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개미 한 군체에는 알을 낳는 여왕 하나와, 많게는 일꾼 1000만 마리가 삽니다. 이 일꾼들은 평생 자기 새끼를 한 마리도 낳지 않아요. 여왕이 낳은 알을 — 그러니까 자기 동생들을 — 먹이고 지키다 죽습니다. 자연선택은 자손을 많이 남기는 쪽을 편든다고 배웠는데, 자손을 아예 포기한 개체들이 왜 이렇게 번성할까요?
이 질문에는 오래된 모범 답안이 하나 있습니다. "개미와 벌은 성이 특이하게 정해져서, 자매끼리가 자기 딸보다 더 닮았거든요 — 4분의 3만큼." 1964년 윌리엄 해밀턴이 내놓은 이 설명은 60여 년 동안 교재와 강의실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사회성 곤충 연구자들 사이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의심받아 왔지만, 곤충 전체를 계통수 위에서 제대로 세어 본 결정적 검정은 없었어요.
그런데 2026년 2월, 옥스퍼드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PNAS에 이 가설을 곤충 5,678종으로 정면 시험한 결과를 실었습니다. 제목이 결론입니다 — "No evidence that haplodiploidy favors the evolution of eusociality", 반수이배성이 진사회성의 진화를 편든다는 증거가 없다. 8월에는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이 다른 계통수로 같은 쪽 결론을 Current Biology에 냈고요. 이 두 번째 팀은 처음엔 정반대 결론을 적었던 팀입니다. 그 이야기까지 차례로 풀어 볼게요.
01'4분의 3'은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요
개미·벌·말벌이 속한 막시류는 성이 정해지는 방식이 사람과 다릅니다. 수정된 알은 암컷(염색체 두 벌, 이배체)이 되고, 수정되지 않은 알은 수컷(염색체 한 벌, 반수체)이 돼요. 이걸 반수이배성(haplodiploidy)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자매 사이가 특별해집니다. 아버지는 염색체가 한 벌뿐이라, 딸들에게 똑같은 한 벌을 통째로 물려줘요. 그래서 여왕이 수컷 하나와만 짝지었다면, 두 자매는 아버지 쪽 유전자가 전부 같고 어머니 쪽은 평균 절반이 같습니다. 합치면 ½ × 1 + ½ × ½ = ¾. 반면 일개미가 자기 딸을 낳으면 그 딸과는 ½만 공유하죠. PNAS 논문도 이 대목을 같은 숫자로 적습니다 — 자매끼리 R = 0.75(한 수컷과만 짝지었다고 가정할 때), 자기 딸과는 R = 0.5.
해밀턴의 혈연선택 논리로 보면, 자기 딸보다 유전자를 더 많이 나눈 자매를 키우는 쪽이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막시류에서 유독 사회가 자주 생겼다 — 이것이 반수이배성 가설입니다.
그런데 같은 산수를 수컷 쪽으로 돌리면 이야기가 꼬입니다. 남동생은 어머니 유전자만 받으니, 일개미와 남동생의 혈연도는 0.25로 자기 아들(0.5)보다 낮아요. 논문 고찰도 바로 이 점을 짚습니다. 동생을 키울 때 자매와 형제를 어떤 비율로 키우느냐에 따라 이득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죠. 직접 계산해 보면 감이 옵니다.
혈연도 계산대 — 동생을 키우는 게 정말 이득일까
일꾼 한 마리가 키우는 동생들과의 평균 혈연도를, 자기 새끼를 낳았을 때의 혈연도 0.5와 견줘 봅니다. 성 결정 방식, 여왕의 짝 수, 키우는 동생의 암수 구성을 바꿔 보세요.
