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과학에서 물질의 상태를 가를 때 쓰는 기준은 꽤 단순합니다. 고체는 모양을 지키고, 액체는 담긴 그릇의 모양을 따른다는 것. 여기에 역학을 조금 얹으면 이렇게 됩니다 — 고체는 어느 힘을 넘기면 부러지고, 액체는 아무리 당겨도 그냥 흐른다.
그런데 2026년 3월 Physical Review Letters에 실린 논문 하나가 그 뒷문장에 금을 냈습니다. 제목부터가 「단순 액체에서 나타난 예상 밖의 고체 같은 파괴」예요.
이 소식은 한국어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어권 보도를 그대로 옮기면 물도 깨진다는 문장이 따라오는데, 그게 논문이 보인 것과 같은 이야기인지는 따로 따져 봐야 합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 깨진 건 확실하고, 물은 아직 아닙니다.
01흐르느냐 부러지느냐는, 사실 속도의 문제입니다
먼저 경계를 흐려 두죠. 고체와 액체를 가르는 선은 우리가 배운 것보다 훨씬 무릅니다. 그리고 그 선을 긋는 건 물질만이 아니라 시간이에요.
유변학에는 데보라 수라는 양이 있습니다. 물질이 스스로 흐트러지는 데 걸리는 시간(완화 시간)을, 우리가 그 물질을 관찰하거나 힘을 주는 시간으로 나눈 값이에요. 이 값이 작으면 물질은 액체처럼 굴고, 크면 고체처럼 굽니다. 같은 물질이라도 말이죠.
실리 퍼티를 떠올리면 빠릅니다. 손바닥에 올려 두면 몇 분 만에 팬케이크처럼 퍼져 흘러내리는데, 똑같은 덩어리를 망치로 치면 유리처럼 쨍 하고 깨집니다. 물질은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바뀐 건 얼마나 빨리 힘을 줬는가뿐입니다.
그러니까 "액체는 안 부러진다"는 문장은 처음부터 조건부였습니다. 문제는 그 조건이 정확히 무엇이냐는 거였고요.
02지금까지의 답은 '탄성이 있어야 한다'였습니다
끈적한 액체가 부러지는 현상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녹인 폴리스타이렌 같은 고분자 용융체를 빠르게 잡아당기면 실처럼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 툭 끊어지거든요. 접착제를 두 손가락으로 벌릴 때 실이 생기다 끊기는 것도 친척뻘입니다.
이런 액체를 점탄성 액체라고 부릅니다. 흐르기도 하고(점성) 튕기기도 하는(탄성) 성질을 함께 가진 물질이죠. 유변학에서는 이 두 성질을 두 개의 숫자로 갈라 잽니다.
- 저장 탄성률 G′ — 준 에너지를 되돌려 주는 몫. 용수철에 가까운 성질입니다.
- 손실 탄성률 G″ — 준 에너지를 열로 흩어 버리는 몫. 꿀을 젓는 감각이 이쪽이고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설은 이랬습니다. 점탄성 액체는 변형이 충분히 빨라서 G′가 G″와 비슷해지거나 그보다 커질 때 고체처럼 부러진다는 것. 이건 이번 논문이 초록의 두 번째 문장에서 스스로 정리해 둔 기존 그림이기도 합니다.
왜 하필 탄성이었을까요. 균열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균열이 자라려면 새로 생기는 두 면을 만들 에너지가 어딘가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게 물질에 저장된 탄성 에너지거든요. 그리피스가 1921년에 세운 그림이 이겁니다. 점성은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고 그때그때 열로 흘려보냅니다. 저장이 없으면 꺼내 쓸 것도 없고, 그러면 균열이 자랄 밑천이 없다 — 이 논리가 꽤 튼튼해 보였습니다.
사실 이 삼단논법은 처음부터 완전하진 않았습니다. 균열이 자랄 밑천이 미리 저장해 둔 탄성 에너지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 판을 계속 잡아당기는 동안 바깥에서 일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점성이 지배하는 액체라도 G′가 0은 아니라서, 빠르게 당기는 동안에는 잠깐씩 에너지를 붙들어 둡니다. 저장고가 비어 있다기보다 작고 새는 저장고에 가까운 셈이죠.
