림이자 설계 틀"로 봐 달라는 것.
그러니 정확한 문장은 이렇게 됩니다. 지금까지 만든 소자의 실측값을 반영한 설계 분석에 따르면, 아주 단순한 이미지 과제에 한해 네 자릿수 규모의 에너지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흥미롭기에 충분한 결과입니다. 다만 "칩이 나왔다"와는 다른 이야기예요.
덧붙이면, 이 회사는 2026년 7월 미국 상무부와 최대 7,500만 달러 규모의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스스로 발표했습니다. 투자와 정책의 소식이지 성능이 검증됐다는 뜻은 아니고요. 기술 기사에서 자금 규모와 검증 수준이 뒤섞이는 일이 잦으니 따로 떼어 둡니다.
06랑주뱅의 얼굴, 그리고 정직한 자평
같은 해 1월 20일,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스티븐 화이틀럼이 Physical Review Letters에 낸 논문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그는 확산 모델을 아예 물리계로 옮겨 버렸어요. 보통의 확산 모델은 잡음을 걷어 내는 일을 신경망이 맡습니다. 화이틀럼의 제안에서는 그 역할을 물리계의 자연스러운 시간 진화가 맡습니다. 랑주뱅 방정식을 따라 흔들리는 계가, 잡음에서 구조로 저절로 흘러가도록 지형을 학습시키는 거죠. 훈련의 목표 함수 자체가 발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습니다.
시연으로 그는 백색소음에서 출발해 손 글씨 숫자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논문의 그림이 보여 주는 게 이 숫자들이에요. Quanta의 소개에는 한 가지가 더 나오는데, 폴 랑주뱅의 얼굴 사진이 잡음에 잠식되는 영상을 학습시킨 뒤 그 얼굴을 되살려 냈다는 대목입니다. 이름을 이렇게 쓰는 감각이 저는 좋더군요.
발열은 어느 정도일까요. 논문이 직접 계산한 비가 10¹¹보다 큽니다 — 같은 일을 하는 디지털 신경망보다 열 자릿수 넘게 효율적이라는 뜻이죠. (2차 매체는 이걸 100억 배와 1000억 배로 서로 다르게 옮겼는데, 논문 값을 따르면 1000억 배 쪽이 맞습니다.) 다만 이건 측정값이 아니라 계산값입니다. 이 연구는 통상적인 컴퓨터 위의 시뮬레이션이에요.
그리고 화이틀럼 본인의 자평이 이 글에서 가장 인용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열역학 컴퓨터 설계는 1990년쯤의 작은 디지털 신경망 정도의 능력밖에 없다는 것. 한편 이 분야의 현재 위치를 1990년대의 소규모 양자 컴퓨터에 빗댄 건 노멀 컴퓨팅의 콜스 쪽입니다.
과장할 이유가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조심스럽게 말하는 장면이라, 저는 이 대목을 신뢰의 근거로 읽습니다.
07지금 어디쯤 와 있나 — 확인된 것과 아닌 것
정리해 봅시다. 섞이면 곤란한 층이 세 겹 있습니다.
- 확인된 것 — 열평형에 이르는 아날로그 회로로 가우스 표본 추출과 역행렬을 실제로 수행했다(RLC 8칸). 트랜지스터로 확률 비트 소자를 만들어 특성을 측정했다. 잡음에서 구조를 만드는 생성 모델을 물리 동역학으로 기술하는 이론 틀이 나왔고 동료평가를 통과했다.
- 추정된 것 — 단순 이미지 과제에서 약 1만 배의 에너지 이득. 화이틀럼 방식의 극적인 발열 감소. 둘 다 측정이 아니라 설계 분석과 시뮬레이션의 산물이다.
- 아직 아닌 것 — 주변 열잡음만으로 돌아가는 실용 규모의 장치. 복잡한 데이터로의 확장. 대형 언어모델처럼 지금 전기를 실제로 많이 쓰는 작업으로의 적용.
한 가지 덧붙일 신중함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곧잘 생물의 뇌도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는 쪽으로 번집니다. 매력적인 그림이지만, Quanta에 인용된 닐스 보어 연구소의 가네코 구니히코는 이 번역이 성립하는지 자체를 열린 문제로 봅니다. 물리계로서의 열역학 계산과 생물의 정보처리를 곧바로 등치하는 건 아직 근거가 부족해요.