장난감 계산입니다. 혈연도는 PNAS 논문이 적은 값(자매 0.75·딸 0.5·남동생 0.25·아들 0.5)과 표준 계보 계산만 씁니다. 실제 이론 모형은 여기에 암수의 번식 가치, 집단 전체의 성비, 일꾼이 직접 알을 낳을 가능성 같은 것들을 더 넣어서 계산해요. 그래서 이 계산대가 보여 주는 건 "이득이 조건에 따라 생기기도 사라지기도 한다"까지입니다. 그리고 혈연도만으로 이타적 행동이 진화하지는 않습니다 — 해밀턴 규칙 rb > c는 도움으로 생기는 이득 b와 치르는 비용 c도 함께 따집니다.
몇 가지 조합을 돌려 보면 요점이 보입니다. 자매와 형제를 반반 키우면, 반수이배성이어도 평균이 딱 0.5 — 자기 새끼와 같아져요. 여왕이 두 수컷과 짝지으면 자매끼리도 평균 0.5로 떨어집니다. '4분의 3'의 이득은 여왕이 한 번만 짝짓고, 일꾼이 자매 쪽에 더 투자할 때 주로 남습니다 — 그것도 집단 전체의 평균보다 더 치우친 군체에서요. 모든 군체가 똑같이 암컷 쪽으로 치우치면 수컷 한 마리의 번식 가치가 올라가 이득이 상쇄되거든요. 암컷 쪽 투자가 관건이라는 점은 1976년 트리버스와 헤어가 짚었고, 군체마다 성비가 갈릴 때 이득이 남는다는 '갈린 성비' 논리는 1986년 그라펜이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해밀턴 이후 이론가들은 반세기 넘게 이 조건을 파고들었습니다. 어떤 성비 패턴에서는 반수이배성이 이타성을 돕고, 어떤 조건에서는 오히려 방해한다는 모형들이 계속 나왔어요. PNAS 논문 고찰의 정리가 솔직합니다 — 생물학적 세부 사항이 중요해서, 반수이배성 하나만으로 이타성이 더 쉽게 진화할지 분명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론으로 결판이 안 나니, 남은 방법은 실제 곤충을 세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론은 양쪽을 다 허락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은 실제로 어느 쪽이었을까요.
02그런데 흰개미는 왜 사회를 만들었을까요
가설이 오래 살아남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진사회성 — 번식하는 개체와 번식을 포기하고 돕는 개체가 나뉘고, 새끼를 함께 기르는 사회 — 이 곤충에서 여러 번 따로 생겼는데, 그중 다수가 막시류 안에서였거든요. 논문 서론에 따르면 막시류는 다른 모든 곤충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독립 기원을 낸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반례도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흰개미는 이배체인데, 여왕과 왕, 일꾼과 병정이 나뉜 거대한 사회를 만듭니다. 논문 그림 1은 진사회성 곤충을 두 줄로 나눠 보여 줘요. 윗줄이 반수이배성인 개미·벌·말벌·총채벌레, 아랫줄이 이배체인 암브로시아 딱정벌레·진딧물·흰개미입니다. PNAS 그림은 이 자리를 '암브로시아 딱정벌레'라고만 적는데, 이배체이면서 진사회성으로 꼽히는 대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긴나무좀 Austroplatypus incompertus로, 2009년 연구가 암수 모두 이배체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배체 쪽에서도 사회는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막시류에 사회가 많다"는 관찰 자체는 사실이라, 수를 세면 반수이배성 쪽이 이겨 보였어요. 문제는 세는 방법이었습니다.
03한 번 생긴 것을 여러 번 세면
교실 비유로 바꿔 볼게요. 어떤 반 학생 30명이 모두 수학 성적이 좋고, 그 반 담임은 수학 선생님이라고 해 봅시다. "수학 선생님 반은 수학을 잘한다"는 증거가 30개일까요? 아닙니다. 담임을 배정받은 사건은 한 번이에요. 그리고 그 반이 공유하는 다른 것 — 같은 교실, 같은 시간표, 같은 학원가 — 도 성적을 똑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막시류가 딱 그렇습니다. PNAS 논문 서론의 말을 옮기면, 반수이배성은 이 무리의 밑동에서 단 한 번 생겼어요. 그러니 그 안에서 진사회성이 여러 번 생겼어도, 그건 반수이배성 가설을 여러 번 시험한 게 아니라 한 번 시험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계통 안의 유사반복'(pseudoreplication within lineages)이라 부르고, 막시류가 공유하는 다른 특징 — 부모의 돌봄이 흔하다는 것, 한 수컷과만 짝짓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무리를 지킬 강력한 침이 있다는 것 — 도 똑같이 원인 후보라고 적습니다.
