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교과서 어딘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뇌세포 수가 대충 정해지고, 그 뒤로는 줄기만 한다고. 저도 그렇게 배웠고, 한동안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이 한 문장이 지난 30년 사이에 흔들렸다가, 뒤집혔다가, 다시 논쟁에 부쳐졌어요.
어른의 뇌가 새 뉴런을 만드는가. 질문은 이렇게 짧은데, 답은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논쟁의 매 국면마다 기막힌 측정 방법이 하나씩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핵실험이 남긴 방사성 탄소를 쓰기도 하고,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를 읽어 내기도 합니다. 오늘 그 방법들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성인 신경재생 이야기는 결국 "뇌를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가"의 이야기거든요.
01"아무것도 재생되지 않는다" — 100년 된 도그마
근대 신경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20세기 초에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성체의 신경 중추에서 신경로는 고정되어 있고, 끝나 있으며, 불변한다. 모든 것은 죽을 수 있어도, 그 무엇도 재생되지 않는다." 무게 있는 선언이었고, 거의 한 세기 동안 정설로 굳었습니다. 어른의 뇌는 완제품이라는 것이죠.
이 벽에 처음 금이 간 건 1998년입니다. 피터 에릭손과 프레드 게이지 연구진이 Nature Medicine에 놀라운 자료를 냈어요. 암 환자들은 종양의 성장 속도를 추적하려고 BrdU라는 물질을 투여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BrdU는 분열하는 세포의 DNA에만 끼어드는 성질이 있습니다. 환자들이 세상을 떠난 뒤 뇌를 살펴보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안쪽에서 BrdU가 박힌 뉴런이 발견됐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그 자리에서 세포가 새로 분열해 태어났다는, 사람에서의 첫 직접 증거였죠.
02핵실험이 남긴 시계 — 하루 700개
그런데 "있긴 있다"와 "얼마나 있느냐"는 다른 질문입니다. 살아 있는 뇌를 열어 세포에 날짜를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요. 2013년, 요나스 프리센 연구팀은 이 난제를 냉전의 부산물로 풀었습니다.
1950~60년대 지상 핵실험은 대기 중 방사성 탄소(탄소-14) 농도를 확 끌어올렸다가, 1963년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 이후 서서히 떨어뜨렸습니다. 그래서 어느 해에 만들어진 세포든, 그 시점의 대기 탄소-14 농도가 DNA에 도장처럼 찍힙니다. 죽은 사람의 해마 뉴런에서 이 탄소-14를 정밀 측정하면, 그 뉴런이 태어난 해를 거꾸로 계산할 수 있죠. 나이테로 나무의 나이를 세듯, 원자로 세포의 생일을 읽은 겁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성인의 해마에서는 매일 약 700개의 새 뉴런이 더해지고, 이는 새로 교체되는 뉴런 집단의 연 1.75%에 해당하며, 나이가 들수록 완만히 줄어든다. (양쪽 반구를 합쳐 하루 1,400개 안팎으로 보고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추정치라는 점은 기억해 두세요.) 어른의 뇌는 굳은 게 아니라, 조용히 자기 부품을 갈아 끼우고 있었던 셈입니다.
하루 700개면, 지금까지 몇 개일까요?
막대를 움직여 기간을 바꿔 보세요. 하루 700개(추정치)를 단순히 누적한 값입니다.
30년 동안 해마에서 새로 태어난(교체된) 뉴런의 누적 추정치
주의 — 이 숫자는 순증가가 아니라 교체에 가깝습니다. 새 뉴런이 그만큼 태어나는 동안 오래된 뉴런도 사라지므로, 해마의 전체 뉴런 수가 이만큼 불어나는 건 아니에요. 또 하루 700개는 특정 연구의 추정값이라, 사람과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700개는 많아 보여도 뇌 전체 860억 뉴런 앞에서는 티끌입니다. 그런데 하필 그 티끌이, 기억과 감정을 빚는 자리에서 돋아납니다.
