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풀과학

새는 어떻게 자기장을 '볼까'?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지구 자기장을 — 작은 새는 어떻게 읽어 길을 찾을까요?

가을 밤, 갓 부화한 어린 유럽울새 한 마리가 처음으로 남쪽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부모도, 길잡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수천 km 떨어진 월동지를 향해, 거의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인데요. 어린 새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요?

답의 한 조각은 새가 지구 자기장을 감각으로 읽는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눈엔 안 보이고, 손에도 안 잡히는 그 희미한 힘을요. 이 능력을 자기수용(magnetorecept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진짜 반전은 따로 있습니다. 새가 그 자기장을 읽는 방식이 — 지금까지의 가장 유력한 설명에 따르면 — 양자역학에 기대고 있다는 거예요.

전자, 원자처럼 아주 작은 세계의 규칙인 양자역학이, 따뜻하고 축축하고 시끄러운 새의 눈 속에서 작동한다?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은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엔 양자생물학(quantum biology)이라는, 두 단어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01지구는 거대한, 그러나 아주 약한 자석

지구 자기장부터 짚고 갑시다. 지구 중심의 액체 외핵이 휘저어지며 만드는 이 자기장은, 막대자석을 지구 한가운데 박아 둔 것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자기력선이 한쪽 극에서 나와 반대쪽 극으로 휘어 들어가지요.

문제는 세기입니다. 지표면의 지자기는 대략 25~65마이크로테슬라(µT) 정도로,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의 수백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나침반 바늘은 가볍게 매달아 두었으니 이 약한 힘에도 돌지만, 생물의 세포가 이 정도 세기를 신호로 바꾼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 "너무 약하다"가 이 이야기 전체의 가장 큰 수수께끼예요.

새가 자기장을 쓴다는 사실 자체는 새 이야기가 아닙니다. 1960년대에 독일의 볼프강·로스비타 빌치코 부부가 새장에 갇힌 유럽울새의 '날아가려는 방향'이 인공 자기장을 돌리면 따라 도는 걸 보였거든요. 진짜 질문은 그때부터 줄곧 하나였습니다. 대체 몸의 어디서, 어떤 원리로 자기장을 느끼는가?

02빛이 있어야 켜지는 나침반

첫 번째 단서는 뜻밖이었습니다. 새의 자기 나침반은 빛이 있어야 작동합니다. 특히 푸른빛~초록빛이 필요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선 방향을 잃습니다. 자석을 느끼는 데 왜 빛이 필요할까요?

이 단서가 과학자들의 눈을 한 기관으로 돌렸습니다. 바로 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눈의 망막이지요. 그리고 망막에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 하나가 있습니다.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이름의 청색광 감지 단백질입니다.

1978년, 물리학자 클라우스 슐텐은 대담한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빛을 받은 분자 안에서 만들어지는 한 쌍의 전자가,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화학 반응의 결과를 살짝 바꿀 수 있다"는 것. 당시엔 그 분자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훗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게 바로 이 크립토크롬이었습니다. 새는 어쩌면 자기장을 느끼는 게 아니라, 시야에 겹쳐 보이는 어떤 무늬처럼 본다는 추측까지 나왔지요.

03라디칼 쌍 — 전자 두 개의 양자 시소

이제 핵심입니다. 슐텐이 말한 '한 쌍의 전자'가 어떻게 나침반이 되는지를 따라가 봅시다.

크립토크롬 안에는 FAD라는 색소 분자가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푸른빛 광자가 한 개 꽂히면, 단백질 안에서 전자 하나가 옆 분자로 건너뜁니다. 그 결과 짝을 잃은 전자가 두 곳에 하나씩 남는데, 이 둘을 묶어 라디칼 쌍(radical pair)이라고 부릅니다. 핵심은 이 두 전자의 '스핀'이 처음엔 양자적으로 연결된 한 상태로 태어난다는 점입니다. 멀어져도 한동안 운명을 공유하는, 양자 얽힘에 가까운 관계지요.