재밌는 건, 이 지적이 새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1995년 리드와 니가 계통 비교 방법의 함정을 설명하면서 바로 이 막시류 사례를 교과서적 예시로 썼고, 이번 논문도 그림 2에 그 사례를 다시 그려 넣었습니다. 30년 전에 경고된 함정을, 가설을 지지한 최근 분석들이 피하지 못했다는 게 논문의 진단이에요.
04곤충 5,678종으로 다시 셌더니
연구진(로사 보니파치, 루이스 벨로버츠, 앨런 그라펜, 스튜어트 웨스트)은 곤충 종 단위 계통수에서 성 결정 방식과 사회 행동 자료가 모두 있는 5,678종을 추렸습니다. 곤충의 주요 목(目)을 전부 포함합니다. 진사회성은 정의가 연구마다 달라서, 넓은 정의부터 좁은 정의까지 세 가지로 각각 셌어요.
| 진사회성 정의 | 무엇을 포함하나 | 독립 기원 (반수이배 / 이배체) |
|---|---|---|
| 미치너·윌슨 (가장 넓음) | 함께 새끼를 기르고 번식 분업이 있는 모든 종 | 16회 (12 / 4) |
| 크레스피·야네가 | 성체가 되기 전에 계급이 고정되는 종 | 19회 (15 / 4) |
| 초개체 (가장 좁음) | 계급의 형태가 뚜렷이 다르고 일꾼이 불임인 종 | 6회 (4 / 2) |
표만 보면 12 대 4 — 반수이배성 쪽이 세 배입니다. 여기서 멈췄다면 가설을 지지한다고 읽었겠죠. 그런데 이게 바로 §03의 함정이에요. 반수이배 쪽 12회의 상당수가 반수이배성이 딱 한 번 생긴 막시류 안에 몰려 있으니까요. 논문도 이 기원 수는 표본에 기댄 추정이라 "정확한 값이 아니라 지표로" 읽으라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세는 단위를 바꿨습니다. 진사회성이 생긴 횟수가 아니라, 반수이배성이 생긴 횟수를 단위로요. 곤충 전체에서 반수이배성은 독립적으로 10번 생겼습니다— 수컷이 수정란에서 나오지만 아비 쪽 유전체를 버리는 '부계 유전체 제거'까지 반수이배성에 넣은 넓은 정의 기준이에요. 수정되지 않은 알에서 수컷이 나오는 경우만 세면 5번이고, 연구진은 이 좁은 정의로도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적습니다(한 조합의 예외는 아래에서 다룹니다). 반수이배 무리마다 가장 가까운 이배체 자매 무리를 짝지어 진사회성 종의 비율을 견줬더니 —
- 반수이배 쪽에 진사회성이 더 많았던 짝: 3
- 이배체 쪽에 더 많았던 짝: 1
- 차이가 없던 짝: 6
차이가 있던 네 짝만 놓고 이항 검정을 하면 P = 0.32. 우연으로도 충분히 나올 만한 패턴입니다. 짝을 다르게 고른 100가지 조합에서도 유의한 결과는 하나도 없었어요. 연구진의 표현은 담담합니다 — "강하게 시사하는 패턴이 아니다"(This is not a strong suggestive pattern).