03그런데 — 2018년, 정반대 논문 두 편
여기서 솔직해야 할 대목이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깔끔한 상승 곡선이 아니에요. 2018년, 같은 문제를 두고 완전히 반대되는 결론이 몇 달 사이에 나란히 발표됐습니다.
먼저 소렐스 연구진이 Nature에 던진 결론은 차가웠습니다. 사람 해마의 치상회에서 새 뉴런의 흔적 — 미성숙 뉴런 표지(DCX)와 분열 표지(Ki67) — 은 아동기를 지나며 급감해, 성인에서는 사실상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카할의 도그마가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볼드리니 연구진(Cell Stem Cell)과 이듬해 모레노-히메네스 연구진(Nature Medicine)은 정반대를 보고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80대까지도 해마에서 새 뉴런을 왕성하게 만든다고요.
같은 인간의 뇌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 갈릴까요? 유력한 용의자는 뜻밖에도 조직을 다루는 방법이었습니다. 특히 과고정(overfixation) — 뇌 조직을 포르말린 같은 고정액에 너무 오래 담그면, DCX를 찾아내는 항체가 표적에 달라붙지 못합니다. 그러면 새 뉴런이 실제로 있어도 염색이 안 돼 없는 것처럼 보이죠. "안 보였다"가 곧 "없다"는 아니었던 겁니다. 이 한 끗이 정반대 결론을 낳았습니다.
042025년, 저울이 다시 기운다
그리고 2025년 7월, 앞서 탄소-14를 썼던 바로 그 프리센 연구팀이 Science에 새 카드를 냈습니다. 이번엔 표지 항체에 기대지 않았어요. 대신 세포 하나하나의 핵을 열어 어떤 유전자가 켜져 있는지를 읽는 단일핵 RNA 시퀀싱을 썼습니다. 기계학습으로 세포가 어느 발달 단계에 있는지 분류하고, RNAscope·Xenium이라는 공간 기법으로 그 세포가 조직 속 어디에 앉아 있는지까지 짚었죠.
0세부터 78세까지의 뇌에서, 연구팀은 새 뉴런의 '출발 세포'인 신경전구세포를 찾아냈습니다. 그중 일부는 아직 분열하는 중인 미성숙 뉴런이었어요. 새 뉴런이 만들어진다는 결과를 넘어, "이 세포에서 시작된다"는 계보의 출발점을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킨 셈입니다. 오랜 논쟁의 저울이 다시 "만든다" 쪽으로 기운 순간이었죠.
단, 여기서도 연구팀은 정직한 단서를 붙였습니다. 개인차가 컸다는 겁니다. 어떤 성인은 전구세포가 제법 많았고, 어떤 성인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 정확한 문장은 "모든 어른이 똑같이 새 뉴런을 만든다"가 아니라, "어른의 뇌도 새 뉴런을 만들 수 있고,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입니다. 과학은 이렇게 느낌표가 아니라 조심스러운 마침표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05그래서, 학생과 우리에게
이 논쟁이 교실 밖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여기서는 특히 조심해서 말해야 합니다.
생쥐 실험에서는 꽤 분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달리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험, 자극이 풍부한 환경은 해마의 신경발생을 늘리고, 만성 스트레스는 줄이는 쪽으로 작동했어요. 문제는 사람에서 같은 인과를 '증명'한 건 아직 아니라는 점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해마를 열어 새 뉴런을 세어 볼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우리가 가진 건 대부분 동물 자료와 사후 조직의 정황이죠. "운동하면 뇌세포가 는다"를 단정적인 사람 이야기로 옮기는 순간, 과학보다 앞서 나가는 겁니다.
그래도 방향까지 비관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뇌는 학창시절에 완성되어 굳어 버리는 완제품이 아니라고. 아직 다 정리되지 않은 문제지만, 적어도 "다 컸으니 이제 끝"이라는 100년 된 도그마 하나는 내려놓아도 된다고요. 그 자체로 꽤 든든한 소식 아닌가요.