08교실로 가져오면
이 주제를 수업에서 쓴다면 저는 컴퓨터 이야기보다 엔트로피 단원에 붙이겠습니다.
엔트로피는 학생들이 가장 자주 "무질서도"라는 한 단어로만 외우고 넘어가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란다우어의 논증은 엔트로피를 정보와 직접 묶습니다. 비트를 지우면 경우의 수가 줄고, 줄어든 만큼 열이 나와야 한다 — 여기에 자유도, 제2법칙, 그리고 "왜 하필 ln2인가"까지 한 줄로 꿰입니다. 게다가 이건 칠판 위의 논증으로 끝나지 않고 2012년에 실제로 측정됐고요.
또 하나. 확률 비트 체험기에서 온도만 끝까지 내려 보시면 무늬가 한쪽으로 굳어 버립니다. 온도를 올리면 다시 반반으로 흩어지고요. 온도가 곧 탐색의 폭이라는 이 감각은 물리에서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언어모델을 다룰 때 나오는 그 '온도' 설정이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온 말이거든요. 통계물리의 한 문장이 어떻게 지금의 AI 용어가 됐는지,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 좋은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골짜기와 확률, 그리고 입자가 저절로 흩어지는 과정은 눈으로 보는 편이 빠릅니다.
SIM 엔트로피와 무질서도경우의 수가 왜 확률이 되는지 — 란다우어의 논증이 딛고 선 자리 → SIM 입자의 운동 — 확산
'확산 모델'이라는 AI 용어가 어디서 온 이름인지 직접 확인 →
- 왜 뜨거운가 — 비트를 지우면 최소 kT·ln2(실온에서 약 3×10⁻²¹J)의 열이 나온다(란다우어, 1961 / 실험 검증 2012). 실제 트랜지스터는 그 수천~수백만 배를 쓴다. 다만 그 격차는 열잡음 마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 스위칭 에너지는 CV²라, 배선의 정전용량이 크게 작용한다.
- 발상의 전환 — 일정 온도의 물리계는 볼츠만 분포를 따라 저절로 방황한다. 그 방황이 곧 확률분포에서의 표본 추출이다. 온도는 그 분포의 폭을 정하는 손잡이다.
- 뿌리는 오래됐다 — 볼츠만 머신(힌턴)과 홉필드 신경망이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오늘날의 확산 모델은 2015년 「비평형 열역학을 이용한 심층 비지도 학습」에서 나왔다.
- 실물 — RLC 회로 8칸으로 가우스 표본 추출·역행렬 수행(Nat. Commun. 2025). 단 주변 열잡음이 아니라 주입한 잡음으로 돌았다.
- '1만 배' — 이진 Fashion-MNIST 한정, 측정이 아니라 설계 분석의 추정치. 실제로 만들어 측정한 건 난수 생성 소자뿐이다.
- 현재 위치 — 연구자 본인의 표현으로 "1990년쯤의 작은 디지털 신경망" 수준. 흥미롭지만, 아직 GPU를 대체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는 이 분야가 성공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날로그 계산은 역사적으로 몇 번이나 유망했다가 디지털의 정밀도와 확장성 앞에서 물러났고, 이번에도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 자체는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잡음을 이기려고 에너지를 쓰는 방식으로 컴퓨터를 지어 왔습니다. 그게 유일한 길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먼저 잘 통한 길이었을 뿐인지 — 그걸 지금 확인해 보는 중이거든요. 답이 무엇이든, 컴퓨터가 뜨거운 이유를 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A. Jelinčič, O. Lockwood, A. Garlapati, P. Schillinger, I. Chuang, G. Verdon, T. McCourt. An efficient probabilistic hardware architecture for diffusion-like models. npj Unconventional Computing 3, 30 (2026-07-02), doi:10.1038/s44335-026-00075-3; 프리프린트 arXiv:2510.23972(2025-10-28 제출, 2025-12-10 개정). 서지 사항은 Crossref DOI 레코드로 대조했다. — 본문 §05의 '1만 배'. 초록의 원문은 "A system-level analysis indicates that devices based on our architecture could achieve performance parity with GPUs on a simple image benchmark using approximately 10,000 times less energy"로, 측정이 아니라 시스템 수준 분석임이 문장 자체에 드러나 있다. 저자 명단은 arXiv 초록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했다(2차 매체 중 일부가 저자 일부를 누락하거나 소속을 단순화해 전한다). 벤치마크가 이진 Fashion-MNIST와 CIFAR-10이라는 점, 물리적으로 제작·측정된 것은 트랜지스터 기반 난수 생성기이고 아키텍처 전체는 그 실측값을 반영한 소자 모형으로 GPU에서 시뮬레이션했다는 점, 그리고 복잡한 데이터로의 확장이 미해결이라는 점은 논문과 The Quantum Insider 2026-07-03 정리를 함께 따랐다.