방법을 바꿔도 같았습니다. 계통을 고려한 회귀분석 세 가지(그라펜 1989, 아이브스·갈런드 2010, 애덤스 외 2024)의 P값은 각각 0.94, 0.90, 0.94. 관측되지 않은 요인을 '숨은 상태'로 넣는 은닉 마르코프 모형에서는, 반수이배성과 진사회성이 서로 독립이고 대신 숨은 요인에 따라 진화 속도가 달라지는 모형이 가장 잘 맞았어요. 겉보기 상관은 반수이배성 자체보다 '다른 무언가'로 더 잘 설명된다는 뜻입니다.
정직하게 짚을 예외도 하나 있습니다. 진사회성을 크레스피·야네가 정의로, 반수이배성을 좁은 정의로 잡은 조합 하나에서만 은닉 마르코프 모형이 의존 쪽을 더 지지했어요. 연구진은 이 정의가 판정하기 까다로워 잡음이 끼기 쉽다고 보고, 사회성이 들쭉날쭉한 무리 안에서 진사회성 판정을 무작위로 10% 뒤집어 다시 돌렸습니다. 그 정의에서는 어느 모형도 일관되게 우세하지 않을 만큼 결과가 흔들렸지만(반복 분석에서 이긴 비율 0.56), 어느 조합에서도 주된 결론이 뒤집히지는 않았다고 적습니다.
05결론을 뒤집은 두 번째 팀
이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의 사친 수레시와 티머시 링크스베이어가 같은 질문을 따로 던졌는데, 그들의 첫 원고 결론은 정반대였어요.
2025년 1월 bioRxiv에 올라온 첫 판(v1)의 제목은 "Eusociality evolved at a much higher rate in haplodiploid insects" — 반수이배 곤충에서 진사회성이 훨씬 높은 속도로 진화했다. 초록은 전이 속도가 정의에 따라 15~100배 높았다며 가설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적었고, 의의 문단에서는 "결정적으로 지지"(conclusively supporting)라는 말까지 썼습니다. PNAS 논문은 이 프리프린트를 가설을 지지한 연구 셋 중 하나로 인용하고, 계통 안의 유사반복을 걸러내지 못한 분석으로 분류했어요.
2026년 6월에 올라온 두 번째 판(v2)은 제목부터 바뀌었습니다. "Haplodiploidy alone does not predict the evolution of eusociality" — 반수이배성만으로는 진사회성의 진화를 예측하지 못한다. 같은 제목의 글이 8월 Current Biology에 실렸고요. 곤충 약 69,000종짜리 계통수(체스터스 2020)를 주로 쓰고, 첫 판에 썼던 약 49,000종짜리 계통수(체스터스 2017)로 한 번 더 확인한 분석이에요. 게재본 전문은 읽지 못해서, 아래 숫자는 공개 원고 v2 기준입니다.
v2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전체를 한꺼번에 비교해서는 그 차이가 반수이배성 일반의 성질인지, 한두 계통 안의 사정인지 가를 수 없다는 거예요. 곤충 전체로 뭉뚱그리면 반수이배 계통의 진사회성 전이 속도가 이배체의 약 7배로 여전히 높게 나와요. 상관은 있습니다. 그런데 속도를 세 무리로 나눠 따로 추정하게 했더니 — 이배체, 침벌류 밖의 반수이배, 침벌류(침이 있는 말벌·벌·개미) 안의 반수이배 — 침벌류 안의 속도만 나머지 둘보다 거의 3배 높았고, 모형 비교도 이 '침벌류만 특별한' 모형을 강하게 지지했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 보도자료는 이걸 침벌류 밖의 반수이배 곤충은 진사회성 진화 속도가 이배체와 비슷했다고 풀어 적었어요. 논문은 막시류가 모두 반수이배성인데도 진사회성은 침벌류 안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v2는 첫 판을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PNAS 논문을 인용하면서 자기 결과가 최근의 엇갈린 결과들을 "조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적습니다. 감사의 글에는 이전 판 원고에 대해 PNAS 논문의 공저자 스튜어트 웨스트와 논의했다는 언급도 있고요. 제가 보기에 이건 과학이 제대로 작동한 장면입니다. 첫 판에서 "15~100배, 결정적 지지"로 읽힌 신호가, 침벌류에 따로 속도를 준 모형 앞에서는 한 계통의 효과로 드러났고, 저자들은 그에 맞게 제목을 고쳤으니까요.