그리고 점성 액체가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는 보고 자체는 훨씬 오래됐습니다. 이번 논문도 허튼의 1963년 Nature 논문 「전단에서의 액체 파괴」와 아처 등의 1997년 Rheologica Acta 논문을 참고문헌에 올려 두었어요 — 뒤엣것은 제목의 '파괴'에 아예 따옴표를 씌워 뒀고요. 그러니 새로운 건 현상 자체가 아니라, G″ ≫ G′ 영역에서 임계 응력이 한자리에 고정된다는 정량적 결과입니다.
탄성이 없으면 균열이 자랄 밑천이 없다. 이 논리가 이번에 흔들렸습니다.
03그런데 탄성이 한참 밀려 있는 액체가 깨졌습니다
드렉셀대의 타미레스 리마는 엑슨모빌 연구진과 함께 끈적한 액체의 유변학을 재고 있었습니다. 신장 유변계 — 위아래 판 사이에 액체를 끼우고 판을 서로 떼어 내며 저항을 재는 장치입니다.
그러다 큰 소리가 났습니다. 리마는 처음에 장비가 고장 난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고속 카메라로 다시 보니 액체 기둥이 늘어나다 가늘어진 게 아니라, 유리가 깨지듯 날카롭게 갈라져 있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액체가 무엇이었냐는 겁니다. 타르 같은 탄화수소 혼합물이었는데, 논문이 초록에 못 박아 둔 조건이 이겁니다 — 실험한 변형 속도 범위에서 이 액체의 G″가 G′보다 한 자릿수, 그러니까 대략 열 배쯤 컸다는 것.
이 문장을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여러 영어권 기사가 이 액체를 "탄성이 없는(nonelastic)" 액체라고 옮겼는데, 탄성이 0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G′는 잴 수 있는 크기로 존재하고, 다만 G″에 비해 한참 작았을 뿐이에요. 즉 기존 기준(G′ ≳ G″)이 요구하는 영역의 정반대편에서 파괴가 일어난 겁니다. "탄성이 전혀 없어도 깨진다"가 아니라 "탄성이 지배하지 않아도 깨진다" — 이게 논문이 실제로 보인 것이고, 둘은 다른 주장입니다.
그래서 결론도 그 폭에 맞춰져 있습니다. 논문 초록의 표현은 액체의 파괴가 "점성과 탄성 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와 무관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지, 탄성이 아무 역할도 안 한다는 단정이 아닙니다.
042(±1) 메가파스칼 —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숫자
이 연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소리도 영상도 아니고 숫자 하나입니다.
파괴가 일어난 임계 응력이 2(±1) MPa였는데, 이 값이 점도·화학 조성·온도·속도와 무관하게 유지됐습니다. 초록의 '총(total)' 임계 응력이라는 말은 전단과 신장을 합친 값으로 읽힙니다 — 액체를 판 사이에서 떼어 낼 때는 잡아 늘이는 성분과 밀어 비트는 성분이 함께 걸리거든요. 연구진은 온도를 바꿔 같은 액체의 점도를 여러 단계로 흩어 놓았고, 아예 다른 물질인 스타이렌 올리고머로도 같은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도 부러지는 지점의 응력은 같은 자리였어요. Quanta에 따르면 연구진이 시험한 점탄성 복합 액체들도 같은 2 MPa 근처에서 부러졌습니다 — 다만 초록이 밝힌 이번 논문의 시료는 탄화수소 혼합물과 스타이렌 올리고머 둘뿐이라, 그 복합 액체 데이터가 이번 실험의 것인지 같은 연구실의 앞선 연구의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무관하다'는 부러진 시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묽은 시료는 끝내 부러지지 않았거든요 — 그 이유는 다음다음 절에서 다룹니다.
이게 왜 강력한 증거인지 짚고 갈 만합니다. 만약 이 현상이 특정 물질의 화학적 사정이나 장비의 버릇 때문이었다면, 물질을 바꾸고 온도를 바꾸면 숫자도 따라 움직였을 겁니다. 그런데 안 움직였다는 건 이 문턱이 그 물질만의 사정이 아닐 가능성을 가리킵니다. 논문이 "일반성을 시험하기 위해" 다른 액체로 반복했다고 적은 이유고요.