전자의 스핀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짝지을 수 있습니다. 두 스핀이 어긋난 '홑항(singlet)'과 나란한 '세겹항(triplet)'. 그런데 라디칼 쌍은 이 둘 사이를 양자적으로 끊임없이 오갑니다 — 시소처럼요. 그리고 이 시소가 기우는 속도가, 놀랍게도 외부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에 미세하게 반응합니다. 홑항일 때와 세겹항일 때 만들어지는 화학 산물의 비율이 달라지고, 그 비율 차이가 결국 신경 신호로 번역됩니다. 화학 반응의 결과가 곧 나침반 눈금이 되는 셈입니다.

새의 나침반은 쇠바늘이 아니라, 빛을 받아 갈라진 전자 두 개의 양자 상태입니다. 자기장이 그 시소를 살짝 기울이면, 새는 그 기울기를 '봅니다'.

여기서 그 수수께끼가 돌아옵니다. 지자기가 전자에 주는 에너지는 상온의 열에너지(분자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만드는 잡음)보다 100만 배(자릿수로 6자리) 이상 작습니다(대략적인 크기 비교입니다). 상식적으론 그 잡음에 묻혀 사라져야 할 신호를, 양자적으로 연결된 스핀 쌍이 잠깐이나마 붙들어 증폭한다 — 이게 가설의 가장 짜릿하면서도 가장 믿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따뜻한 생체 안에서 양자 상태가 그렇게 오래 버틴다는 게요.

빛 한 알이 어떻게 전자를 튕겨 내는지, 그리고 '양자적으로 연결된 두 입자'가 무슨 뜻인지를 직접 만져 보면 이 메커니즘이 한결 또렷해집니다.

SIM 광전 효과
빛(광자)이 어떻게 전자를 튕겨 내는지 — 라디칼 쌍이 만들어지는 첫 단추를 직접 조작
SIM 양자 얽힘
멀리 떨어져도 운명을 공유하는 두 입자 — 라디칼 쌍의 전자 스핀이 갖는 '연결'을 시각적으로

04새는 'N극'을 모른다 — 기울기 나침반

여기서 빌치코 부부의 또 다른 발견이 결정적입니다. 새의 나침반은 우리가 쓰는 나침반과 읽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우리 손의 나침반은 자기장의 극성을 읽습니다. 빨간 바늘이 북, 반대가 남이지요. 그런데 새의 나침반은 극성을 모릅니다. 대신 자기력선이 지면과 이루는 기울기(경각)를 읽습니다. 자기력선은 극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땅속으로 꽂히고, 적도로 갈수록 수평에 가까워집니다. 새는 이 각도를 보고 "극 쪽이냐 적도 쪽이냐"를 가립니다. 'N극·S극'이 아니라요.

그래서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자기장의 극성만 뒤집으면 우리 나침반은 반대를 가리키지만, 새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기력선의 위아래 기울기를 뒤집으면, 우리 나침반은 그대로인데 새는 방향을 정반대로 착각합니다. 직접 스위치를 넣어 비교해 보세요.

실험 — 두 나침반은 무엇이 다른가

지구 자기장에 두 가지 '뒤집기'를 걸어 보고, 사람의 나침반과 새의 나침반이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① 극성 뒤집기 (자기장의 N↔S 방향을 반대로)
② 기울기 뒤집기 (자기력선의 위↔아래 경각을 반대로)
사람의 나침반POLARITY 지자기 북을 가리킴 →
새의 나침반INCLINATION 극 쪽으로 인식 ↗

극성만 바꾸면 새는 흔들리지 않고, 기울기를 바꾸면 새가 정반대로 길을 잡습니다. 바로 이 '기울기 나침반' 행동이, 새의 나침반이 쇠바늘식 자석이 아니라 빛·화학에 기댄 라디칼 쌍 방식이라는 강력한 정황 증거였습니다.

SIM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
눈에 안 보이는 자기력선을 3D로 — 자기장이 '방향과 모양'을 가진다는 감각 잡기

05증거와 의심 사이 — 아직 확정이 아닙니다

여기서 솔직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지, 못 박힌 사실이 아닙니다.

