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지금도 커지고 있습니다. 은하와 은하 사이가 매 순간 벌어지죠. 그런데 "얼마나 빨리 커지나"를 재려고 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갓 태어난 우주를 보고 재면 한 숫자가 나오고, 지금의 우주를 보고 재면 또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둘은 오차로 설명되지 않을 만큼 벌어져 있습니다. 이게 오늘날 물리학에서 가장 시끄러운 불일치, 허블 텐션입니다.
저는 수업에서 우주 팽창을 이야기할 때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우주는 지금 얼마나 빨리 커지고 있을까요?" 대부분은 답이 하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를 잘 대면 하나의 값이 나오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두 팀이 각자 자를 댔더니, 답이 67과 73으로 갈렸습니다. 그것도 점점 더 또렷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01우주가 커지는 속도 — '허블 상수'라는 숫자
1920년대, 에드윈 허블과 조르주 르메트르는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우리에게서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두 배 멀리 있으면 두 배 빠르게 멀어지죠. 이 '거리 대 후퇴 속도'의 비례 기울기가 바로 허블 상수(H₀)입니다. 단위는 좀 낯설게 생겼습니다 — km/s/Mpc. "메가파섹(약 326만 광년)만큼 멀어질 때마다 초속 몇 km씩 더 빠르게 멀어지는가"라는 뜻이에요.
이 숫자 하나가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통째로 쥐고 있습니다. 팽창을 거꾸로 되감으면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였던 순간, 즉 빅뱅에 닿거든요. 그래서 허블 상수의 대략적인 역수가 곧 우주의 나이를 어림하는 값이 됩니다. 팽창이 빠를수록(H₀가 클수록) 지금 크기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짧으니, 우주는 더 젊어집니다. 반대로 팽창이 느리면 우주는 더 늙었다는 뜻이 되고요.
말로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옵니다. 그러니 직접 다이얼을 돌려 봅시다.
허블 상수를 돌려 보세요 — 우주는 몇 살이 될까요?
팽창 속도(H₀)를 바꾸면 우주의 대략적인 나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 줍니다. 아무것도 저장되지 않습니다.
이 팽창 속도라면 우주의 '허블 나이'는 약 140억 년입니다.
'허블 나이'는 팽창 속도만으로 어림한 값입니다. 진짜 우주 나이는 물질과 암흑에너지까지 넣은 모형에서 나오고, 그렇게 계산한 값은 약 138억 년이에요. 여기 계산기는 "숫자 하나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를 손으로 느껴 보려는 장치입니다.
슬라이더를 왼쪽 끝(67 근처)에 두면 우주는 넉넉하게 늙었고, 오른쪽 끝(73 근처)에 두면 눈에 띄게 젊어집니다. 겨우 몇 %의 차이인데 우주의 나이가 통째로 흔들리죠. 바로 이래서 천문학자들이 이 작은 불일치에 예민한 겁니다. 이건 소수점 다툼이 아니라 우주의 이력서를 다시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거든요.
02같은 우주, 두 개의 답
그럼 왜 답이 둘일까요? 팽창 속도를 재는 길이 크게 두 갈래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초기 우주에서 출발하는 길입니다. 빅뱅 38만 년 뒤에 우주가 처음으로 투명해지며 새어 나온 빛 — 우주배경복사(CMB) — 에는 갓난 우주의 밀도 무늬가 화석처럼 찍혀 있습니다. 유럽의 플랑크 위성이 이 무늬를 정밀하게 읽고, 표준 우주 모형(ΛCDM)을 대입해 "그 초기 상태에서 출발하면 지금 팽창 속도는 얼마여야 하는가"를 계산합니다. 답은 H₀ = 67.4(±0.5)였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 우주를 직접 재는 길입니다. 별까지의 거리를 한 칸씩 사다리처럼 이어 올라가는 방법이죠. 가까운 별의 거리를 재고, 그걸로 '세페이드 변광성'이라는 밝기가 일정한 별을 보정하고, 다시 그걸로 더 먼 은하의 초신성(Ia형)을 보정합니다. 이 우주 거리 사다리를 타고 애덤 리스가 이끄는 SH0ES 팀이 잰 값은 H₀ = 73.0(±1.0)이었습니다.