다만 괄호 안의 ±1도 같이 읽어야 공정합니다. 2에 대해 ±1이면 상대 폭이 50%예요. 이 ±1이 표준편차인지 측정값의 전체 범위인지는 본문을 봐야 알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파괴라는 현상 자체가 원래 흩어짐이 큽니다 — 고체의 파괴 강도도 시편마다 편차가 크죠. 그러니 이 숫자는 "정확히 2 메가파스칼"이 아니라 "1에서 3 사이 어딘가에 문턱이 있고, 조건을 바꿔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로 읽는 게 맞습니다. 여러 기사가 괄호를 떼고 "2 메가파스칼"로만 전했는데, 떨어져 나간 게 하필 정직함을 담당하던 부분이었습니다.
참고로 2 MPa는 대략 20기압쯤 됩니다.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계기압 기준)의 여덟아홉 배 정도고요. 물질을 부수는 힘치고는 큰 값이 아닌데 — 강철의 인장 강도가 수백 MPa니까요 — 그래서 오히려 흥미롭습니다.
부러지는 모양도 속도에 따라 달랐습니다. 균열이 막 시작되는 속도 근처에서는 연성 컵-콘 파단이 관찰됐고, 변형 속도를 더 올리면 파괴가 주로 취성으로 바뀌었습니다. 컵-콘이라는 이름은 금속 재료 실험에서 그대로 가져온 겁니다 — 금속 시편을 잡아당겨 끊으면 단면이 한쪽은 컵, 다른 쪽은 원뿔 모양이 되거든요. 액체를 찍은 사진에 금속 파괴의 용어가 붙는 장면이, 이 연구의 낯섦을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물은요? 필요한 속도를 계산해 보세요
점성 액체를 잡아당길 때 생기는 응력은 대략 점도 × 변형 속도에 비례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액체를 2 MPa까지 끌어올리려면 얼마나 빨리 당겨야 할까요. 액체의 끈적함을 바꿔 보세요.
현재 장비의 한계 밖입니다. 지금 있는 신장 유변계의 최대 이동 속도로는 응력을 여기까지 끌어올릴 수 없습니다. 실제로 연구진도 가장 묽은 시료는 끝내 깨뜨리지 못했고요.
| 물 | 0.001 | 올리브유 | 0.08 |
|---|---|---|---|
| 글리세린 | 1.4 | 꿀 | 약 10 |
| 역청(타르) | 약 2×10⁸ |
계산은 뉴턴 액체를 가정한 크기 어림입니다 — 균일한 인장에서 점성 응력을 σ ≈ 3ηε̇로 잡고(트루턴 비 3), σ = 2 MPa가 되는 ε̇를 되풀어 구했습니다. 계수 3은 이 글이 얹은 것이지만, 임계 응력이 점도×변형률 속도에 비례한다는 관계 자체는 연구진이 보고한 내용입니다. 다만 논문의 임계값은 전단과 신장을 합친 '총 응력'이라 실제 사정은 이보다 복잡합니다.
그리고 이 계산기가 말해 주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응력이 2 MPa에 닿았다고 해서 반드시 부러진다는 보장은 없어요. 묽은 액체에서도 같은 문턱이 통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절이 그 이야기입니다.
05"물도 깨진다"는 논문의 문장이 아닙니다
드렉셀대 보도자료에서 리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충분한 힘으로 잡아당기면 단순 액체는 임계 응력에 이르러 고체처럼 부러질 것이며, "물과 기름을 포함해 모든 단순 액체에 대해 아마도 참일 것"이라고요. 이 문장이 기사 제목이 되어 여기저기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논문 초록에는 물이 없습니다. 거기 있는 건 고점도 액체 두 종류에서 관찰한 결과이고, 마지막 문장은 오히려 이렇게 닫힙니다 — "바탕에 깔린 메커니즘과 실용적 함의를 탐구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니 층을 갈라야 합니다. 측정된 것은 두 종류의 되직한 액체가 2(±1) MPa에서 깨졌다는 사실이고, 연구자의 기대는 이게 물에도 적용되리라는 것입니다. 둘 다 진지하지만 지위가 다릅니다.