상관은 있었습니다. 다만 그 상관을 반수이배성 탓으로 돌릴 근거가 사라졌을 뿐입니다.
06흔들린 것과 멀쩡한 것
이런 소식은 과장되기 쉬워서, 선을 몇 개 그어 두겠습니다.
첫째, 해밀턴이 틀렸다는 뉴스가 아닙니다. 근거를 잃은 건 '반수이배성이 진사회성을 낳는다'는 특정 가설이고, 그 바탕인 혈연선택(포괄적합도) 이론이 아니에요. PNAS 연구진이 결론에서 직접 못 박습니다 — 이 결과는 포괄적합도 이론의 문제가 아니며, 그 이론은 반수이배성이 꼭 중요해야 한다고 예측하지 않는다고요. 오히려 혈연선택의 다른 예측, 예컨대 여왕이 한 수컷과만 짝짓는 것(단혼)이 혈연도를 높여 도움 행동을 편든다는 예측은 지지 근거가 있습니다. 2008년 Science에 실린 휴스 등의 연구는 진사회성 벌·말벌·개미 267종을 분석해, 조사한 독립 진사회성 계통 여덟 개 모두에서 단혼이 조상 상태였다고 보고했어요. 위의 계산대에서 이배체를 고르고 여왕의 짝을 한 마리로 두면 동생과의 혈연도가 자기 새끼와 같은 0.5가 되는 것 — 이게 단혼이 성 결정 방식과 상관없이 통하는 이유입니다.
둘째, 반수이배성이 사회 안에서 아무 일도 안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연구진은 조금 역설적이게도 반수이배성은 협력보다 갈등을 설명하는 데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적어요. 반수이배성이 만드는 혈연도 비대칭 — 예컨대 여왕이 세 마리 이상의 수컷과 고르게 짝지으면 일꾼에게는 다른 일꾼의 아들(조카)보다 여왕의 아들(남동생)이 더 가까워지는 것 — 때문에 일꾼이 서로의 알을 없애는 '일꾼 감시', 그리고 여왕의 짝 수 등에 따라 군체마다 자매·형제 혈연도 차이의 크기가 달라서 암수 투자 비율이 군체별로 갈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론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실증 자료가 뚜렷하다는 겁니다.
셋째, '영향이 전혀 없다'가 증명된 것도 아닙니다. 반수이배성이 독립적으로 생긴 게 곤충 전체에서 10번뿐이라 검정력이 약하다는 걸 연구진 스스로 인정해요. 차이가 난 짝에서 본 3:1이 진짜 비율이라고 가정하면, 유의한 결과를 80% 확률로 잡는 데 약 30번의 독립 사례가 필요하다고 계산합니다. 곤충은 그만큼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요. 그래서 논문이 말하는 건 "지지하는 증거가 없다"이고, 한 달 뒤 같은 저널에 실린 브록대 미리엄 리처즈의 해설도 "증거의 무게가 이제 인과 관계 반대쪽으로 기울었다"는 정도로 적습니다. 물론 두 글의 어조는 단호합니다. PNAS 연구진은 스스로 이 결과를 "결정적인 부정 검정"(decisive negative test)이라 부르고, 리처즈의 해설도 제목부터 "오랜 질문이 마침내 해결됐다"예요. 그 단호한 표현과, 사례가 10번뿐이라 약한 효과는 놓칠 수 있다는 논문 스스로의 단서를 함께 읽어야 합니다.