67.4와 73.0. 겹치기엔 각자의 오차 막대가 너무 작습니다. 이 어긋남은 통계적으로 약 5시그마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 우연히 이렇게 벌어질 확률이 대략 350만분의 1이라는 뜻이에요. 물리학에서 5시그마는 "이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문턱입니다.
한쪽은 우주의 갓난아기 사진을 보고, 다른 쪽은 오늘의 우주를 자로 잽니다. 두 답이 다르다면, 그 사이 138억 년 어딘가에서 우리가 모르는 일이 벌어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03"그냥 측정이 틀린 거 아냐?" — JWST가 닫아 버린 문
가장 자연스러운 의심은 이겁니다. "둘 중 하나가 그냥 틀린 거겠지." 특히 거리 사다리는 여러 단을 밟고 올라가니 어딘가에서 작은 오차가 쌓였을 거라는 의심이 오래 따라다녔습니다. 그럴듯한 후보 하나는 별 붐빔(crowding)이었어요. 먼 은하 속 세페이드 별은 다른 별들과 뒤엉켜 보여서, 허블 우주망원경의 눈으로는 실제보다 밝게 잘못 잴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거리가 틀어지고, H₀도 부풀 수 있습니다.
이 의심을 정면으로 시험한 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입니다. JWST는 허블보다 해상도가 근적외선에서 두세 배 이상 좋아서, 뒤엉켜 있던 별들을 훨씬 또렷하게 갈라 봅니다. 2024년, 리스 팀은 JWST로 같은 세페이드 별 1000개 이상을 다시 쟀습니다. 결과 — 허블이 잰 밝기와 JWST가 잰 밝기가 거의 그대로 일치했습니다. '별 붐빔이 허블 텐션의 범인'이라는 설명은 8시그마 신뢰도로 기각됐죠.
즉 JWST는 텐션을 풀어 주기는커녕, 가장 쉬운 탈출구를 막아 버렸습니다. "측정 실수였다"는 말로 넘어가기가 훨씬 어려워진 겁니다. 리스 쪽 진영에서 보면, 73이라는 값은 점점 더 단단해졌습니다.
04그런데 — 또 다른 사다리는 낮게 나옵니다
여기서 솔직해야 합니다. "그럼 73이 정답이고 초기 우주 계산이 틀렸겠네?"라고 넘어가면 안 됩니다. 지금 우주를 재는 팀이 리스 팀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웬디 프리드먼이 이끄는 CCHP 팀은 세페이드 대신 다른 사다리를 씁니다. 늙은 별 무리에서 가장 밝은 적색거성의 밝기(TRGB), 그리고 특정 밝기의 점근거성(JAGB) 별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죠. 같은 JWST 자료를 쓰고도, 2025년 이 팀이 내놓은 값은 H₀ ≈ 70.0(±1.5)이었습니다. 특히 JAGB 방법만 떼어 보면 67.8로, 플랑크의 67.4와 사실상 겹칩니다. 프리드먼 팀은 "우리 값은 표준 모형과 굳이 충돌하지 않는다. 새로운 물리가 필요하다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이렇습니다. 초기 우주 팀은 67, 리스의 사다리는 73, 프리드먼의 사다리는 그 중간인 70. 지금 우주를 재는 두 전문가 팀조차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두 팀은 상대방의 별 선정과 보정 방식을 두고 지금도 논쟁 중이에요. 누가 옳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이야기의 약점이 아니라 정직한 심장이라고 봅니다. 뉴스 헤드라인은 "우주론이 무너진다!"라고 외치기 쉽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조심스럽습니다. 세계 최고의 관측자들이 소수점 몇 자리를 두고 몇 년째 서로를 검증하고 있는 것 — 그게 과학이 제대로 굴러가는 모습이에요.
05만약 측정이 다 맞다면? — 새로운 물리의 냄새
그럼에도 텐션이 진짜라면, 즉 초기 우주도 지금 우주도 제대로 쟀는데 답이 다르다면, 남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그 사이를 잇는 우리의 우주 모형에 빠진 조각이 있다는 것.
후보는 여럿입니다. 빅뱅 직후 아주 짧게 작용하고 사라진 '초기 암흑에너지'가 있었다면 초기 우주 계산이 바뀔 수 있고, 암흑물질이나 중성미자에 우리가 모르는 성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어느 것도 결정적이지 않아요.
