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손등, 뺨, 이마 — 거기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광자(光子)가 튀어나오는 중입니다. 다만 그 빛이 너무 희미해서, 사람 눈으로는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볼 수 없을 뿐이죠. 이 '몸이 내는 빛'을 과학에서는 생체광자(biophoton)라고 부릅니다.
여기서부터 조심해야 합니다. '몸에서 나오는 빛'이라는 말은 곧장 아우라니 기(氣)니 하는 이야기로 미끄러지기 쉽거든요. 그런데 생체광자는 그런 게 아닙니다. 측정기로 정확히 잴 수 있고, 어디서 나오는지 화학적으로 설명되는 — 아주 평범하고 아주 희미한 빛입니다. 진짜 과학과 그럴듯한 사이비가 같은 단어를 쓰는, 보기 드문 주제죠. 그 둘을 가르는 선을 그어 보겠습니다.
01사람이 빛난다는 걸 진짜로 찍은 사람들
2009년, 일본의 고바야시 마사키 연구팀이 좀 별난 실험을 했습니다. 건강한 남성 다섯 명을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 앉히고, 천체 망원경에나 쓸 법한 극저온 냉각 카메라로 몸을 몇 분씩 노출해 찍은 겁니다. 결과는 학술지 PLoS ONE에 실렸습니다. 사진 속 사람의 얼굴은 —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 빛나고 있었습니다.
얼굴에서도 광량이 고르지 않았습니다. 뺨과 입 주변이 이마나 눈가보다 밝았죠. 게다가 그 빛은 하루 동안 출렁였습니다. 아침엔 약하고, 오후 들어 세지다가, 대략 오후 4시쯤 가장 밝았습니다. 몸의 에너지 대사가 가장 활발한 시간대와 맞물린 거예요.
가장 중요한 숫자는 이겁니다. 이 빛의 세기는 사람 눈이 겨우 감지할 수 있는 한계보다 약 1000배 더 약했습니다. 그러니 "왜 우리는 서로가 빛나는 걸 못 보지?"라는 질문의 답은 간단합니다. 너무 어두워서요. 눈은 그 수준의 빛을 받아들일 만큼 민감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약한 걸까 — 빛의 세기 비교
아래에서 하나를 골라, 그 빛이 '맨눈으로 보이는 선' 어디쯤에 놓이는지 확인해 보세요.
세로선은 '맨눈으로 겨우 보이는 한계'를 대략 표시한 것입니다. 가로축은 정확한 눈금이 아니라 자릿수 차이를 느끼게 한 어림 척도예요. 생체광자만 그 선의 한참 왼쪽에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02그 빛은 세포 호흡의 '불티'다
그렇다면 이 빛은 대체 어디서 나올까요? 무슨 신비로운 생명 에너지 같은 게 아닙니다. 출처는 세포 안에서 매 순간 벌어지는 화학 반응입니다.
우리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써서 에너지를 만듭니다. 이 과정의 부산물로 활성산소(ROS)라는, 반응성이 아주 큰 분자들이 생깁니다. 이 활성산소가 세포 속 지질이나 단백질과 부딪쳐 반응하면, 그 결과물 중 일부가 잠깐 들뜬 상태가 됩니다. 에너지를 한 단계 높이 올려 받은 불안정한 상태죠. 그리고 그게 원래 자리로 떨어질 때, 남는 에너지를 광자 한 개로 툭 내뱉습니다.
이건 사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그 원리와 똑같습니다. 원자 속 전자가 높은 에너지 자리에서 낮은 자리로 떨어질 때 그 차이만큼의 빛이 나오는 것 — 네온사인도, 별빛도, 형광등도 다 그렇게 빛을 냅니다. 생체광자는 그 일이 우리 몸속 분자에서 아주 드문드문 일어나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빛도 이렇게 약합니다. 거창한 발광 장치가 아니라, 신진대사라는 모닥불에서 가끔 튀는 불티에 가깝죠.
세기로 따지면 1초에 1제곱센티미터당 광자 몇 개에서 수백 개 정도, 파장은 대략 200~800나노미터에 걸쳐 있습니다. 파란빛·초록빛 쪽은 지질·단백질이 산화되며 들뜬 카보닐 분자와, 붉은빛·근적외선 쪽은 활성산소(단일항 산소)와 더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생체광자는 신비한 '생명의 빛'이 아닙니다. 세포가 숨 쉬다가 흘리는, 화학 반응의 잔불입니다.