넷째, 그럼 무엇이 원인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PNAS는 부모 돌봄·단혼·강력한 침을, v2는 침과 특수한 둥지 습성을 후보로 들 뿐이고, PNAS는 이 요인들을 곤충 전체에서 검증하는 게 "핵심적인 다음 단계"라고 적어요. 애리조나주립대 보도자료에는 제1저자가 "환경 요인과 곤충의 생활사 특성과 더 관련이 있다"고 말한 대목이 실렸는데, 이건 논문이 검증한 내용보다 한 걸음 나간 말입니다. v2 본문은 반수이배성의 효과를 같은 계통에만 있는 다른 특성과 떼어 내는 일이 "여전히 어렵다"고 적거든요.
07교실로 가져오면
이 가설은 영어권 진화학·행동생태학 교재와 전공서 여러 권에 실려 왔고(수레시·링크스베이어의 첫 판이 교재 목록을 직접 듭니다), 우리 교실에서도 "일개미는 왜 자기 새끼를 안 낳나"의 답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이번 연구가 수업에 주는 건 새 정답보다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걸 물어볼 수 있습니다 — "어떤 동아리 부원들이 모두 빨간 운동화를 신었고 모두 달리기가 빠르다. 빨간 운동화가 속도를 높이는가?" 부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한 집단이라면, 사례가 스무 명이어도 증거는 사실상 하나일 수 있어요. 진화에서 '한 번 생긴 것'을 세는 문제는 통계의 표본 독립성 문제와 똑같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팀의 v1과 v2를 나란히 보여 주면, 과학자가 자기 결론을 어떻게 고치는지 보여 주는 드문 실물 교재가 됩니다.
SIM 변이와 자연선택 — 딱정벌레"자손을 많이 남기는 쪽이 퍼진다"는 기본 규칙부터 — 일꾼의 불임이 왜 수수께끼인지 → SIM 갈라파고스 핀치의 적응 방산
한 조상에서 갈라진 무리가 공유하는 특징 — '계통 안의 유사반복'을 떠올리기 좋은 예 → SIM 생물 분류 체계
막시류·침벌류 같은 이름이 계통수의 어느 가지를 가리키는지 감 잡기 →
- 반수이배성 가설 — 수컷이 수정되지 않은 알에서 나오는 막시류에서는, 여왕이 한 수컷과만 짝지었다면 자매끼리 혈연도가 0.75로 자기 딸(0.5)보다 높다. 그래서 동생을 키우는 사회가 자주 생겼다는 설명(해밀턴, 1964).
- 산수의 함정 — 남동생과는 0.25. 자매와 형제를 반반 키우거나 여왕이 여러 수컷과 짝지으면 이득이 사라진다. 이론만으로는 결판이 안 났다.
- 세는 법 — 반수이배성은 막시류 밑동에서 한 번 생겼으므로, 그 안의 여러 진사회성 기원은 가설의 시험 한 번에 해당한다(계통 안의 유사반복).
- PNAS 2026 — 곤충 5,678종. 반수이배성의 독립 기원 10번을 자매군과 견주면 3 : 1 : 6(반수이배 우세 : 이배체 우세 : 차이 없음), P = 0.32. 회귀 세 방법 P = 0.90~0.94. 증거 없음.
- Current Biology 2026(공개 원고 v2 기준) — 약 69,000종 계통수. 전체로는 반수이배 쪽 속도가 약 7배지만, 그 신호는 침벌류 한 계통에서 나온다. 같은 팀의 2025년 첫 원고는 "15~100배, 강하게 지지"였다.
- 선 긋기 — 혈연선택 이론은 멀쩡하다(단혼의 역할은 막시류 안에서 지지됨). 독립 사례가 10번뿐이라 약한 효과까지 배제하진 못한다. 막시류의 높은 전이율을 무엇이 설명하는지(침·둥지·부모 돌봄·단혼 등)는 곤충 전체에서 아직 검증 전이다.