왜 물로 확인하지 못했는지도 분명합니다. 장비의 최대 변형 속도에 한계가 있어서, 충분히 묽은 액체에서는 파괴를 관찰할 수 없었다고 보도자료가 직접 밝히고 있어요. 위 계산기를 물 쪽 끝까지 밀어 보면 그 사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 필요한 시간 척도가 나노초로 내려가 버리거든요. Quanta의 소개에서도 리마의 기대는 "더 빠른 장비가 있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나옵니다.
이건 논문을 깎아내리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두 물질에서 문턱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결과는 그 자체로 충분히 셉니다. 다만 아직 재지 못한 것과 재서 확인한 것을 같은 문장에 넣으면, 나중에 물이 안 깨진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무너지는 건 연구가 아니라 그걸 옮긴 우리 쪽이 되거든요.
06왜 부러지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솔직하게 적어야 할 대목입니다. 이 논문은 현상을 보고했고, 메커니즘은 열어 두었습니다. 초록의 마지막 문장이 "바탕에 깔린 메커니즘과 실용적 함의를 탐구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로 닫히거든요.
다만 단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Quanta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 단순 액체에서 균열이 퍼지는 속도를 초속 500~1500 m로 쟀습니다. 같은 연구실이 앞서 녹인 폴리스타이렌에서 잰 값이 초속 0.07 m였으니, 약 7천~2만 배 빠릅니다. 알바레스는 이걸 탄성이 없어서 균열을 붙잡아 둘 것이 없기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그가 여기서 쓰는 "탄성이 없다"도 §03의 뜻 — 0이 아니라 지배적이지 않다 — 으로 읽는 게 맞습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건 캐비테이션입니다. 액체 속 압력이 충분히 낮아지면 증기 거품이 생겼다가 격렬하게 무너지는 현상이죠. 배의 프로펠러 날개를 갉아먹는 그 캐비테이션이 맞습니다. 거품이 연달아 빠르게 생기고 무너지면서 그 자리가 균열의 씨앗이 되는 것 아니냐는 그림이고요.
여기엔 계보가 있는데, 이 계보는 논문이 직접 끌어온 것입니다. 대니얼 조지프는 1995년과 1998년 논문에서 최대 인장 응력 기준을 제안했습니다. 흐르는 액체 안의 어느 점에서 인장 응력이 그 액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거기서 캐비테이션이 시작된다는 것. 조지프는 이 기준이 캐비테이션 이론과 액체 필라멘트의 인장 강도, 그리고 비정질 고체의 파괴 이론을 하나로 묶는다고 봤습니다. 이번 논문은 조지프의 두 논문을 모두 참고문헌에 올려 두었고, 참고문헌 50편 가운데 제목에 캐비테이션이 들어간 것만 열세 편입니다. 그러니 캐비테이션은 취재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이 논문이 딛고 선 문헌 그 자체예요.
개념적인 숙제도 남았습니다. Quanta에 인용된 국제이론과학센터의 브라토 차크라바르티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 문제에 탄성이 없다면, 균열의 시작이나 성장을 대체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느냐고. 펜실베이니아대의 아널드 마테이선은 점성은 보통 분자를 재배열할 뿐이라 갈라짐을 기대할 성질이 아닌데 "실제로 깨졌고, 그게 진짜 놀라운 지점"이라고 말하고요. 두 사람 모두 결과를 의심한다기보다, 설명할 틀이 아직 없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여러 조건에서 재현됐고, 왜 일어나는지는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캐비테이션을 확정된 답처럼 옮기는 건 곤란합니다 — 초록에는 캐비테이션이 등장하지 않고, 보도자료도 "초기 단서가 시사한다" 수준으로만 적고 있거든요. 논문 본문에서 어디까지 밀고 갔는지는 유료 구독 뒤라 저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07교실로 가져오면
저는 이 주제를 물질의 상태 단원에 붙이겠습니다. 다만 상태 변화가 아니라, 상태를 가르는 기준 쪽으로요.