032025년, 누군가 '뇌의 빛'을 읽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꽤 단단한 과학입니다. 그런데 2025년, 이야기가 갑자기 흥미로워집니다.
뇌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기관입니다. 그만큼 산화 반응도 활발하니, 생체광자도 많이 나오겠죠. 캐나다·미국의 한 연구팀(케이시·디베라르디노·보찬니·룰로·무루간)이 학술지 iScience에 낸 논문이 물었습니다. "그럼 머리 밖에서 그 빛을 재서, 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완전한 암실에 앉히고, 가만히 쉴 때와 특정 과제를 할 때 머리 주변의 광자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뇌에서 나온 신호가 배경 잡음과는 스펙트럼과 패턴이 달랐고, 과제와 자극에 따라 반응이 바뀌었으며, 뇌의 전기 리듬(뇌파)과도 어느 정도 맞물려 움직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에 광뇌파(photoencephalography)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전기를 재는 뇌파(EEG)나 자기장을 재는 뇌자도(MEG)가 있듯, 빛으로 뇌를 들여다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솔깃한 그림입니다. 몸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그저 어둠 속에서 머리가 내는 빛만 받아 뇌 상태를 읽는다 — 만약 진짜라면 꽤 큰 이야기입니다.
04그런데 — 그게 정말 '뇌'의 빛이 맞을까?
여기서 솔직해질 차례입니다. 이 연구는 흥미롭지만, 아직 확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곧바로 만만찮은 반론이 나왔습니다.
2026년, 살라리·시몬을 비롯한 물리학자들이 이 주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 반론 자체는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라 그대로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짚는 지점이 날카롭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예요.
- 빛이 새어 들어왔을 수 있다. 큰 신호가 잡혔다면, 그건 뇌의 빛이 아니라 완벽히 차단하지 못한 외부 빛의 오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 두개골이 빛을 막는다. 600나노미터보다 짧은 파장의 빛은 두피와 뼈에 강하게 흡수·산란돼 크게 약해집니다. 그러니 뇌 깊은 곳의 빛이 머리 밖까지 나오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 설령 빛이 잡혀도, 출처가 뇌가 아닐 수 있다. 머리 밖에서 잰 광자라면 뇌보다 가까운 두피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흥미로운 건, 정작 원래 논문의 저자들도 "빛을 이용한 측정에는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적어 뒀다는 점입니다. 과학이 제대로 굴러갈 땐 이렇게 됩니다. 솔깃한 주장이 나오면, 곧바로 다른 연구자들이 "그거 그냥 새어 든 빛 아니냐"고 따져 묻고, 그 검증을 통과해야 비로소 살아남죠. 지금 생체광자로 뇌를 읽는다는 이야기는 아직 그 검증대 위에 있습니다.
05진짜 과학과 사이비를 가르는 선
이 주제가 까다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몸이 내는 빛'이라는 똑같은 사실에서, 진짜 과학과 사이비가 갈라져 나오거든요. 과학 선생으로서 가장 짚고 싶은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역사부터 보죠. 1923년, 러시아 생물학자 알렉산드르 구르비치가 양파 뿌리에서 나오는 희미한 자외선을 관찰하고 '유사분열 방사선(mitogenetic radia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이 빛이 생물의 발생을 지휘하는 '장(場)'이라고 믿었죠. 그런데 다른 연구자들이 똑같이 재현하려 하자 결과가 들쭉날쭉했습니다. 논문이 600편 넘게 쏟아졌는데도 "그런 빛이 있긴 한가"부터 합의가 안 됐을 정도예요. 그렇게 한참 잊혔다가, 1970년대 독일의 프리츠알베르트 포프가 다시 끄집어내며 'biophoton(생체광자)'이라는 지금의 용어를 만듭니다.
딱 여기까지가 과학입니다. 그런데 포프와 그 추종자들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이 빛이 세포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코히런트한 신호'이고, 건강과 의식의 상태를 담고 있으며, 그걸 재면 병을 진단하고 다스릴 수 있다는 식으로요. 여기서부터는 근거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빈틈으로 아우라 사진, 기 치료, '인체 에너지장' 같은 사이비가 줄줄이 들어왔죠.
그러니 정리해 봅시다. 같은 단어 안에 사실은 세 층이 섞여 있습니다.
- 확실한 것 — 사람을 포함한 생물은 활성산소 반응으로 아주 희미한 빛을 낸다. 이건 측정되고 재현된다.