그런데 2025년, 여기에 흥미로운 단서가 하나 얹혔습니다. 은하와 퀘이사 1400만 개의 지도를 그리는 DESI 관측이, 우주를 미는 힘인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해 온 것 같다는 신호를 보고한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암흑에너지를 변하지 않는 상수로 다뤄 왔는데, 그게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이 신호는 DESI 데이터만으로는 아직 약하고(마일드한 수준), 우주배경복사·초신성 자료를 합쳤을 때 더 뚜렷해집니다. 그리고 이게 허블 텐션을 직접 풀어 준다는 보장도 아직 없습니다. 암시일 뿐, 확정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 지금 우리는 두 갈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하나는 "정교한 측정 어딘가에 아직 못 찾은 오차가 있다"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에는 표준 모형이 놓친 새 물리가 있다"는 길입니다. 어느 쪽이든, 답이 나오면 교과서가 바뀝니다.
이 이야기의 뿌리에는 결국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별까지의 거리를 우리는 어떻게 재는가, 그리고 우주는 정말로 팽창하는가. 그 두 개를 직접 만져 보면 허블 텐션이 왜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지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SIM 별까지의 거리 측정연주시차부터 밝기 비교까지 — 거리 '사다리'가 어떻게 한 칸씩 쌓이는지 직접 조작 → SIM 팽창하는 우주
공간 자체가 늘어나며 은하가 멀어지는 모습 — 허블 상수가 재려는 바로 그 팽창 → SIM 빅뱅과 우주 진화
우주배경복사가 새어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 초기 우주 팀이 읽는 '화석 빛'의 출발점 →
- 허블 상수(H₀) — 우주가 커지는 속도. 거리 대 후퇴 속도의 기울기이며, 대략적 역수가 우주 나이를 어림한다.
- 허블 텐션 — 초기 우주(우주배경복사)로 잰 67.4와 지금 우주(거리 사다리)로 잰 73.0이 약 5시그마로 어긋나는 문제.
- JWST 2024 — '별 붐빔' 같은 측정 오차로 텐션을 설명하려던 시도를 8시그마로 기각. 쉬운 탈출구가 막혔다.
- 아직 논쟁 중 — 지금 우주를 재는 팀들끼리도 73(리스)과 70(프리드먼)으로 갈린다. 승자는 미정.
- 새 물리? — 초기 암흑에너지 등 가설, 그리고 DESI의 '변하는 암흑에너지' 신호가 단서. 다만 아직 암시 단계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주는 얼마나 빨리 커지고 있을까요? 정직한 답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입니다. 그런데 이건 무지의 고백이 아니라 초대장에 가깝습니다. 우주를 서로 다른 두 방향에서 재는 데 성공할 만큼 정밀해졌기 때문에, 비로소 이 작은 어긋남이 눈에 보이게 된 거니까요. 다음 자리를 마저 재면, 우주의 나이 한복판에서 새 물리가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Planck Collaboration (2020). Planck 2018 results. VI. Cosmological parameters. A&A 641, A6. — 우주배경복사 기반 H₀ = 67.4 ± 0.5.
- Riess, A. G., et al. (2022). A Comprehensive Measurement of the Local Value of the Hubble Constant (SH0ES). ApJL 934, L7. — 거리 사다리 기반 H₀ = 73.04 ± 1.04, 약 5σ 어긋남.
- Riess, A. G., et al. (2024). JWST Observations Reject Unrecognized Crowding of Cepheid Photometry as an Explanation for the Hubble Tension at 8σ Confidence. ApJL 962, L17.
- Freedman, W. L., et al. (2025). Status Report on the Chicago–Carnegie Hubble Program (CCHP). ApJ 985, 203. — TRGB·JAGB·세페이드 결합 H₀ ≈ 70.0(JAGB 단독 67.8).
- DESI Collaboration (2025). DESI DR2 Results II: BAO Measurements and Cosmological Constraints. —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할 가능성 시사(BAO 단독은 CMB와 약 2.3σ 차이, 조합 시 강화). 암시 단계의 결과로, 확정이 아님.
- 본문의 우주 나이 계산기는 '허블 시간'(≈ 977.8/H₀ 십억 년) 근사이며, 실제 우주 나이(≈ 138억 년)는 물질·암흑에너지를 포함한 ΛCDM 모형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