일개미가 동생을 키우는 이유에 대한 교과서의 한 줄은 이제 조금 길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자매가 더 닮아서"가 아니라, "왜 하필 침 있는 벌·말벌·개미 무리에서 그렇게 자주 생겼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까지요. 저는 그 모른다는 부분이 더 좋은 수업 재료라고 봅니다.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R. Bonifacii, L. Bell-Roberts, A. Grafen, S. West. No evidence that haplodiploidy favors the evolution of eusociality. PNAS 123(7), e2517458123. 접수 2025-07-10 · 게재 승인 2025-12-19 · 온라인 2026-02-12 · 호 발행 2026-02-17. PMID 41678304 · PMC12913003(CC BY-NC-ND 4.0). 서지는 Crossref로 대조했고 정정·철회 기록은 없었다(2026-09-18 확인). 이 글의 §01~§06 수치와 서술은 PMC 전문을 직접 읽고 가져왔다. 자매 R = 0.75(단혼 가정)·딸 0.5·남동생 0.25·아들 0.5(서론·고찰), 가위개미 일꾼 최대 1000만(서론 첫 문단), 막시류가 다른 곤충을 합친 것보다 많은 독립 기원을 낸 것으로 여겨진다는 서술(서론), 반수이배성이 막시류 밑동에서 한 번 생겼고 그 때문에 막시류 안의 진사회성 전이는 가설의 시험 한 번에 해당한다는 서술과 대안 요인(부모 돌봄·단혼·강력한 침)(서론), 반수이배성 독립 기원 10회(좁은 정의 5회)·데이터셋의 반수이배 비율 21%(좁은 정의 19.6%), 본문 결과 절의 기원 수 16(12/4)·19(15/4)·6(4/2)(이 글의 표 1로 정리)과 "지표로 해석하라"는 단서(결과), 자매군 대조 3·1·6, 이항 검정 P = 0.32(95% CI 0.25–1), 윌콕슨 P = 0.24, 대안 짝짓기 100회 중 유의 0회(결과), 회귀 P = 0.94 (F1,147 = 0.005)·0.90 (Z = 0.13)·0.94 (Z = −0.07), 은닉 마르코프 독립 모형 최적(단일 속도 의존 모형 대비 ΔAIC 51.12), 크레스피·야네가 × 좁은 반수이배성 조합의 예외와 10% 잡음 검정(0.56)(결과), 검정력 한계와 약 30회 필요 계산, "This is not a strong suggestive pattern", 포괄적합도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는 서술, 반수이배성이 협력보다 갈등(일꾼 감시·갈린 성비)을 설명한다는 서술(고찰). 인용 영문은 내려받은 PMC XML에서 문자열로 대조했다.
- S. Suresh, T. A. Linksvayer. Haplodiploidy alone does not predict the evolution of eusociality. Current Biology 36(15), R841–R842 (2026-08; Crossref 등록 2026-08-03). PMID 42546672. R 쪽수의 짧은 글이다. 게재본 전문은 읽지 못했다(출판사 사이트 HTTP 403, Crossref상 저자 원고 공개는 367일 뒤). PubMed에 등록된 게재본 초록(2026-08-03)은 v2 초록과 같은 결론 — 반수이배 쪽 전이 속도가 높지만 침벌류 한 계통이 만든 패턴 — 을 적는다. 대신 같은 제목의 공개 원고 bioRxiv v2(2026-06-25, CC BY 4.0) 전문을 직접 읽었다 — §05의 약 69,000종(그림 설명의 68,886종, 체스터스 2020 계통수)과 약 49,000종 검증 계통수, 전체 전이 속도 약 7배, 침벌류 안의 속도가 나머지 둘보다 거의 3배, 침벌류 특이 모형의 우세, 막시류 중 침벌류에서만 진사회성이 나타난다는 서술, 반수이배성의 효과를 계통 한정 특성과 떼어 내기 "여전히 어렵다"는 서술, 감사의 글의 웨스트 박사 언급. 게재본이 v2와 다를 수 있다.