학생들에게 고체와 액체를 구분해 보라고 하면 대개 "모양이 있느냐"로 답합니다. 그다음에 실리 퍼티를 꺼내면 재미있어집니다 — 천천히 누르면 퍼지고 세게 치면 깨지니까요. 그럼 이건 고체입니까, 액체입니까? 답은 "질문이 덜 됐다"입니다. 얼마나 빨리 볼 것인지를 정해야 답이 정해지거든요. 유리창이 수백 년에 걸쳐 흘러내린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지만, 물질의 굳기가 시간 척도에 달렸다는 감각 자체는 진짜입니다.
여기에 이번 결과를 얹으면 한 겹 더 갑니다. 그동안 우리는 "액체도 빠르게 당기면 고체처럼 군다"를 탄성 덕분이라고 설명해 왔는데, 그 설명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니까요. 교과서의 분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헐거워지는지를 보여 주기에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연구는 고장 난 줄 알았던 소리에서 시작했습니다. 실험에서 예상 밖의 일이 생겼을 때 장비 탓으로 넘기지 않고 다시 들여다본 것 — 알바레스는 너무 뜻밖이라 실험을 몇 번 더 반복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에게 과학이 굴러가는 방식을 보여 주는 이야기로는 임계 응력 값보다 이쪽이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상태를 가르는 기준과 탄성이라는 성질은, 눈으로 보는 편이 빠릅니다.
SIM 물질의 세 가지 상태고체와 액체를 가르는 입자 배열 — 이 글이 흔든 바로 그 경계 → SIM 탄성력과 용수철
에너지를 저장했다 되돌려 주는 성질 — G′가 맡고 있는 몫 →
- 무엇이 관찰됐나 — 타르 같은 탄화수소 혼합물과 스타이렌 올리고머가, 늘어나는 대신 유리처럼 갈라졌다. 고속 카메라로 확인했고 소리가 날 만큼 급했다(Phys. Rev. Lett. 136, 124002, 2026년 3월).
- 왜 뜻밖인가 — 기존 정설은(논문 초록이 스스로 정리한 바로는) G′ ≳ G″, 즉 탄성이 우세해져야 액체가 고체처럼 부러진다는 것이었다. 이번 액체는 G″가 G′보다 한 자릿수 컸다. 탄성이 0이었던 게 아니라 지배적이지 않았다.
- 핵심 숫자 — 전단과 신장을 합친 총 임계 응력 2(±1) MPa(약 20기압). 점도·조성·온도·속도를 바꿔도 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1은 상대 폭 50%라, "정확히 2"가 아니라 "1~3 사이의 문턱"으로 읽어야 한다.
- 파괴의 모양 — 균열 개시 속도 근처에서는 연성 컵-콘 파단, 더 빠르면 주로 취성. 균열이 퍼지는 속도는 초속 500~1500 m로, 같은 연구실이 녹인 폴리스타이렌에서 잰 값(초속 0.07 m)보다 약 7천~2만 배 빨랐다.
- 물은? — 논문에 없다. "물과 기름을 포함한 모든 단순 액체"는 보도자료 속 연구자의 기대다. 장비의 최대 변형 속도 한계 때문에 묽은 액체에서는 파괴를 관찰하지 못했다.
- 메커니즘 — 미해결. 캐비테이션이 유력한 후보이고 논문도 조지프의 1995·1998년 논문을 비롯해 캐비테이션 문헌을 여럿 인용하지만, 초록에는 등장하지 않고 논문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로 닫는다. 확정된 답으로 옮기면 안 된다.
이 결과가 어디까지 갈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두 종류의 되직한 액체에서 본 것이 정말 액체 일반의 성질인지, 아니면 그 근처 물질들의 사정인지는 다음 실험들이 정할 문제니까요.