가설을 떠받치는 증거는 분명 쌓였습니다. 2021년, 징징 쉬와 헨리크 모우리천·피터 호어 등의 연구진은 Nature에 유럽울새의 크립토크롬(Cry4)을 시험관에서 분리해 빛을 쪼이자, 실제로 자기장에 반응하더라는 결과를 냈습니다. 더구나 이동하지 않는 닭·비둘기의 같은 단백질보다 철새 울새의 것이 더 민감했지요. 또 2014년 Nature의 한 실험은, 아주 약한 전파(라디오파) 잡음을 걸어 주는 것만으로 울새가 방향을 잃는다는 걸 보였습니다 — 이건 라디칼 쌍 같은 화학·스핀 기반 감지기여야만 설명되는, 가설의 핵심 예측이었습니다.

하지만 빈자리도 큽니다. 위 증거들은 대부분 시험관 속 단백질이나 행동 관찰입니다. 살아 있는 새의 망막에서 "여기, 이 세포가 자기장 신호를 보낸다"를 직접 잡아낸 적은 아직 없습니다. 게다가 2025년에는 울새의 크립토크롬 변이형(Cry4b)이 사실 자기수용과 무관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고, 일부 전파 잡음 실험은 재현을 두고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양자 얽힘 그 자체가 정말 성능에 보탬이 되는가'를 두고도 이론가들의 의견이 갈립니다.

저는 이 '아직 모른다'가 흠이 아니라 이 분야의 매력이라고 봅니다. 양자역학과 살아 있는 세포라는, 도무지 안 어울려 보이던 두 세계가 새 한 마리의 눈 속에서 만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 그걸 지금 이 순간 과학이 한 칸씩 검증해 가는 중이니까요.

한 장 정리
  • 자기수용 — 생물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 유럽울새 등 철새가 길을 찾는 데 쓴다.
  • 빛이 필요하다 — 새의 자기 나침반은 푸른빛이 있어야 켜진다. 단서는 눈의 망막, 후보 단백질은 크립토크롬.
  • 라디칼 쌍 — 빛을 받아 갈라진 전자 두 개의 양자 상태(홑항↔세겹항)가 자기장에 따라 화학 산물 비율을 바꿔 나침반이 된다(슐텐, 1978).
  • 기울기 나침반 — 새는 N·S 극성이 아니라 자기력선의 '기울기(극 쪽/적도 쪽)'를 읽는다. 라디칼 쌍 가설의 핵심 정황.
  • 아직 가설 — 시험관·행동 증거는 강하지만, 살아 있는 새에서 직접 확증되진 않았고 반론·재현 논쟁이 진행 중.

다시 가을밤의 어린 울새로 돌아가 봅시다. 그 작은 머릿속 어딘가에서, 어쩌면 빛에 깨어난 전자 두 개가 양자의 시소를 타며 지구의 기울기를 읽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확정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죠.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1. Xu, J., Jarocha, L. E., Hore, P. J., Mouritsen, H., et al. (2021). Magnetic sensitivity of cryptochrome 4 from a migratory songbird. Nature. — 철새 유럽울새의 Cry4가 시험관에서 자기장에 반응하며 비철새보다 민감하다는 결과.
  2. Hore, P. J., & Mouritsen, H. (2016). The Radical-Pair Mechanism of Magnetoreception. Annual Review of Biophysics. — 라디칼 쌍 메커니즘 종설.
  3. Engels, S., et al. (2014). Anthropogenic electromagnetic noise disrupts magnetic compass orientation in a migratory bird. Nature. — 약한 전파 잡음이 울새의 자기 나침반을 교란한다는 실험.
  4. Schulten, K., Swenberg, C. E., & Weller, A. (1978). A biomagnetic sensory mechanism based on magnetic field modulated coherent electron spin motion. Zeitschrift für Physikalische Chemie. — 라디칼 쌍 가설의 최초 제안.
  5. Wiltschko, W., & Wiltschko, R. (1972). Magnetic Compass of European Robins. Science. — 새가 극성이 아닌 '기울기'를 읽는 나침반을 쓴다는 발견.
  6. 본문의 지자기 세기·열에너지 대비(약 100만 배, 자릿수로 6자리)는 자릿수 수준의 대략적 비교이며, 살아 있는 새 망막에서의 직접 확증, Cry4b의 역할, 일부 전파 교란 실험의 재현성은 2025년 현재 논쟁 중임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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