- 아직 다투는 것 — 그 빛으로 뇌나 몸의 '상태'를 의미 있게 읽어낼 수 있는가. (2025년 연구 vs 2026년 반론)
- 근거 없는 것 — 이 빛이 아우라·기·영혼이고, 그걸로 병을 고친다는 주장. 이건 과학이 아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몸이 빛을 낸다"는 한 문장이, 누구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진지한 논문이 되기도 하고 사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 둘을 갈라 보는 눈 — 이 주장은 어느 층에 있나, 재현됐나, 반론은 통과했나 — 그게 과학을 배우는 진짜 이유 아닐까요.
빛이 나는 원리, 그러니까 들뜬 상태가 떨어지며 광자를 내뱉는 그 과정을 직접 만져 보면, 생체광자가 왜 신비가 아니라 '평범한 양자 사건'인지가 또렷해집니다. 아래 시뮬레이션에서 전자를 직접 들었다 놨다 해 보세요.
SIM 보어 모형과 수소 스펙트럼전자가 높은 자리에서 낮은 자리로 떨어질 때 그 차이만큼 빛이 나온다 — 생체광자와 똑같은 원리 → SIM 에너지의 흡수와 방출
물질이 에너지를 받아 들떴다가, 다시 내놓으며 빛을 방출하는 과정을 직접 조작 → SIM 산화·환원과 전자의 이동
생체광자의 출발점인 산화 반응 — 전자가 오가며 에너지가 어떻게 들고 나는지 →
- 생체광자(biophoton, UPE) — 생물이 내는 초미약한 빛. 사람도 낸다. 세기는 1초·1cm²당 광자 몇~수백 개로, 맨눈 한계보다 약 1000배 약하다.
- 출처 — 세포 호흡의 부산물인 활성산소(ROS)가 분자를 들뜨게 했다가, 그게 떨어지며 광자를 방출. 원자가 빛을 내는 원리와 같다.
- 2025년 '광뇌파' — 머리 밖 빛으로 뇌 상태를 읽으려는 시도. 뇌파와 어느 정도 맞물렸다고 보고.
- 2026년 반론 — 외부 빛 오염, 두개골의 빛 차단, 출처가 두피일 가능성. 아직 검증 중인 주장.
- 가르는 선 — '빛이 난다'(사실) · '뇌를 읽는다'(논쟁) · '아우라·기 치료'(근거 없음)는 전혀 다른 층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신은 지금도 빛나고 있습니다 — 그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 빛은 신비가 아니라 세포가 숨 쉬는 소리에 가깝고, 너무 약해서 당신은 영원히 못 볼 겁니다. 그리고 그 희미한 빛으로 누가 무슨 거창한 주장을 들고 오거든, 한 가지만 물어보면 됩니다. "그거, 재현됐나요?"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Kobayashi, M., Kikuchi, D., & Okamura, H. (2009). Imaging of Ultraweak Spontaneous Photon Emission from Human Body Displaying Diurnal Rhythm. PLoS ONE, 4(7), e6256. — 사람 몸의 생체광자를 영상으로 포착, 맨눈 한계의 약 1/1000 세기·하루 리듬(오후 정점) 보고.
- Casey, H., DiBerardino, I., Bonzanni, M., Rouleau, N., & Murugan, N. J. (2025). Exploring ultraweak photon emissions as optical markers of brain activity. iScience, 28(3), 112019. — 뇌의 UPE가 과제·자극에 반응하고 뇌파와 중간 정도 상관, '광뇌파(photoencephalography)' 제안. 저자 스스로 빛 측정의 한계 언급.
- Salari, V., Seshan, V., Rishabh, R., Oblak, D., & Simon, C. (2026). Revisiting claims of extracranial biophoton detection from the human brain. arXiv:2603.26630. — 외부 빛 오염·두개골의 단파장 차단·두피 기원 가능성을 들어 두개골 밖 뇌 생체광자 검출 주장에 반론. (동료 심사 전 프리프린트)
- Mould, R. R., Mackenzie, A. M. 외 (2024). Ultra weak photon emission — a brief review. Frontiers in Physiology. — 생체광자의 세기(10~10³ photons/cm²/s)·파장(200~800nm)·활성산소(ROS) 기원 메커니즘 정리.
- 역사 — Gurwitsch의 1923년 '유사분열 방사선'과 1970년대 Popp의 'biophoton' 용어 도입, 재현성 논란은 "The secret history of the biophoton" (Photonics Spectra, 2013) 참고. 의식·치료 관련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영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