그래도 하나는 남습니다. 우리가 물질을 고체와 액체로 나눠 온 방식은 자연이 그어 준 선이 아니라 우리가 다루던 시간 척도에서 편했던 분류였다는 것. 그 척도를 벗어난 자리에서 액체가 유리처럼 깨졌고, 실험실에서 그걸 처음 들은 사람은 기계가 고장 난 줄 알았습니다. 교과서의 경계란 대개 그런 식으로 헐거워지더군요.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T. A. Lima, N. J. Alvarez, S. E. Smith, K. V. Edmond, M. Gopinadhan, E. Ulysse. Unexpected Solidlike Fracture in Simple Liquids. Physical Review Letters 136(12), 124002 (2026), doi:10.1103/t2vy-32wr. — 이 글의 뼈대. 서지 사항(권·호·논문번호·저자·소속)은 Crossref DOI 레코드로 대조했고 PubMed(PMID 41964996)로 한 번 더 확인했다. 게재일은 Crossref가 2026-03-26, PubMed가 2026-03-27로 하루 차이가 있어 본문에는 "2026년 3월"로만 적었다. (OpenAlex와 Unpaywall은 2026-02-23을 주는데, 이건 Crossref의 등록 시각이라 게재일이 아니다.) 저자 여섯 명 중 넷은 엑슨모빌 소속이다(리마·알바레스가 드렉셀대). 본문의 핵심 서술 — G″가 G′보다 한 자릿수 크다는 조건, 임계 응력 2(±1) MPa가 점도·화학 조성·온도·속도와 무관했다는 것, 균열 개시 속도 근처의 연성 컵-콘 파단이 더 높은 변형 속도에서 취성으로 바뀐다는 것, 기존 정설이 G′ ≳ G″였다는 것, 결론이 "점성과 탄성 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와 무관하게" 파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메커니즘과 실용적 함의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로 닫힌다는 것 — 은 모두 논문 초록 원문에서 직접 확인했다. 본문은 APS 유료 구독 뒤에 있어(Unpaywall 조회 결과 오픈액세스 사본 없음, arXiv 프리프린트도 확인되지 않음) 열지 못했고, 초록 전문은 OpenAlex와 Semantic Scholar 두 색인에서 각각 받아 문자열이 일치함을 대조한 뒤 인용했다. 따라서 이 글은 초록·보도자료·2차 보도까지만 근거로 삼는다 — Methods와 그림을 못 본 상태라, 실험 장비의 구체적 사양이나 각 액체의 점도 실측값처럼 본문에만 있을 수치는 이 글에 적지 않았다.
- Drexel Researchers Discover Liquids Have a Breaking Point. 드렉셀대 보도자료, 2026년 3월. — 리마가 파괴음을 듣고 "장비가 고장 난 줄 알았다"고 한 대목, 알바레스가 "너무 뜻밖이라 실험을 몇 번 더 반복해야 했다"고 한 대목, 온도를 바꿔 점도를 흩어 놓고도 임계 응력이 같은 자리였다는 서술의 출처. 본문 §05에서 다룬 "물과 기름을 포함한 모든 단순 액체에 대해 아마도 참"이라는 문장도 여기 있다 — 논문 초록에는 없는, 연구자의 기대다. 같은 자료가 "장비의 최대 변형 속도에 한계가 있어 충분히 묽은 액체에서는 파괴를 관찰할 수 없었다"고 함께 밝히고 있어, 이 글은 그 한계를 기대와 나란히 적었다.
- R. Subrahmanyam. We Know Simple Fluids Can Flow. Turns Out, Some Can Fracture. Quanta Magazine, 2026-07-10. — 이 주제를 백로그에 올린 기사. 논문 본문을 못 본 상태라 이 기사에 의존한 대목이 아홉 가지다(세어서 적었다). ① 차크라바르티(국제이론과학센터)의 반문, ② 마테이선(펜실베이니아대)의 반응, ③ 리마의 기대가 "더 빠른 장비가 있다면"이라는 조건과 함께 나온다는 점, ④ 균열 전파 속도 초속 500~1500 m와 녹인 폴리스타이렌의 초속 0.07 m 대비, ⑤ 그 차이를 알바레스가 "탄성이 없어 균열을 늦출 것이 없다"로 설명한다는 것, ⑥ 장비 상한이 초당 500 mm이고 초당 100 mm에서는 늘어나던 액체가 300 mm에서 부러졌다는 것, ⑦ 연구진이 시험한 복합 액체도 같은 2 MPa 근처에서 부러졌다는 것, ⑧ 임계 응력이 점도×변형률 속도에 비례한다는 관계, ⑨ 가장 묽은 시료만 끝내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보도자료는 "장비가 깨뜨리지 못했다"까지만 적는다). 초고에서 이 개수를 일곱으로 적었다가 ⑤와 ⑨를 빠뜨린 것이 검수에서 드러나 고쳤다 — 지난 회차에도 같은 자리에서 틀렸다.