- D. Melanson, M. Abu Khater, M. Aifer, K. Donatella, M. Hunter Gordon, T. Ahle, G. Crooks, A. J. Martinez, F. Sbahi, P. J. Coles. Thermodynamic computing system for AI applications. Nature Communications 16, 3757 (2025-04-22), doi:10.1038/s41467-025-59011-x; 프리프린트 arXiv:2312.04836. — 인쇄회로기판 위 단위 셀 8개를 스위치드 커패시턴스로 전결합한 확률 처리 장치(SPU). 가우스 표본 추출, 8×8 역행렬, 불확실성 정량화 시연. 잡음이 주변 열잡음이 아니라 주입된 것이라는 본문 서술은 논문 전문에서 직접 확인했다 — "잡음원은 디지털 제어기가 생성하는 조절 가능한 무작위 비트 열"이며, "잡음 구동 전류의 크기가 계의 내재적 잡음보다 크면 κ₀를 실효 온도 제어로 볼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부록 C는 그 잡음이 FPGA의 선형 되먹임 시프트 레지스터(LFSR)로 생성된다고 더 구체적으로 밝힌다. 즉 주입 잡음이 내재 잡음을 압도해야 성립하는 구조이고, '온도'는 물려받은 물리량이 아니라 조절 손잡이였다. 역행렬 역시 평형 전압 하나에 떠오르는 게 아니라 표본 공분산을 계산해 얻는다("열평형에서 전압 표본을 모아 표본 공분산 행렬을 계산하는 것만으로 행렬 A를 역변환할 수 있다") — 읽어 내는 쪽의 디지털 비용이 남는다는 본문 서술의 근거다. (노멀 컴퓨팅도 게재를 알리며 스스로 "coupled RLC circuits with injected noise"라고 적었고, Quanta도 같은 취지로 전한다 — 다만 근거는 논문 본문이다.)
- S. Whitelam. Generative Thermodynamic Computing. Phys. Rev. Lett. 136, 037101 (2026-01-20); 프리프린트 arXiv:2506.15121. — 랑주뱅 동역학을 따르는 물리계의 자연스러운 시간 진화로 잡음에서 구조를 합성하는 생성 모델 틀. 훈련이 발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의된다는 점이 초록에 있다. 통상적인 컴퓨터 위의 시뮬레이션 연구다. 발열 감소 배수는 논문 본문에서 직접 확인했다 — "이 값을 디지털 추정치와 비교하면 10¹¹보다 큰 비가 나온다", 즉 "디지털 신경망보다 열 자릿수 넘게 에너지 효율적"이라고 적혀 있다. 2차 매체는 이를 1000억 배(Quanta)와 100억 배(IEEE Spectrum)로 다르게 옮겼는데, 논문 값과 맞는 쪽은 Quanta다(Spectrum의 수치는 "열 자릿수"라는 표현을 느슨하게 읽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이 불일치를 그대로 남겨 두려 했으나, 1차 자료에 답이 있는데 2차 매체의 엇갈림을 이유로 물러서는 건 잘못이라 판단해 논문 값을 따랐다. IEEE Spectrum은 이 값이 측정이 아닌 이론적 계산이라는 화이틀럼 본인의 단서도 함께 전한다.