- 같은 원고의 첫 판: S. Suresh, T. A. Linksvayer. Eusociality evolved at a much higher rate in haplodiploid insects. bioRxiv v1, 2025-01-19(동료평가 전). 두 판의 날짜와 제목은 bioRxiv API로 확인했다. §05의 "15–100배"·"strongly support"(초록), "conclusively supporting"(의의 문단)과 교재 목록(서론 참고문헌 4~7: Bergstrom & Dugatkin, Krebs & Davies, Bourke & Franks, Alcock)은 v1 전문에서 가져왔다. v1은 체스터스 2017 계통수(49,358종)를 썼고, v2는 이 계통수를 재확인용으로 쓴다. PNAS 논문은 이 v1을 참고문헌 9번으로 인용한다.
- M. H. Richards. Haplodiploidy and the evolution of eusociality: A long-standing question is finally resolved. PNAS 123(11), e2600464123 (온라인 2026-03-09). PMC12993963. 같은 저널의 해설(Commentary). §06의 "the overall balance of evidence now weighs against a causal link"를 PMC 전문에서 대조했다.
- W. O. H. Hughes, B. P. Oldroyd, M. Beekman, F. L. W. Ratnieks. Ancestral monogamy shows kin selection is key to the evolution of eusociality. Science 320, 1213–1216 (2008). PMID 18511689. §06의 267종·독립 계통 여덟 개·단혼이 조상 상태라는 내용은 PubMed 초록에서 확인했다.
- S. M. Smith, A. J. Beattie, D. S. Kent, A. J. Stow. Ploidy of the eusocial beetle Austroplatypus incompertus (Schedl) (Coleoptera, Curculionidae) and implications for the evolution of eusociality. Insectes Sociaux 56, 285–288 (2009). 서지는 Crossref로 대조했다. §02의 "암수 모두 이배체"는 이 논문의 결론이지만 원문과 초록은 읽지 못했고(출판사가 초록을 비공개), Semantic Scholar의 초록 기반 요약으로만 확인했다.
- Arizona State University. Study challenges a decades-old theory for how insect societies evolve. EurekAlert! 배포 2026-08-03. 대학 공식 보도자료. §06의 제1저자 발언 "It has more to do with environmental factors and the life-history traits of insects"는 이 보도자료의 인용문이다.
- 그 밖에 본문에서 이름만 언급한 문헌은 PNAS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으로 확인했다: 해밀턴 1964(J. Theor. Biol. 7, 17–52), 트리버스·헤어 1976(Science 191, 249–263), 그라펜 1986(J. Theor. Biol. 122, 95–121), 리드·니 1995(J. Theor. Biol. 173, 99–108), 크레스피·야네가 1995(Behav. Ecol. 6, 109–115), 그라펜 1989, 아이브스·갈런드 2010, 애덤스 외 2024. 이 문헌들의 본문은 따로 읽지 않았다.
- 한국어 공백 확인: '반수이배성 진사회성', '반수이배성 가설 2026' 등으로 검색했으나 이 두 연구를 다룬 한국어 기사·해설은 검색 도구 범위 안에서 찾지 못했다(2026-09-18). 부재의 증명은 아니다.
- 계산대는 결정적이며 이 글을 위해 만든 장난감 계산이다. 여왕이 수컷 k마리와 같은 비율로 짝지었다고 두고, 반수이배성에서는 자매 혈연도 0.25 + 0.5/k(아비가 같으면 0.75, 다르면 0.25), 남동생 0.25, 이배체에서는 자매·형제 모두 0.25 + 0.25/k(아비가 같으면 0.5, 다르면 0.25)를 쓰고, 자매 비율 f로 가중평균한다. 자기 새끼는 두 방식 모두 0.5. 번식 가치 가중, 집단 성비, 일꾼의 산란은 넣지 않았다. 따라서 이 계산은 논문의 분석을 재현한 것이 아니며, 논문이 한 것은 혈연도 계산이 아니라 실제 곤충 분포의 계통 비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