초고에서 두 사람의 발언을 잘못 배치했다가 고쳤다. 마테이선의 문장은 원문이 "점성은 보통 분자를 재배열할 뿐이라 갈라짐을 기대하지 않는다 — 그런데 실제로 깨졌고, 그게 진짜 놀라운 지점이다"인데, 초고는 앞쪽만 잘라 인용해 반대 의견처럼 만들어 버렸다. 차크라바르티의 반문도 Quanta에서는 "그러니 아마 액체 파괴에 관한 옛 이론이 틀렸을 것"이라는 문장 뒤에 붙는다 — 결과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기존 이론 쪽을 의심하는 맥락이다. 과장을 벗기려던 글이 정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진 경우라, 기록해 둔다. - D. D. Joseph. Cavitation and the state of stress in a flowing liquid. Journal of Fluid Mechanics 366, 367–378 (1998), doi:10.1017/S0022112098001530; 앞선 Cavitation in a flowing liquid, Phys. Rev. E 51, R1649 (1995). — 본문 §06의 '최대 인장 응력 기준'. 서지는 Crossref로 대조했다. 흐르는 액체의 어느 점에서 운동에 따른 인장 응력이 그 액체의 파괴 강도(캐비테이션 문턱)를 넘으면 캐비테이션이 시작된다는 기준으로, 조지프 본인이 이 기준을 캐비테이션 이론·액체 필라멘트의 최대 인장 강도·비정질 고체의 파괴 이론을 통합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초고가 틀렸고, 참고문헌 목록으로 바로잡았다. 초고는 캐비테이션 가설을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이지 논문의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초록에 캐비테이션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넘겨짚은 것이었다. 그런데 Crossref의 DOI 레코드에는 논문의 참고문헌 50편이 그대로 들어 있다(api.crossref.org/works/10.1103/t2vy-32wr). 그 목록을 전부 풀어 보니 조지프의 1995·1998년 논문이 둘 다 있고(각각 46번·10번), 조지프가 공저한 2007년 JFM 논문(48번)도 있으며, 제목에 캐비테이션이 들어간 참고문헌은 정확히 열세 편이었다(10·13·14·15·19·41·42·43·44·46·47·48·50번 — 직접 세었다). 1번은 그리피스의 1921년 논문, 2번은 허튼의 1963년 Nature 논문이다. 즉 캐비테이션은 이 논문이 딛고 선 문헌이지 곁가지가 아니다 — 본문을 못 읽을 때 참고문헌 목록이 논문이 무엇을 논의하는지 알려 주는 통로가 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주의: 2차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Fracture of a Viscous Liquid」라는 제목의 Phys. Rev. Lett. 90, 184501 (2003) 논문이 조지프의 것처럼 엮이기 쉬운데, 이 논문의 저자는 로랑소·레스타뇨·케레이고 내용도 점성 액체 웅덩이에 액체가 부딪힐 때 생기는 첨점(cusp)과 공기 말림에 관한 것이라 이번 주제의 선행 연구가 아니다. 위 참고문헌 50편 안에도 들어 있지 않다. 확인 결과 관련이 없어 본문에서 제외했다. - 보조 확인: Phys.org 2026-03 — 스타이렌 올리고머를 탄화수소 혼합물과 같은 점도로 맞춰 반복 실험했다는 점, 고속 카메라를 썼다는 점, 캐비테이션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라는 점을 여기서 함께 확인했다.