- P. Ball. Thermodynamic Computers Go With the (Energy) Flow. Quanta Magazine, 2026-07-15. — 분야 전체를 훑는 2차 자료. 본문에서 이 기사에만 의존한 대목은 네 가지다. ① 화이틀럼의 자평("지금까지의 설계는 1990년쯤의 작은 디지털 신경망 정도의 능력"), ② 이 분야를 1990년대 소규모 양자 컴퓨터에 빗댄 표현 — 이건 화이틀럼이 아니라 노멀 컴퓨팅의 콜스 쪽에 붙은 말이라 본문에서도 그렇게 갈라 적었다, ③ 가네코 구니히코(닐스 보어 연구소)가 생물 맥락으로의 번역을 열린 문제로 본다는 언급, ④ 폴 랑주뱅의 얼굴 영상 시연. ④는 arXiv 프리프린트(v3)의 그림에는 없고 손 글씨 숫자만 나오므로, 본문에서 "논문의 그림이 보여 주는 건 숫자"라고 먼저 적고 얼굴 이야기는 Quanta의 소개로 돌렸다. (초안에서는 이 항목을 목록에서 빠뜨린 채 "세 가지"라고 적었는데, 검수에서 지적돼 바로잡았다.) 나머지 사실 주장은 모두 위 1~3의 1차 자료에서 직접 확인했다.
- R. Landauer. Irreversibility and Heat Generation in the Computing Process. IBM Journal of Research and Development 5(3), 183 (1961). — 정보 지우기의 최소 발열 kT·ln2. 실온(300K) 대입값 1.381×10⁻²³ × 300 × ln2 ≈ 2.87×10⁻²¹J(≈0.018eV)은 직접 계산했다.
- A. Bérut, A. Arakelyan, A. Petrosyan, S. Ciliberto, R. Dillenschneider, E. Lutz. Experimental verification of Landauer's principle linking information and thermodynamics. Nature 483, 187 (2012). — 이중 우물 퍼텐셜에 가둔 콜로이드 입자 하나로, 지우기 주기를 길게 할수록 방출열이 란다우어 한계에 수렴함을 측정.
- 트랜지스터가 란다우어 한계의 몇 배를 쓰느냐는 기준에 따라 폭이 크다. 22nm CMOS의 게이트 충전 에너지 약 10fJ을 기준으로 잡으면 실온 한계(2.87×10⁻²¹J)와의 비는 약 3.5×10⁶이지만, '게이트 하나의 스위칭 에너지'로 잡으면 100aJ~100fJ으로 흩어져 10⁴~10⁷ 범위가 되고, 문헌에 따라 10³~10⁴ 배로 적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본문은 단일 수치 대신 "수천 배에서 수백만 배"로 적었다. 또한 이 격차를 열잡음 마진만으로 설명하는 건 잘못이다 — 스위칭 에너지는 대략 CV²이고 정전용량(특히 배선)이 크게 기여하며, 칩 위에서 비트를 옮기는 비용이 게이트 스위칭보다 큰 경우도 흔하다. 초안은 "전력의 대부분이 잡음을 이기는 데 쓰인다"고 단정했다가 검수에서 이 점이 지적돼 고쳤다.
-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4. Press release, 노벨재단. — 존 홉필드·제프리 힌턴,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기계학습을 가능하게 한 기초적 발견과 발명"에 대해 수여. 힌턴이 1983~1985년 통계물리의 도구로 볼츠만 머신을 만들었다는 서술은 노벨재단의 일반 해설을 따랐다.
- J. Sohl-Dickstein, E. Weiss, N. Maheswaranathan, S. Ganguli. Deep Unsupervised Learning using Nonequilibrium Thermodynamics. ICML 2015; arXiv:1503.03585. — 오늘날 확산 모델의 출발점. 제목에 '비평형 열역학'이 들어간 것 자체가 본문 §03의 근거다.
- 익스트로픽의 미국 상무부 의향서(최대 7,500만 달러, 2026-07-29)는 회사 자체 발표이며, 본문에서도 회사 발표로 명시했다. 노멀 컴퓨팅의 CN101 칩도 같은 이유로 본문의 근거에서 제외했다 — 동료평가를 거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