- 성인 신경발생(adult neurogenesis) — 다 자란 뇌, 특히 해마 치상회에서 새 뉴런이 태어나는 현상. 100년 도그마는 "재생 없음"이었다.
- 1998 · 첫 증거 — 에릭손·게이지 연구진이 BrdU로 성인 인간 해마의 새 뉴런을 처음 확인.
- 2013 · 하루 약 700개 — 핵실험이 남긴 탄소-14로 뉴런의 생일을 역산(추정치, 순증가 아닌 교체).
- 2018 · 정면 충돌 — "성인엔 없다"(소렐스)와 "평생 있다"(볼드리니·모레노-히메네스)가 맞섬. 원인은 과고정 등 조직 처리 방법 차이일 가능성.
- 2025 · 다시 "만든다" — 프리센 팀이 단일핵 RNA 시퀀싱으로 분열하는 신경전구세포를 확인. 단 개인차가 큼.
06결국은 '어떻게 재느냐'의 문제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건 뉴런이 아니라 방법입니다. BrdU, 탄소-14, 항체 염색, 단일핵 RNA 시퀀싱 — 새로운 자를 손에 넣을 때마다 답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특히 탄소-14 연대측정은, 방사성 원소가 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줄어든다는 반감기의 원리를 세포의 생일을 읽는 데까지 밀어붙인 아름다운 사례입니다. 이 원리를 직접 흔들어 보면, 왜 원자가 시계가 될 수 있는지가 손끝으로 잡힙니다.
SIM 방사선과 반감기방사성 원소가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규칙 — 탄소-14 연대측정이 '세포의 생일'을 읽는 바로 그 원리 → SIM DNA 이중나선 구조
탄소-14가 도장처럼 찍히는 곳이자, 새 뉴런이 태어날 때 복제되는 유전 정보의 실체 →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어른의 뇌는 새 뉴런을 만들까요? 지금으로선 "그렇다, 다만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고 우리는 아직 그 규칙을 완전히 모른다"가 가장 정직한 답입니다.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는 게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이 주제의 매력이라고 봐요. 바로 우리 머릿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 지도가 덜 그려진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 글의 근거 — 1차 자료
- Eriksson, P. S., et al. (1998). Neurogenesis in the adult human hippocampus. Nature Medicine, 4, 1313–1317. — BrdU로 성인 인간 해마 신경발생을 처음 확인.
- Spalding, K. L., et al. (Frisén lab, 2013). Dynamics of Hippocampal Neurogenesis in Adult Humans. Cell, 153, 1219–1227. — 탄소-14 연대측정, 하루 약 700개·연 1.75% 교체(추정).
- Sorrells, S. F., et al. (2018). Human hippocampal neurogenesis drops sharply in children to undetectable levels in adults. Nature, 555, 377–381. — 성인에선 검출되지 않는다는 반대 결론.
- Boldrini, M., et al. (2018). Human Hippocampal Neurogenesis Persists throughout Aging. Cell Stem Cell, 22, 589–599. — 노년까지 지속된다는 결론.
- Moreno-Jiménez, E. P., et al. (2019). Adult hippocampal neurogenesis is abundant in neurologically healthy subjects and drops sharply in patients with Alzheimer's disease. Nature Medicine, 25, 554–560. — 과고정 등 방법 차이가 불일치의 원인일 수 있음을 지적.
- Dumitru, I., Paterlini, M., Frisén, J., et al. (2025). Identification of proliferating neural progenitors in the adult human hippocampus. Science, 389, 58–63. — 단일핵 RNA 시퀀싱·공간전사체로 분열하는 신경전구세포 확인. 요약: Karolinska Institutet 보도자료.
- 본문의 하루 700개(및 1,400개), 개인차 관련 서술은 위 1차 연구의 추정치로, 사람과 측정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운동·스트레스와 신경발생의 관계는 상당 부분 동물 연구에 근거하며, 사람에서의 인과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