- §02의 선행 보고 — A. Griffith, Phil. Trans. R. Soc. A 221, 163 (1921)(참고문헌 1번), J. F. Hutton, 「Fracture of Liquids in Shear」, Nature 200, 646–648 (1963)(2번), L. A. Archer, D. Ternet, R. G. Larson, 「'Fracture' phenomena in shearing flow of viscous liquids」, Rheologica Acta 36, 579–584 (1997)(49번). 셋 다 이번 논문의 참고문헌에 실려 있으며, 서지는 Crossref로 대조했다. 다만 세 논문의 본문은 열지 못했으므로 본문에는 "이런 보고가 존재하고 이번 논문이 인용한다"는 사실까지만 적었고, 각각이 무엇을 결론지었는지는 쓰지 않았다(아처 등이 제목의 '파괴'에 따옴표를 씌운 것은 원제 표기 그대로다).
- 본문 §01의 데보라 수와 실리 퍼티, §02의 G′·G″와 그리피스 설명은 유변학·파괴역학의 교과서적 내용이며 이번 논문의 주장이 아니다(그리피스 1921년 논문은 이 논문의 참고문헌 1번이다). 초고는 여기서 어윈-오로완 보정을 끌어와 "삼단논법에 빈틈이 있었다"고 적었는데, 검수에서 이게 논리적으로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뺐다 — 어윈-오로완은 균열 끝이 써야 할 에너지를 늘리는 보정이라 파괴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저장된 에너지가 없으면 밑천이 없다"는 공급 쪽 논리의 반례가 되지 못한다. 지금 본문에 남긴 두 가지(바깥에서 계속 들어오는 일, G′가 0이 아니라는 점)가 공급 쪽을 짚는 올바른 반론이다. 데보라 수는 완화 시간을 관찰 시간으로 나눈 무차원수로, 값이 크면 고체처럼·작으면 액체처럼 거동한다는 통상적 정의를 따랐다. ("유리창이 흘러내린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본문에 그대로 적었다.)
- §04의 계산기와 단위 환산은 직접 계산했다. 균일 인장에서 뉴턴 액체의 점성 응력을 σ ≈ 3ηε̇(트루턴 비 3)로 두고 σ = 2 MPa가 되는 변형 속도를 구했다. 예: 물(η ≈ 1×10⁻³ Pa·s)이면 ε̇ ≈ 6.7×10⁸/s로 시간 척도가 나노초까지 내려가고, 역청(η ≈ 2×10⁸ Pa·s)이면 ε̇ ≈ 3×10⁻³/s로 분 단위가 된다. 2 MPa ≈ 19.7기압. 점도 참고값(물 1.0 mPa·s, 올리브유 ≈80 mPa·s, 글리세린 ≈1.4 Pa·s, 꿀 ≈10 Pa·s, 역청 ≈2×10⁸ Pa·s)은 실온 기준의 통상적인 어림값이며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 특히 꿀과 역청은 문헌마다 자릿수가 흔들린다. 트루턴 비 3은 이 글이 얹은 계수지만, 임계 응력이 점도×변형률 속도에 비례한다는 관계 자체는 연구진이 보고한 내용이다(Quanta: "액체가 파괴되는 임계 응력 수준은 점도 곱하기 변형률 속도에 비례한다"; 드렉셀 보도자료도 "각 점도마다 파괴를 유발하는 고유한 신장 속도가 있었고 언제나 2 MPa 임계점에 비례했다"고 적는다). 실제 임계값은 전단과 신장을 합친 '총 응력'이라 이보다 복잡하다. 응력이 문턱에 닿는다고 파괴가 보장되지도 않는다 — 묽은 액체에서 같은 문턱이 성립하는지가 바로 미확인 부분이다. 계산기의 판정 문턱(10, 10⁴, 10⁷/s)은 Quanta가 전한 장비 상한(초당 500 mm)과 파괴 조건(초당 300 mm)에서 잡은 대략의 구간이지 논문이 제시한 경계가 아니다. mm/s를 변형률 속도로 옮기려면 판 사이 간격이 필요한데 그건 Methods의 숫자라 알 수 없어서, 신장 유변계에서 흔한 0.3~3 mm로 어림했다 — 초당 300 mm를 이 간격으로 나누면 초당 100~1000회쯤이 되고, 그래서 논문의 실험을 10~10⁴/s 구간에 놓았다. 가정을 숨기지 않으려고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